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알바하고 있는데 어떤 한 아저씨가 허름한 차림으로 들어왔습니다.
근처 공사장에서 오셨는지 흙먼지가 뿌옇게 쌓인 작업복을 입고 계시더군요.
하얀 운동하는 이미 자기 색깔을 잊은지 오래인듯 보였고 머리카락 상태도 좋지 않았습니다.
전 생각했죠.
'노숙인? 아니면... 알콜중독자인데 돈이 없어 일용직으로 공사판에 다니는 분인가?' 라고요.
그래서 속으로 한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뭐... 두가지 경우다 안타까운 경우잖아요?
계산대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막걸리를 꺼내 오시더군요.
그러더니 저에게 "학생.. 이걸로 계산이 될까..?" 라며 돈을 보여주시더군요.
근데 그 돈이란게. 정말 어의없게도.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용 지폐 였습니다.
아시죠? 그 하드보드지 같은걸로 약간 투툼한 종이에 실제 지폐보다도 자그마하며,
앞만 프린팅 되어있고 뒤에는 그냥 회색종이인... 그런 싸구려 종이 장난감이요.
전 순간 당황했습니다. 장난? 진심? 의아했죠.
그 아저씨를 다시 한 번 살펴보았습니다.
굉장히 주늑들고 조심스러운 모습, 움추린 어깨. 불안한 시선.
연기는 아닌 것 같고... 뭔가 좀 이상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여쭈어보았죠.
이 돈은 어디서 받아오신 거냐고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황은 그랬습니다.
돈이 없어 여기저기 일용직으로 생활을 버티시다가 운 좋게도 착한 사람이 본인을 채용해줘서
2개월전부터 일하고 있는데, 돈을 주지 않더라. 주변사람들이 돈을 달라 말해보라고 해서
말했더니 이것을 주더라. 막걸리 먹고싶은데.. 이건 사용이 안되는 것이냐.
순간 눈물이 차오르더라고요.
나이는 40대 중반은 넘어 보이셨고, 너무 외소하셨고, 오랫동안 안씻은 몸으로 다니신것 같더군요.
정신상태는 유아수준이였던 것 같은데 본인도 그 돈이 진짜 돈이 아닐 수 있다는 느낌은 받으셨더라고요.
그래서 저에게 그렇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신거였던거에요.
전 태어나서 제 일도 아닌데 그렇게 진심으로 화내본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적수준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이유로 평생 이렇게 나쁜 사람들에게 당하고만 사셨을것 같은
그 분 때문에 차오르는 분노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너무 분했어요.
그래서 그 아저씨께 그놈은 사기꾼이다. 이돈은 가짜다. 절대 이것으로 물건을 살 수 없다.
신고해라. 못하시겠다면 제가 도와드리겠다. 저랑 같이 경찰서로 가시자.
하지만 몇번을 말해도 싫다싫다 뿌리치시더라고요.
경찰서에 가서 그 악덕 사업자를 고발하면 자기한테 돌아올 화살이 무서워서 였을까요...
아니면 당장 점심을 챙겨줄 곳이 사라지기 때문이였을까요...
막걸리를 재빨리 냉장고에 다시 넣어두시더니 제 눈치를 보며 가게를 빠져나가려고 하셨어요.
그래서 잠시만 기다려달라 말씀드리고
막걸리, 과자, 오뎅, 김치, 맥반석 등 바로 먹을 수 있는 것들 몇개 담아 봉지에 넣어드리고
가지고 가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계산은 제가 했지요.
계속 눈치만 보시길래 손에 쥐어드리니 고개만 꾸벅- 하시고는 나가시더라고요.
저는 지금까지도 분노가 가라앉지를 않습니다.
너무 분해요. 가족없이 외롭게 평생 당하고만 사셨을 그분을 대신해서 뭔가 해드리고 싶어요.
그 투박한 손으로 장난감 지폐를 내밀던 것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제가 경찰서에 신고하는게 맞는거겠죠?
어차피 편의점에는 다 cctv가 있으니까 아저씨도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니면 본인은 원치않는데.. 제가 괜히 나서는 것일까요..
그래도 그 악덕업주한테 당하고 있을 사람이 한둘이 아닐 수도 있다 생각하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