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낮에 문래동의 도서관에 들렀습니다.
왼팔에 2라는 숫자가 있고, 등에 KUNKOK 이라고 되어 있는 점퍼를 입은 여학생의 왼쪽 자리에 앉았어요.
책에 열심히 줄을 긋고 연습장에 옮겨 적으며 공부를 하던데
그렇게 한 페이지 대부분에 밑줄을 그으면 강조의 의미가 별로 없지 않나 싶기도 하고,
학습실이 아니라 열람실이라서 책 찾고 내용 확인해 보고 대출하고 그러는 곳인데 공부하기에는 좀 시끄럽지 않나 싶었지만,
뭐 남 공부하는 방법이야 제가 상관할바가 아니니까요.
대략 한시간 반 정도 지나서 제가 원하는 부분이 해결되어 나가려는데, 아직도 그 여학생은 밑줄을 치면서 공부하고 있네요.
그런데, 책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기고, 저는 왼쪽에 있었으니까 이전에는 안보이던 책의 옆면이 좀 더 많이 보이게 되잖아요.
그 책 옆면에 도서관 책이라고 찍혀있는 도장이 보입디다. 헐.
그러니까, 그동안 열심히 밑줄, 동그라미, 네모 그리며 공부하던 책이 그 학생 것이 아니라 도서관 책이었던거지요.
일단 사서쪽에 가서 알렸습니다. 사서분이 여학생 쪽으로 가시더니 무슨 대화가 오고 갔습니다.
도서관에서 일어난 일이니만큼, 사서분에게는 알렸으니 그냥 갈까 하다가,
그래도 이건 대학 점퍼 입고 다니면서 할일은 아닌것 같아 다시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저기요, 죄송한데요' 했더니 저를 쳐다봅니다.
'잠시만요' 한다음에 그 책을 집어들어서 책 표지와 내용 부분 몇장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여러분한테 알려드리고 싶어서요.
(책 사진을 찍다보니 해당 학생의 점퍼 일부의 디자인이 정확히 찍힌 사진도 있습니다만,
혹시나 신상캐기로 번지게 될까봐 그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해당 열람실이 어느정도의 소음이 허용되는 곳이라고 한들, 오래 시끄럽게 있고 싶지 않아서 모든 페이지를 다 찍지는 못했어요.
정말 훼손이 심각한 페이지도 있었는데 그걸 찾고 있을 수가 없어서 그냥 대충 펴지는 쪽만 찍었습니다.
건국대학교에서는 도서관 책에 줄치면서 공부하라고 가르칩니까?
소크라테스 공부해서 뭐합니까, 남의 책에 줄치면서 공부하는 수준인데.
그나마 줄 긋고 동그라미 쳐놓은 부분을 보면 어디를 강조해야 할지 제대로 아는 것 같지도 않지만요.
도서관 책에 줄긋고 그러면 안된다는건 초등학생도 알것 같습니다만, 대학생이 되어서도 여전 그걸 모를 정도로 배움이 앝은건지,
아니면 줄그으며 공부하는 것이 이해가 쉬우니 남이야 어떻든 나만 공부 잘 되면 공공재는 훼손해도 된다고 생각할정도로 이기적인건지,
그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런 독보적인 비상식은 도대체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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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톡에 글 적기 전에 먼저 디씨의 건국대학교 갤에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어요.
자성의 반응이 있을 줄 알았더니 현실은 이렇더군요.
욕도 많고 시비도 많고 뭐 다 캡쳐해서 올릴 수가 없어서 일단 중간에 한페이지만 올립니다만.
자성과는 거리가 먼 저런 반응들은 그렇다 쳐도,
그보다 문제가 되는건 사실 관계 자체에 대한 의심이었습니다.
캡쳐된 부분에도 인증이 없다는 반응이 있는데,
아예 그 아래에는 어디서 사진을 가져와서 건국대학교를 비방하는 다른 학교 학생일거라는 의심도 있더군요.
신상캐기가 될까봐서 주저했던 사진입니다만,
사실 여학생의 얼굴은 전혀 찍히지 않았고 머리카락의 일부만 찍힌 사진이고,
모르는 사람들이 이 사진으로 이 학생을 알아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해당 사건 자체의 사실 유무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사진이니만큼, 올립니다.
건국대학생 수준, 이렇습니까?
건국대학교는 학생들한테 소크라테스 공부시키기 전에, 도서관 책에 낙서하면 안된다는 것부터 가르쳐야 할 것 같군요.
덧붙여, 부끄러운 일은 반성을 해야지 욕하고 시비걸면 안된다는것도 함께 가르칠 필요가 있어 보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