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 초반?의 여자입니다.
4년째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어요.
사람만을 보면 너무 좋은 사람이에요.
성실하고 책임감 있고 자상하고 여자문제 없고 배려심많고 재주도 많고 착해요. 인격적으로 갈고닦인 사람이랄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남자라고 생각합니다.
단점은 담배하는 것. 입에서 욕이 감탄사처럼 나온다는 것.
(누군가에게 욕하는게 아니라 그냥 감탄사)
아무튼 저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지요.
남친은 전문대 휴학한 후,현재 산업기능요원으로 회사다니며 돈벌고 있고 동시에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거죠.
아주 좋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최근들어 남자친구한테 확신이 서질 않아 마음이 너무 무거워요. 욕먹을 것이라 예상하면서도 글을 쓰는 이유는 쓰면서 생각도 하고싶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알고싶어서에요. 주변사람들에게 절대 말 못할 얘기들이니까요.
남자친구네 집은 어려워요.많이요.(다행히 가족들간 사이는 아주 좋아요!)
집은 단칸방 월세이고 노후준비 겨를 없으신 것 같아요.
남친 아버지께서 오랫동안 일 하지 않으시다가 최근에 막노동?하시는 것 같긴 한데 그것도 얼마나 갈진 잘 모르겠어요. 여태 워낙 일을 자주 그만 두시곤 했고 요즘은 어디어디 아프시다고... 또 남친 아버지께서는 술담배 엄청 좋아하시는데, 아주 자주 남친 퇴근 길에 술 사와라,담배 사와라 그런 부탁 많이 하세요. 남친은 거기에 한마디 대꾸도 없이 사다드려요.
어머니 거의 혼자 식당일을 하시며 벌어 두형제 키우셨던 듯해요.
남친이 회사 다니면서 돈을 벌어요. 벌어 모아놓은 돈 몇백만원 무슨 이유에서 빌려달라 가져가시고, 또 친척명의로 신용카드 쓰시는데.. 카드값 메꿔야한다,뭐 한다해서 몇십만원,퇴근하는 길에 뭐사와라 뭐가져와라 그런식으로 되서...남친이 그 가난을 물려받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집이 힘들면 돕는 것이 당연한 거지만..남친은 평생을 엄마아빠 모셔야하는 형편이니..
남자친구는 자신이 보살펴야 할 사람들이 많다고 말해요.
어릴적부터 엄마 힘드신거 보고 큰 남친은..보통 남자들보다 자모애가 강한 편이고 엄마에 대한 동정심,사랑,연민 같은 것이 많은 편입니다. 스스로도 그렇다고 하고 누가봐도 그래보여요. 엄마가 부탁하는 건 무조건 들어주고 싶어하고 엄마생각에 마음아파 눈물 흘릴 때도 있어요.
자기도 학교 장학재단에서 대출 받아 다녔으면서, 동생 학비를 자기가 대주고싶다고 말하는 맘 좋은 사람..
그런 남친을 보면서..저는 이기적이게도..나는 저사람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남친을 사랑하고 책임감 강한 사람이라 우리 둘의 미래를 꿈꾸며 만나왔지만.
저는 언제 취업될지 얼마나 벌게 될지 아무도 모르죠.
남친은 경제적으로 끝까지 가족들 챙겨야하는데..
제 코가 석자라 그런지, 남친과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무능하고 남친의 어깨는 무겁고.
남친네 집이 일어설 수 있을 거 같아보이지도 않아요.
아직 학생인 동생이 있고 한달벌어 한달 사는 형편인데, 발전가능성있는 직종에서 일하시는 부모님도 아니시니..
언젠간,보통 남자들보다 빨리, 남친이 가족생활비를 다 해결해야하는 형편.
자기는 굶어도 자기 가족은 안굶게 할 자신 있다는 그.
답답하고 이런 생각해서 미안하고 능력없어 미안하고 너무 착한 남친이 짜증나기도 하고..
미래가 안보이는데 이 연애 계속해야하나 싶기도 했다가,
이런 남자 세상에 또 어딨을까 싶기도 하고.
이남자랑 더 사귀었다가 ㄴㅏ중에 결혼적령기가 와서 남친형편 감당 못해 헤어지면 나는 어쩌지? 이런 생각도 들어요...몇년씩이나 사귀었다 헤어지면 나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행복하게 누군가와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
그렇다고 내가 남친 버릴 수 있을까? 지금 남친이랑 형편을 이유로 헤어지고 새로운 사랑을 한다는게 웃긴거 아닌가? 싶기도 해요.
너도 나도 보통만큼만 벌고 우리둘이 보통만큼만 살 수 있으면 좋을텐데..
너도 ㄴㅏ도 힘내서 보통만큼은 벌수있어도..가정환경은 맘대로 되는게 아니니..
제가 아주 유능하다면 남친 형편이 어떻든간에 걱정없었겠단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지금 저한테 있는 건 쪼끔 알아주는 학교 학생이라는 거뿐.
저도 어쩔 수 없는 속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