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추가)알고보니 잘 사는 집 딸이네요

한남자 |2013.05.19 11:00
조회 116,919 |추천 140

안녕하십니까.
일단 저는 결혼 적령기의 남자입니다.
주변에 여자인 친구들이 거의 없고,
지방 출신인데다가 근무하는 환경도 남자가 태반인지라
가끔 보던 판에 어렵게 여쭤보려 지인의 아이디를 빌렸습니다.
아무래도 제 입장 위주로 생각해 주는 제 지인 즉 남자들의 입장은 좀 객관성이 떨어지는 듯 하여..
휴대폰으로 이런 거 써보는 게 처음이라 몹시 당황스럽네요;;; 이해부탁드립니다.


저는 사귄 지 1년이 되어가는 사랑스러운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그녀도 저도 서른이 넘었기 때문에 결혼 생각을 하고 있구요.
요즘 젊은사람들 같지않게 참하고 성실하고 예의바른,
힘들어도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하는거라며 즐길 줄 알고,
엄한 집에서 가정교육도 제대로 받고 어른 공경할 줄 알며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겐 약한 제겐 정말 천사와도 같은 현명한 여자입니다.

여자친구 이야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네요.
작은 것 하나까지 정말 바른 사람이구나, 사랑 많이 받고 자랐구나 싶은 사람입니다.



각설하고,
서로에 대해 알아갈수록 조금씩 제 자신이 초라해보입니다.

처음엔 몰랐어요.
나이가 있다보니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서로 오픈해갔고,
항상 서로 배려하다보니 실례가 될 법한 얘기는 안 했거든요.

저는 속칭 SKY는 아닙니다만 나름 괜찮은 대학 나와서 현재 공기업에 재직 중이고,
저희 부모님은 서울에서 마트를 운영하고 계시는 1남 1녀 중 장남입니다.
요즘 대형마트들이 워낙 많지만, 저희 집이 위치한 곳이 크게 부자 동네도 아니고 대형마트까지 가려면 차를 끌고 이동해야 하지 않습니까.
저희 집은 슈퍼보다는 조금 크고 동네가 주택가다보니 어느정도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은 발생하고 계셔 부모님 노후는 걱정이 없습니다.
제 여동생은 학교 교사로 근무 중이라, 가족이 각자 앞가림은 잘 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쓴다고 쓰긴 썼는데 다소 주관적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녀는 특정 전공을 나와 해당 직종에서 쭉 근무하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전공이라 벌이가 매우 높지는 않더라도 안정적인 취업이 보장되는 전공입니다.
일부러 취업난과 구직난을 고려해 전문직을 선택했다고 하더라구요. 또한 본인이 몹시 행복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2녀 중 장녀인데
아버님은 외국계 회사의 임원으로 근무하고 계시며
어머님 역시 중견 회사의 이사 자리까지 근무하신 굉장한 커리어 우먼이십니다.
여동생은 예체능을 전공하고 현재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구요..

부모님 댁이 같은 서울이지만 동생과 함께 직장 때문에 자취를 하고 있는데 그 집이 부모님 소유의 집입니다.
현재 부모님께서 거주하시는 아파트 또한 40평대며
부모님 두 분다 직장을 정년까지 다니셨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두 분 다 받고 계시답니다.
노후대책으로 경기도 모처에 아파트 한 채를 사 세를 받고ㄱ계시며, 얼핏 하는 말론 오피스텔 한 채가 더 있는 것 같습니다.

객관적인 상황만 작성하고 있는데도 조금씩 자신이 위축되네요.


여자친구는 자기네 집이 중산층일 뿐이라고,
부모님이 노후 대비 해놓으신게 얼마나 다행이냐 합니다.
상류층 입장에서 여자친구네는 중산층이겠지만,
그냥 검소하게 자란 제 입장에서 여자친구네는 몹시 상류층입니다.

알았으면 안 만났을지도 모르겠어요. 부담되서..
그러나 그녀는 데이트 비용도 제게 부담주지 않으려하고,
제가 차로 이동할 때가 많으니 오빠는 기름값도 나가지 않냐며 어디 놀러갈 때마다 더 배려해주고,
심지어 저 몰래 카드를 바꿔 본인 카드로 기름값도 계산해주는 써프라이즈도 해줄 정도로 배려심 있습니다.
명품백 하나 없고 명품신발 하나 없고
자기는 그런데 별 관심이 없다하고 백화점보다 시장을 좋아하고
조용한 곳에서 책 보거나 영화보거나, 맛있는거 먹으러가는 소소한 데이트를 몹시 좋아하는 그녀였기에
그저 나랑 비슷하게 평범한 사람과 평범한 사랑 하는구나 하고 저 또한 행복했고
멋지고 당당하고 올바른 그녀를 만나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저에게 과분할만큼 좋은 사람만나 행복한데,
가정환경이 차이가 나 스스로 좀 걱정이 됩니다.
더 좋은 남자 만나서 더 많은 거 누리며 살 수 있는데
평범한 수퍼마켓집 아들만나 평범하게 살 그녀에게 미안해집니다.

물론 이제는 서로의 가정환경에 대해 이야기하였고,
그녀는 부모님께서 나이들어도 계속 일하실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며 저보고 복받은 줄 알고 감사하라는 말까지 합니다.
그녀의 부모님이나 저희 부모님이나
자식들에게 부담주지 않으려 하시는 모습이 똑같다며,
그런 가치관이 양쪽 집안이 같은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며 그걸로 됐다는 얘기를 합니다.
실제로 사실이구요. 양쪽 집안이 환경의 차이는 있으나 부모님들의 마인드는 몹시 비슷하시더군요.

그녀의 부모님께서도 저와 저희 집을 마음에 들어하시고,
저희 부모님은 당연히 귀한 집 따님이 그것도 싹싹하고 예의바른 모습까지 갖추었으니 더할 나위없이 아껴주십니다.

결혼에 대한 준비는 서울에서 전세집 얻을 정도는 해놓았습니다.
밑바닥부터 시작하지 않고, 저 역시 안정된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힘들게 하지 않겠다는 자신은 있습니다만,
제겐 너무 완벽한 훌륭한 여자인 그녀가 저 혹은 저로 인해 힘들게 될까봐 걱정입니다...



모바일로 이런 거 써보는게 처음이라 화면상 어떻게 보일 지 모르겠네요.
다소 보기 불편하셨거나 너무 길었다면 죄송합니다.
객관적인 특히 이미 결혼을 하신 여성분들의 의견이 듣고싶어 올리니, 댓글 좀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어제 오전에 글 써놓고... 점심때까지 모바일로 흘끔흘끔 보면서 출근해서 감사의 댓글 달아드려야지 했는데

한 시름 덜고보니 댓글이 너무 많이 달려 일일이 감사 말씀 드리지 못해 이렇게 추가글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댓글들을 다들 읽기나 할까? 했는데, 본인이 고민을 토로하다보니 그 많은 댓글도 하나하나 다 읽게 되더군요.

 

 

 

많은 댓글과, 대부분의 네티즌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의견..

저희 둘 축복해주시고 잘 지내라는 의견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또한 저에게 기죽을 것 없다, 힘내라,는 응원의 메세지 역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자격지심 이야기를 많이들 해주셨더라구요.

음.. 지금 제가 느끼는 감정이 저는 자격지심과는 조금 다른 거라고 생각이 들지만 나중에 시간이 더 지나면 그게 자격지심으로 변하거나 굳어져 버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수많은 분들의 걱정어린 충고 기억하겠습니다^^

 

 

 

 

글을 쓰길 잘한 것 같아요.

저는 주변에 객관적으로 말해줄 여자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남자들끼리 그런거 있잖아요. 뭐 처가덕 볼 수 있으니 좋은거 아니냐, 요즘 여자 같지않다 땡 잡았다.

그런데 그건 제 입장이기 때문에.. 여자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나는 당연히 그녀를 만나 행복하지만 과연 그녀도 이렇게 환경이 다른 나를 만나서 행복할까? 하고요.

 

 

 

제가 이 판에서 보고 굉장히 충격을 먹었던 글 중에 하나가

소개를 받은 남자분이 키가 작고 차가 경차였는데,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구두를 사달라고 요구한 소개팅녀에 대한 남자분의 글이 있었습니다.

진실은 모르지만 어쨌든 키가 작고 경차에 구두를 사주지 않아 만남을 끝내버린 듯 했던..

그걸 보고 굉장히 놀라며 제 여자친구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더 해보게 된 것 같습니다.

 

 

허영심과는 전혀 다르게, 서른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명품백이며 명품구두에 관심도 없는 여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명품?백이 마이클 코어스 가방인데 그게 70 몇만원 하는 거래요.

그런데 파주 아울렛에 영화를 보러 갔다가 보니 그 제품이 40 몇만원으로 가격이 내려가 있는 걸 보고

'아 내가 가진 유일한 비싼 가방인데 저렇게 싸지다니 ㅋㅋ 좀 슬픈데ㅋㅋ'

정말 이런 식으로 유쾌하게 훑고 지나가던 그녀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엄격한 집안에서 사랑받으며 자란 그녀는 글 속의 소개팅녀와는 너무도 다르거든요.

사실 나는 가방에 관심이 없어. 그러니까 나는 못 사는게 아니라 안 사는거야. ㅋㅋㅋ. 라는 그녀는

비싼 돈을 주고 좋은 제품을 사야 하는 것과 그럴 필요가 없는 것에 대한 기준이 명확했어요.

 

어느 정도 잘 사는 집의 딸인데 정말 저렇게 감사할 만큼 바른 사람이구나 라는 걸 깨달으니

저런 사람을 제가 제 여자친구로 제 옆에 두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황송한 그런 기분.. 아시는지요;

제 친구들에게 말하면 반 이상은 팔불출이다 병신이다 비웃기 일쑤입니다만 정말 사실입니다.

제가 너무 못나보여 열등감을 느끼는 게 자격지심이라면

저는 자격지심이라기보다는... 감사하고 황송하다고나 할까...... 말이 좀 이상하지만;ㅣ

 

 

 

아무튼 여러분들의 말씀 정말 많이 새겨듣고 정말 많은 위로와 격려가 되었습니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을 정말 멋진 제 여자친구 우리 구슬이.

구슬이가 행복할 수 있도록 지금처럼 아니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 구슬이는 애칭입니다.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서 장난삼아 부른 건데 지금은 오로지 구슬이네요ㅋ

- 저는 글을 처음 쓰는데... 문체가 많이 겹친다며 농약같다고 하신 분은 다른 분과 착각을 하시는 듯 합니다만..

- 지방 출신인데 부모님과 함께 상경한 경우입니다 ^^ 설명이 부족해 착오를 안겨 드렸네요.

- 회사에서 쓰는 거라 좀 두서없고 정신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추천수140
반대수8
베플재즈|2013.05.19 11:31
그 여자분 행복하시겠어요~ 그런데 참고로 그런 사람일수록 자격지심 있는 남자는 질색팔색 합니다. 남자는 곧 죽어도 자신감! 내 여자 하나 행복하게 해주겠다, 는 각오로 결혼하세요 ^^
베플ㅎㅎ|2013.05.19 11:22
순조롭게 잘 흘러가는데, 왜 이렇게 열등감에 빠져 계세요?? 일부러 고민거리 만들고 계시네요. 부부가 서로 사랑하고 화목한 모습 보여주기도 바쁜데, 쓸데없는 고민은 이제 그만~! 돈이 없어보이는게 아니라 사람이 없어 보여요.
베플|2013.05.19 11:12
친구중에 님 여친분과 비슷한 조건의 아이가 있는데요 그런 사람일수록 상대의 인성이나 가정의 화목함을 최우선으로 따지더라구요 학벌은 자기와 비슷하게 좋은수준 찾고.. 그런 사람이 선택한게 님이니 너무 주늑들지 마시길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