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을 굉장히 오래 탄 친구가 있다
중학교 뭣모를때 어쩌다 잠깐 사귀고 만 인연이 이어져 칠년동안 사귀는 사이는 아니지만 거의 사귀는 듯한 챙김과 다정한 말투 걱정 질투등의 썸이 이어져 왔다
말이 좋아 썸이지 사실상 어장관리였음을 인정한다
심지어 나에게 남자친구가 있을 때 조차도 그친구와의 은근한 썸은 계속되었다
남자친구에게는 친구라는 명목하에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애정을 드러내는 그 친구를 난 차마 칼같이 끊지 못하였다
"근데 넌 그 남자가 왜 좋냐?"
"귀여워서ㅋㅋㅋㅋㅋ"
"내가 더 귀여운데 난 왜 안되고?"
"너가뭐 되고 안되고가 어딨어!"
그 친구와 나 사이에선 이런 대화들이 수도없이 오갔다
장난인듯 진심을 담은 많은 대화들..
그 친구가 전적으로 나에 대한 관심을 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연인관계로 이어지지 못한데에는 나의 태도탓이었다
현재 내 나이 23살. 많다고 하기엔 아직 철부지이지만 성격만 보고 사귀기엔 그 친구는 여러가지로 걸리는게 많았다
그 친군 학벌도 지방 전문대였고 비전이나 꿈이 명확하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했을때 난 그래도 서울 상위권 사년제 대학을 다니고 나름 뚜렷한 장래희망이 있고 외모도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 나와는 레벨이 맞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그래 막말로 내가 남자친구가 없고 외로울땐 나쁜맘에 '뭐 까짓거 잠깐 사귀다 딴 남자 생기면 그 남자 만날까 나 좋다는데 뭐' 하는 맘은 들긴 했지만 그래도 아닌건 아닌거였다
그렇지만 끝내 떨구지 못한 이유는 중학교때의 추억
그리고 누군가 나를 좋아해 주고 있다는 그 묘한 우월감
무엇보다 성격. 같이 있으면 너무 즐거웠다
끊임없이 나를 웃게 해주었다
차라리 이 친구가 나를 좋아하는게 아니였음 싶었다
너무 재밌고 만나면 잡념들이 사라지게 해주는 그냥 친한 친구이고 싶었다
그렇게 썸아닌 썸이 이어지는 동안에
나는 사귀던 남자랑 헤어지고 다른 남자랑 사귀게 되었다(현 남친)
또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를 택한 나에게 그 친군 충격에 말없이 페북친구까지 끊더라
나역시 그의 태도가 무진장 섭섭했지만 내가 섭섭해 해선 안된다는 맘에 말없이 있었다
며칠 후 그 친구에게 또 다시 아무렇지 않듯이 연락이 왔고 또다시 애정공세를 했다
"이번에 또 어디가 그렇게 좋아? 나는 왜 안되는 거야? 난 정말 너가 좋아 그 마음 하나야"
더이상 안되겠다 싶어서 서서히 멀리했고
원래 애교 많던 나의 말투를 확 바꿔 단답으로만 일관했다
화났냐며 무조건 미안하다고 하는 친구에게
화난거 아니라고 이제 남자친구에게만 애교를 부리겠다고 하였다
그러고 한동안 연락이 없었다
뒤늦게 그 친구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왜인지 모를 배신감 섭섭함...
슬퍼하면 안되는데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