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오기 전 집의 내 옷방들. 내가 뭐 밴쿠버 이멜다도 아니고 무슨 옷들이 저리 많냐고 물을지도 모르겠지만, 고가의 옷들이나 신발이나 가방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저 오랫동안 모아놓은 옷들이랑 액세서리들을 쪼로미 진열만 했을 뿐. 사실 옷을 잘 개지 못하는 나는 이렇게 쭉 걸어놓으면 몸도 편하고 마음도 편하다. 1층에 있던 작은 방 하나만 빼고 모조리 옷방으로 썼으니, 이 옷방들 (모두 세개였다) 을 모두 합치면 한국 평수로 33평쯤 되었다. 내가 이를 원했겠는가. 절대 아니올시다. 도치 남편 울 남편이 이 집으로 이사오기 전부터 1층은 내 옷방으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작정을 했던 것. 아이고야, 그래도 이 정도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는데, 전층을 옷방으로 만들지는 나도 진짜 몰랐다.
난 정녕코 큰 거울 하나 정도만 있고 넉넉한 수의 행어 정도만 있으면 좋겠다고 했고, 내 옷방의 색깔은 화사한 피치 색깔로 했으면 좋겠다고 정도만 했을 뿐이었는데. 남편은 이렇게 저렇게 꾸며주고 정리해주는 것만으로도 모자라서 시부모님께서 선물해주신 최고급 페르시언 카펫까지 깔아주며 나의 '야시짓'을 도왔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내 드레스룸도 누구라도 한번보면 기함을 하는데, 진짜 이 집의 내 드레스룸은 대단했다. 집을 팔 때 여러 사람들이 이 집 주인은 옷파는 장사하냐고 리얼터들에게 물어봤을 정도니.
아닌 게 아니라 장사해도 되겠다. 재미난 옷들이 많으니 사는 사람들도 재미있어 하겠다. ㅎ 아직 입어보지도 않은 웨딩 가운. 천사가 준 선물, 웨딩 드레스. 결혼을 했지만 웨딩파티는 없었던지라... 언젠가 입을 날이 있겠지. 그땐 울 딸내미가 화동하면 되겠네? 생각만해도 괜히 눈물이 나는구나...
모든 정리들을 남편이 도와주었다. 그의 손은 참 부지런하다. 정성이 손끝에 가득 묻어있다.
이때보다 지금, 신발수가 훨씬 더 많아졌다. 오, 신발들이여. 늘 부족한 듯 하여라.
다시 사진으로 보니 감회가 새롭다. 지금의 드레스룸과 정리법은 비슷하다. 다만 모든 계절의 옷들을 거의 한 룸에 모아둘 수 있었으니 이 집에서의 드레스룸이 훨씬 더 편했었다. 지금 옷방도 꽤 넓지만 계절에 따른 옷들까지 모두 걸어놓기엔 장소가 모자라 방마다 달려있는 붙박이장에도 내 옷들이 가득. 으... 진짜 도네이션을 좀 해야겠다. 이젠 애 엄마가 됐으니 좀 유아틱한 것들은 바이바이라도 할겸. (어, 아니면 몇해만 더 기다리면 울 딸내미가 슬슬 입기 시작할지도? 그러면 그땐 더욱 더 빈티지가 될지도?? 소장가치 확 증가??^^)
다시 한번 더 남편에게 고맙다. 자신보다 나를 더욱 더 우선순위에 두며 사는 사람. 내 기쁨을 자신의 기쁨으로 아는 사람. 사진에 보이는 옷가지들이나 신발들이나 액세서리 수가 많아보이지만, 내년에 만으로 마흔을 바라보는 나에게 명품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다. (난 몇천불짜리 가방을 살 수 있는 간덩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나에게 있는 진정한 명품은 나의 남편과 나의 딸, 그리고 그들을 혼신을 다해서 사랑하는 내 마음 정도.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어떠한 형편 아래 사람들이라도 마음이 명품이면 입고 걸치는 그 모든 것이 명품이 될 것.
마지막에 노파심으로 덧글을 붙이며. 나와 남편, 10평도 안되는 자그마한 월셋방부터 시작했답니다. 가지고 있던 것이라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과 부지런한 몸과 정직한 손뿐이었지요. 함께 부부의 연을 맺은지 11년째입니다. 좋은 팀웤 덕에 여러 집을 거쳐서 지금은 산과 강을 바라보이는 아름다운 곳에서 살고 있지요. 결혼을 시작하는 모든 분들, 마음만 있다면 뭐든 따라옵니다. 길이 열립니다. 힘내시고,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