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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공무원 준비하는 커플..저만 합격했어요..

기쁨보다슬픔 |2013.03.20 22:45
조회 31,279 |추천 58

안녕하세요.

20대 중반 여자입니다.

 

누구 말할만한 사람이 없어서 여기에라도 익명으로 올립니다.

그래야 제 마음이 조금은.. 아주 조금은 나아질거같아서요.

 

제 남자친구는 20대 후반입니다.

같은 학교 학과 선후배로 만나서 제가 많이 좋아했어요.

3년간 마음에 담아두면서도 다른 남자도 사귀기도 했죠..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연인이 되었죠.

학과사람들은 전혀 모르지만요.

 

그러고서 제가 휴학을 하고 본격적으로 취업준비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먼저 공무원 준비를 하고있던 남자친구와 같이 도서관 다니면서 공부했죠.

(남자친구와 저는 같은 지역 출신입니다.)

 

공무원 공부.. 하루종일 앉아있기가 정말 힘들더라구요.

하루종일 동영상강의 보기, 책 읽기, 필기하기, 암기하기...

그래도 옆에 남자친구가 있어서 덜 힘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매일 남자친구와 함께 할 수 있다는게 좋았던가봐요.

 

하지만, 남자친구의 나태함은 저를 실망도 시키고 걱정을 하게 만들었어요.

몇달만 바짝 열심히 하면 우리둘 이런 지긋지긋한 수험생활 벗어날수있는데,

남자친구에게서는 이런 생활을 벗어나고자하는 의지가 안보이더라구요.

때문에 혼자 속썩고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제가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는 동안 남자친구는 여러번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제가 공부를 시작한지 1년쯤 되어갔을때

저는 이때가 넘어가면 안되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여느때와 같은 패턴이었어요.

이번 시험을 준비할때는 도서관이 시장바닥 같다며 독서실까지 끊어서 다녔는데도 말이죠.

그래도 남자친구는 시험을 앞두고 한달정도 바짝 열심히 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될거다될거다 다독여가며, 응원해가며 기운을 북돋아주었습니다.

 

시험을 보고..

시험보고 이틀은 남자친구와 같이 보냈어요.

그 다음날, 저와 제 남자친구는 채점을 해보았고..

저는 성적이 좋았으나 남자친구 점수는 합격선에는 약간 모자랄듯한 점수였어요.

불안했어요.

매일밤을 기도했어요.

제발 우리 오빠 합격시켜달라고..

만나면 평소때와는 분위기가 다른 남자친구는 저를 더 걱정하게 만들었어요.

 

점수가 잘나왔어도

기쁜건 채점했을때 잠시 그뿐이었어요..

이후로 남자친구 걱정에 하루하루가 힘들더군요.

 

합격자발표 전날에 남자친구와 1박2일로 여행을 갔어요.

사귄지 2년이 되어가지만

수험공부 하느라 여행은 이번이 두번째였어요.

남자친구와 함께여서 즐거웠어요.

오붓하게 조용한 여행을 만끽했죠.

 

팬션에서 아침을 맞이한날이 합격자발표날이었어요.

제 휴대폰에 문자가 왔었나봐요.

남자친구가 먼저 확인을 했나봐요.

저에게 알려주더군요.

합격했다는 문자가 왔다고..

저는 남자친구에게도 문자가 왔으면 좋겠다 싶었죠.

그때! 남자친구 폰에도 문자가 오더라구요.

근데.. 확인해보니 스팸문자...

어쩜 그 타이밍에 스팸문자를 보낼수가...

 

그 이후로 남자친구는 저기압이었어요.

제가 이렇게저렇게 웃게 만들려고 했지만.. 그 분위기는 사라지지 않더라구요.

집으로 돌아가서 합격자명단을 다시 확인해봤지만 남자친구 이름은.. 없었어요..

 

눈물이 왈칵나왔어요.

나 혼자서 남은 과정을 준비할 생각에 부담스럽고, 불안하고, 초조하고...

남자친구와 함께 하지못한다는게 저를 더 괴롭게 만들었어요.

남자친구 혼자서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한다는게 너무 슬펐어요.

남자친구 혼자서 점심을 먹어야한다는게 너무 슬펐어요.

남자친구 혼자서 힘들게 공부하는 모습을 생각하니 슬펐어요.

나 없이 잘해낼수있을까..

나만 합격해서.. 미안해서.. 오빠 얼굴을 어떻게 봐야하나..

주변에서 축하를 해줘도 기쁘지가 않았어요.

오히려 눈물이 나오려고 하더라구요.

 

그렇다고 남자친구 앞에서 내가 이런 감정이다.. 말하기가 미안하고.. 그러네요..

다음 과정 준비하기가 싫어질 정도에요..

남자친구와 함께 합격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남자친구 생각만해도 가슴이 먹먹해져요.

 

저도 제 앞가림이나 잘해야 할판이지만..

제가 어리석은건가요..

 

남자친구가 저에게

괜찮아, 걱정하지마, 다음 시험에 꼭 합격할게^^

이렇게라도 말해주면 제 마음이 한결 나아질텐데요..

본인도 실망했을텐데 저 신경쓰기 힘들겠죠..

 

쓰면서도 눈물이 나네요.

바보같죠.

친구도 별로 없고.. 어디 얘기할 데가 없어서

판에다 끄적여봅니다.

 

넋두리 끝입니다.

혹시나 끝까지 읽으신분이 계시다면 감사합니다.

복받으실거에요^^

추천수58
반대수15
베플|2013.03.23 11:12
이래서 헤어진커플 진짜많이봤어요 남자가 자격지심 느끼면 여자가 아무리사랑해도 소용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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