출처 : 다크스레드
드레스를 처음 봤을 때, 나는 가격표를 두 번 확인했다.
말이 안 되는 가격이었다.
하얀 새틴 드레스.
목선은 단정했고, 허리는 딱 맞게 들어갔다.치맛단은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길었다.조명 아래에서 보면 천이 은색처럼 빛났다.
나는 그 드레스를 살 수 없었다.
정상적인 가격이었다면.
하지만 그 가게에서는 달랐다.
중고 옷가게였다.
시내 큰길에서 조금 들어간 골목에 있었다.유리창에는 먼지가 끼어 있었고, 문 위 종은 열 때마다 날카롭게 울렸다.
나는 무도회에 입고 갈 옷이 필요했다.
학교에서 여는 겨울 무도회였다.친구들은 몇 주 전부터 드레스를 골랐다.누구는 백화점에서 샀고, 누구는 엄마가 맞춰줬다고 했다.
나는 그런 말을 듣고 웃기만 했다.
집 형편상 새 드레스는 어려웠다.
엄마는 말했다.
“한 번 입을 건데 꼭 새 거 살 필요는 없잖아.”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수업이 끝난 뒤 혼자 그 중고 옷가게에 갔다.
가게 안에는 오래된 옷 냄새가 났다.
나프탈렌 냄새.먼지 냄새.오래 접어둔 천 냄새.
벽에는 모자와 코트가 걸려 있었고, 안쪽 행거에는 드레스 몇 벌이 비닐에 씌워져 있었다.
그중 하나가 그 하얀 드레스였다.
나는 한눈에 알아봤다.
내가 찾던 게 저거라고.
주인은 나이가 많은 여자였다.
계산대 뒤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내가 드레스를 만지자 고개를 들었다.
“그거 마음에 들어?”
“입어봐도 돼요?”
“커튼 뒤에서 입어봐.”
나는 드레스를 들고 탈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천이 생각보다 무거웠다.
차가웠다.
처음엔 오래 걸려 있어서 그런 줄 알았다.
지퍼를 올릴 때 손이 조금 떨렸다.드레스는 내 몸에 맞았다.
거짓말처럼 맞았다.
어깨도.허리도.길이도.
거울 속 나는 내가 아니었다.
학교 복도에서 책을 들고 다니던 애가 아니었다.급식실에서 돈을 아끼려고 음료수를 안 사던 애도 아니었다.
그 드레스를 입은 나는, 무도회에 가도 되는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커튼을 열었다.
주인이 나를 보더니 뜨개질을 멈췄다.
“잘 맞네.”
“얼마예요?”
그녀는 가격표를 보지 않고 말했다.
“표에 적힌 대로.”
나는 다시 가격표를 봤다.
너무 쌌다.
“왜 이렇게 싸요?”
주인은 잠깐 뜨개질 바늘을 만졌다.
“오래 걸려 있었어.”
“하자 있어요?”
“없어.”
“세탁은 된 거죠?”
그녀는 나를 봤다.
“입고 갈 거면 오늘 가져가. 내일이면 없어질지도 몰라.”
나는 그 말을 듣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때는 그게 장사꾼 말이라고 생각했다.
망설이면 누가 사 간다는 말.
나는 엄마에게 전화했다.
엄마는 가격을 듣고 잠깐 조용했다.
“상태 괜찮아?”
“응. 완전 괜찮아.”
“그럼 사.”
나는 드레스를 샀다.
주인은 비닐에 넣어주지 않았다.
큰 종이봉투에 접어 넣었다.
계산대 위에 올려놓을 때, 주인이 한 번 더 말했다.
“향수 조금 뿌리면 괜찮을 거야.”
나는 그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
집에 와서 드레스를 침대 위에 펼쳤다.
방이 갑자기 밝아 보였다.
엄마도 놀랐다.
“새것 같은데?”
“그치?”
“냄새가 좀 나네.”
“중고 옷 냄새야.”
나는 드레스를 옷걸이에 걸었다.
방문 위에 걸어두니 치맛단이 거의 바닥에 닿았다.
밤에 잘 때, 드레스가 어둠 속에서 희게 보였다.
나는 그걸 보며 잠들었다.
무도회 날, 나는 오후부터 준비했다.
머리를 말고, 손톱을 칠하고, 엄마가 빌려준 진주 귀걸이를 했다.
드레스를 입을 때는 숨을 조금 참아야 했다.
지퍼가 딱 맞았다.
엄마가 뒤에서 올려줬다.
“예쁘다.”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울 것 같았다.
나는 웃었다.
“진짜?”
“응. 진짜.”
현관에서 사진을 찍었다.
엄마는 계속 더 찍자고 했다.
나는 늦는다며 나왔다.
택시 안에서 드레스 냄새가 조금 났다.
처음엔 옷장 냄새 같았다.
하지만 차 안 히터가 켜지자 냄새가 더 올라왔다.
달고 무거운 냄새.
꽃 냄새 같기도 했다.병원 냄새 같기도 했다.
나는 창문을 조금 내렸다.
기사님이 백미러로 나를 봤다.
“춥지 않아요?”
“괜찮아요.”
무도회장은 호텔 2층 연회장이었다.
로비에는 같은 학교 애들이 모여 있었다.다들 화려했다.웃고, 사진 찍고, 서로 옷을 칭찬했다.
친구들이 나를 보고 소리쳤다.
“너 드레스 어디서 샀어?”
나는 웃었다.
“그냥.”
“진짜 예쁘다.”
그 말이 좋았다.
너무 좋았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비싼 옷을 입은 사람처럼 걸었다.
연회장 안은 더웠다.
조명이 강했고, 사람도 많았다.음악 소리가 컸다.테이블 위에는 종이컵과 펀치볼이 놓여 있었다.
처음 한 시간은 좋았다.
사진도 찍었다.춤도 췄다.평소 말도 잘 안 하던 남자애가 내 드레스를 칭찬했다.
나는 계속 웃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머리가 아팠다.
처음엔 조명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음악이 너무 크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런 줄 알았다.
나는 벽 쪽으로 갔다.
친구가 물었다.
“괜찮아?”
“응. 조금 더워서.”
“물 마실래?”
“응.”
물을 마셨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냄새가 더 심해졌다.
드레스에서 나는 냄새.
아까 택시 안에서 맡았던 그 냄새가, 내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나는 치맛자락을 조금 들어 코에서 멀리했다.
그래도 소용없었다.
냄새는 천에서 나는 게 아니라, 내 피부에서 올라오는 것 같았다.
등이 축축했다.
땀이 났다.
드레스 안쪽 천이 몸에 붙었다.
나는 숨을 크게 쉬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친구가 다시 왔다.
“너 얼굴 하얘.”
“나 화장실 좀.”
나는 혼자 화장실로 갔다.
거울 앞에 섰다.
입술 색이 이상했다.
나는 세면대에 손을 짚었다.
손끝이 차가웠다.머리가 어지러웠다.바닥이 조금씩 기울어지는 것 같았다.
드레스 지퍼를 내리려고 손을 뒤로 돌렸다.
손이 잘 닿지 않았다.
나는 거울을 보며 지퍼를 더듬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친구가 들어왔다.
“야, 너 진짜 괜찮아?”
“지퍼 좀 내려줘.”
“왜?”
“냄새가 너무 나.”
친구는 내 뒤로 왔다.
그녀가 지퍼를 잡는 순간, 손을 멈췄다.
“무슨 냄새야?”
“몰라. 중고 냄새.”
“이거 중고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친구가 지퍼를 천천히 내렸다.
드레스가 어깨에서 조금 내려왔다.
그 순간 냄새가 확 퍼졌다.
친구가 뒤로 물러났다.
“너 이거 어디서 샀어?”
“왜?”
“이상해.”
“뭐가?”
친구는 드레스 안쪽을 봤다.
허리 안감 쪽에 얼룩이 있었다.
노란색.갈색.군데군데 말라붙은 자국.
나는 그걸 처음 봤다.
입을 때는 몰랐다.거울만 봤고, 겉만 봤다.
안쪽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
나는 드레스를 벗으려고 했다.
하지만 몸에 힘이 빠졌다.
친구가 나를 붙잡았다.
“야.”
나는 세면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타일이 차가웠다.
멀리서 음악 소리가 들렸다.
문이 다시 열렸다.누군가 소리를 질렀다.친구가 사람을 부르러 나갔다.
나는 바닥에 앉아 있었다.
숨을 쉬려고 했지만, 공기가 가슴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드레스가 무거웠다.
하얀 천이 내 다리 위에 퍼져 있었다.
나는 손으로 밀어내려 했다.
손가락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건, 화장실 천장 불빛이었다.
하얗고 밝았다.
그리고 내 귀에 친구 목소리가 들렸다.
“드레스 벗겨요! 빨리!”
그 다음은 병원이었다.
아니.
나는 병원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이 이야기는 내가 들은 이야기다.
그날 무도회에 있던 학생들 사이에서 계속 돌았다.
하얀 새틴 드레스를 입고 온 여자애가 있었다.무도회장에서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죽었다.처음엔 심장 문제라고 했다.알레르기라고도 했다.약을 잘못 먹은 거라고도 했다.
하지만 며칠 뒤, 다른 말이 나왔다.
그 드레스 때문이었다고.
경찰이 중고 옷가게를 찾아갔다고 했다.
가게 주인은 처음엔 모른다고 했다.
그런 드레스를 판 적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장부에는 기록이 있었다.
하얀 새틴 드레스.현금 판매.무도회 전날.
경찰은 드레스가 어디서 들어왔는지 물었다.
주인은 장례식장 직원에게 샀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냥 재고품이라고 했다고 한다.결혼식 드레스였는데 취소돼서 나온 물건이라고 했다.새 옷은 아니지만 깨끗하다고 했다.
나중에 밝혀진 건 달랐다.
그 드레스는 한 번 죽은 사람에게 입혀졌던 옷이었다.
젊은 여자가 장례식 때 입었던 드레스.
가족은 비싼 옷을 그냥 묻기 아깝다고 생각했는지.아니면 장례식장 직원이 몰래 빼돌렸는지.정확한 말은 사람마다 달랐다.
하지만 한 가지는 같았다.
그 드레스에는 시신 처리에 쓰인 약품이 묻어 있었다고 했다.
화장품 냄새처럼.꽃 냄새처럼.병원 냄새처럼.
처음에는 약하게 나던 냄새가, 무도회장 열기와 땀 때문에 강해졌다고 했다.
그 애가 춤을 추는 동안, 드레스 안쪽 천은 계속 피부에 붙어 있었다.
친구들은 말했다.
화장실에서 드레스를 벗기려고 했을 때, 안감이 피부에 달라붙어 있었다고.
떼어낼 때 천이 젖어 있었다고.
나는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믿지 않았다.
너무 말이 안 됐다.
죽은 사람에게 입혔던 드레스가 다시 팔린다니.
그걸 입은 사람이 죽는다니.
하지만 그 중고 옷가게는 며칠 뒤 문을 닫았다.
유리창에는 종이가 붙었다.
임대 문의.
그 뒤로 아무도 주인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학교에서는 그 이야기를 금방 금지했다.
선생님들은 헛소문이라고 했다.죽은 애 이름을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다.가족에게 상처가 된다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그래도 애들은 계속 말했다.
화장실에서 냄새가 났다고.드레스를 벗겼더니 안쪽이 누렇게 변해 있었다고.그 애가 마지막까지 “냄새가 난다”고 했다고.
무도회장은 다음 해에도 열렸다.
같은 호텔이었다.
조명도 비슷했고, 음악도 비슷했다.여자애들은 드레스를 입고 왔다.사진도 찍었다.
다만 한 가지가 달라졌다.
누가 드레스 칭찬을 받으면, 꼭 한 명은 물었다.
“새 거야?”
농담처럼.
하지만 대답을 듣기 전까지, 다들 잠깐 기다렸다.
이 이야기는 도시괴담 The Poisoned Dress / The White Satin Evening Gown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대표적인 구조는 한 여성이 무도회나 파티에 입고 갈 드레스를 중고로 구하고, 그 드레스가 원래 시신에게 입혀졌던 옷이었으며, 남아 있던 방부 처리 약품 때문에 쓰러져 죽는다는 내용이다. Snopes는 이 이야기를 “The Last Kiss”라는 제목으로 정리하며, 1930년대 무렵부터 전해진 변형들이 있고, 드레스가 흰색 예복이나 웨딩드레스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또 『Scary Stories to Tell in the Dark』에 실린 「The White Satin Evening Gown」 버전에서는 가난한 여성이 전당포에서 흰 새틴 드레스를 빌려 무도회에 갔다가 숨지고, 나중에 그 드레스가 장례식에 쓰였던 옷으로 밝혀지는 구조가 사용된다. 실제로 사람이 이런 방식으로 사망했다는 확인된 사건이라기보다는, 중고 의류와 시신 처리, ‘한 번 죽은 사람의 물건을 다시 입는다’는 불쾌감이 섞여 오래 전해진 고전 도시괴담에 가깝다.
출처 : 다크스레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