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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잔 브레드 (Artisan Bread)

이봉주 |2013.05.02 16:24
조회 376 |추천 0

빵은 자주 굽는 편이긴 한데 르방 (Levain; Starter, 효모, 자연발효종) 을 만들어 빵을 만든 것은 처음이었다. 몇일동안 우리집에 머물렀던, 파티셰가 되기 위해 좋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곧 졸업하는 친구로부터 배운 팁으로 빵을 만들어보았다. 그 친구는 빵이든 뭐든 정확한 방법으로 제대로 배웠기에 계량컵이나 저울이 없는 우리집에서 시범을 보이는 것은 어려웠을 터. 그래도 고맙게 보여줘서 그것을 기억했다가 오늘 내 손으로 만들어 본 것.

 

 

일단 르방은 밀가루, 이스트, 따뜻한 물을 섞어 자연스럽게 발효되기를 기다렸다가 두배 이상 부풀어오르면 좀 덜어내서 본격적인 빵 반죽에 넣으면 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난 계량컵이나 스푼이나 저울 등을 빵만들 때도 쓰지 않는다. (베이킹에 경험이 없는 자는 절대로 이런 태도를 가지면 안된다. 레서피대로, 계랑대로 하시기를.) 그래서 내 눈으로 보고 내 손으로 기억한 것을 믿고 그대로 반죽에 들어갔다. 좀 질다, 싶은 농도다. 밀가루는 멀티그레인 강력분과 호밀가루, 통밀가루를 각각 섞고 - 이또한 내 마음대로의 비율이라 어떻게 말해 줄 수가 없다. 다만 멀티그레인 강력분과 호밀가루는 거의 동량으로 쓴 것 같다 - 르방을 넣고 따뜻한 물도 좀 넣어 대충 반죽했다. 이것으로 1차발효 들어간다.

 

 

 

 

 

 

르방은 길쭉한 통 같은 곳에 만들어두고 빵 만들 때마다 조금씩 덜어내쓰고 다시 밀가루를 넣어줘서 피딩하면 계속해서 자라는 자연발효종이 된다. 그 옛날 유럽의 아줌마들이 부엌 한켠에 늘 이 효모를 기르고 있었을, 그런 모습을 재현해내면 되는 것이다. 오늘 만든 나의 르방은 아마도 오랫동안 내 부엌에서 자랄 것 같다.

 

 

 

 

 

 

 

내 친구는 르방을 만들어놓고 이 용기에 맞는 뚜껑을 꽉 덮어놓았는데 르방이 발효되면서 가스를 만들어내며 뚜껑을 심하게 빵! 열어버리는 바람에 한밤 중에 르방 옆에 있다가 식겁을 했다. 그러니 그냥 랩으로 씌우고 고무줄로 묶어주는 게 좋을 듯 하다. 르방을 만드는 방법이나 피딩 방법은 내 친구가 가르쳐준대로 하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자랄 것 같다. 빵, 에 있어선 나의 아줌마 직감을 믿는 편. 아침에 르방을 만들었고 하루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1차 발효까지 끝내놓았다. 집에 돌아오니 빵 반죽은 잘 부풀어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성형에 들어갔다. 대리석 카운터탑에 반죽을 엎어놓고 빵 성형을 해도 좋지만 코팅 잘 된 쿠키 시트 위에 밀가루 솔솔 뿌려놓고 성형을 하면 치울 일도 줄어들고 그 시트 위에서 그대로 발효 & 굽기 까지 이어지면 되니 무척 편하다.

 

 

 

 

 

 

 

 

 

사진으로 보니 내 손엔 진짜 살이 없다. 몸에도 살이 좀 없다. 많이 먹어야 살로 갈텐데, 양이 차면 숟가락을 딱 놓아버리는 얄궂은 버릇 때문에 살이 찌지 않는지, 먹는 양보다 더 많은 양의 활동을 해서 그런지... 여튼, 여러가지 모양으로 만들 수 있는데 난 그리 크지 않는 크기로 슬라이스해서 뭘 발라 먹고 싶은 용도로 빵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하여 살짝 날씬한 두덩이로.

 

 

 

 

 

잠시 놓아두면 조금 더 부푼다. 겉면이 살짝 바삭해지면서. 오븐 온도를 화씨 400도로 맞추고 난 뒤 - 난 컨벡션 기능을 이용했다. 아주아주 크리스피한 크러스트를 위해서 - 빵에 모양을 냈다. 하나는 가위로 하나는 칼로.

 

 

 

 

 

 

 

 

온도가 오른 오븐의 중간 랙에 빵을 넣어 굽는 동안 치즈 스프레드를 만들었다. 크림치즈와 고트 치즈를 선택했고 페르시언산 최고급 건포도와 최상품질의 호두를 다져 넣기로. 살짝 단 맛을 위해 벌꿀도. 이 모든 걸 믹스해서 빵에 발라 먹기로.

 

 

 

 

 

 

 

 

한 35분 정도 구운 모양이다. 빵을 꺼내서 밑면을 두드려보았을 때 둔탁하면서도 선명하 소리가 나야한다. 물론 색깔도 노릇노릇 잘 나와야하고. 내가 쓰는 호밀가루가 다크한 것이긴 하지만 나는 조금 더 어두웠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에 구하러 다녀봐야겠다.

 

 

 

 

 

 

 

탕탕,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잘 구워졌다. 집에서 빵을 구우면 아주 뜨거울 때, 식기도 전에, 마구 잘라 먹을 수 있느 사치를 누릴 수 있다. 사진 찍을 때 김이 모락모락 났는데 사진엔 잘 나오지 않는다. (사실 식힌 뒤에 잘라야한다. 사진 찍는다고 빵칼로 잘랐지 그렇지 않았으면 아구아구 뜯어먹었을 수도 있다.)

 

 

 

 

 

 

 

 

 

르방을 이용해서 처음 만들어본 것 치고는 텍스쳐가 괜찮게 나왔다. 겉은 아주아주 러스틱 & 바삭하고 안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다.

 

 

 

 

 

 

구멍도 좀 생겼다. 난 빵 안에 뭐 넣어서 굽지 않는 걸 좋아하긴 하는데, 나중엔 올리브를 좀 넣어 만들어볼까 한다.

 

 

 

 

 

 

만들어놓았던 치즈 스프레드도 올려서.

 

 

 

 

 

밤 11시에 굽고 먹었다. 세숫대야만한 디카프 라떼와 함께.

 

 

 

 

 

가위집 낸 빵을 잘랐으니 일자로 쭉 그은 빵도 한번 잘라보고.

 

 

 

 

 

 

 

참하다. 이건 내일 아침에 먹어야지. 르방이 계속 살아있는 동안 피자든 라이 브레드든 발효빵을 쉽게 구울 수 있겠다. 아... 브릭 오븐이 유혹한다. 이곳에 비만 많이 오지 않는다면, 뒷뜰에 하나 들여놓고 싶다. 이런 빵을 브릭오븐에서 구워내면 진정 환상일텐데.

 

 

다들 침 닦으시길.

 

 

Love from Di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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