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웃대(인생사프리님)
제가읽었던 이야기들중 재미나게 본 이야기입니다.
스크롤 압박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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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무슨 개소리람. 일주일 중에 내가 혼자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편의점 알바시간을 뺏겠다는 건가?
나는 뭔가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애써 표정관리를 하며, 물었다.
“왜? 안 피곤해?”
“네, 괜찮죠?”
“알아서 해.”
나는 최대한 짜증을 표출하며 말했다.
하지만 서주희는 내가 짜증나는 게 그렇게 좋은지 방긋방긋 웃으며 창고에서 의자를 가져와 내 옆에 앉았다.
누가 있어도 된다고 했지 카운터에 있으라고 했나? 보면 볼수록 짜증이 났다.
서주희는 어느새 챙겨놓은 캔 음료를 시원하게 까며 벌컥벌컥 마셨다.
“캬아!!”
어울리지 않은 탄성을 질러 대더니, 나에게 캔 음료를 들이대며 한 모금 하겠냐는 제스처를 취해보았다.
나는 인상을 한껏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서주희는 그게 웃긴지, 또 한 차례 까르르 웃더니 음료를 내려놨다.
“고마워요.”
“뭐가?”
“덕분에 많이 괜찮아졌어요.”
“그니까 뭐가?”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하게 하자 짜증이 치밀었다. 곱게 빗어진 뒷통수를 시원하게 갈기고 싶었다.
“귀찮게 연락 계속했는데, 꼬박꼬박 다 답해주시고... 새벽이 전화 걸어도, 졸린 목소리로 위로해 주시고...”
“.......”
정말 어이없는 년이다.
물론 답장이나 전화는 다 받긴 했지만, 위로는커녕 빨리 발이나 닦고 자라고 한 적도 있고, 쳐 울 거면 담장이나 잡고 울어라 라고 말 한적도 있다.
그런데 뭐가 위로가 됐다는 말인가?
“저기, 난 이해가 안 되거든? 내가 무슨 위로를 했다고.......?”
“그렇게 겸손하실 필요 없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 말 꼭해드리고 싶었어요.”
“.......”
굳이 고맙다는데, 일부러 난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괜히 더 말을 붙였다간, 꼬치꼬치 말대답하며 사람 짜증나게 만들 것 같았다.
나는 일단 수긍하며 대답했다.
“됐어, 뭐 그런 거 가지고. 난 신경쓰지 말고, 넌 어때? 좀 나아?”
“네! 이제 생각해도 괜찮아 졌어요. 요즘엔 악몽도 꾸지 않고...”
“거참 다행이군.”
“그렇죠?”
서주희는 한참동안 실실 웃으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대답도 잘 하지 않고 심드렁하게 앉아 있었지만, 서주희는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싱글벙글 웃어댔다.
“이제 가봐야 하지 않아?”
나는 인내심의 한계를 못 참고 뱉어내듯 말했다.
서주희의 얼굴에서 웃음이 점차 사라지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제가 있는게 싫으세요?”
그래 싫다 젠장먹을 년아, 내 개인시간 방해하지 말고 당장 꺼져 줘.
“아, 아니 그게 아니고 밤이 늦으면 차가 없을까 해서....”
“이미 끊겼어요! 걱정마세요.”
서주희가 다시 히~ 하며 웃어보였다.
그때 보이는 가지런한 이빨들을 외출시켜버리고 싶었지만, 생각뿐이었다.
나는 말없이 가만히 있기로 했다. 대꾸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포기하고 가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한동안 서주희가 조용해서 옆을 스윽 봤더니 고개를 떨구고 자고 있었다.
“뭐야, 장난치나?”
“.......”
“진짜 자냐...?
“.......”
“아오, 골때리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다음에 죽여야 할 사람은 서주희로 정하는게 어떨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야, 일어나.”
“으음....”
“서주희! 일어나라고...?”
“예..?! 아...”
서주희는 부스스 일어나더니 눈을 깜박거리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고개를 흔들때마다 긴 머리가 파도처럼 찰랑거렸다. 머릿결은 좋군.
사실 저번에 생각했듯 서주희는 꽤 반반한 편이었다.
화장도 그리 진하지 않았다.
이젠 더 이상 화장을 믿을 수 없었다.
지금 내 집에 갖혀있는 박지혜의 화장을 지울 땐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박지혜도 껌좀 씹은 년이라 본판이 딸리진 않았지만, 화장을 벗기고 나자, 눈이 반으로 줄어들었고 워낙 화장을 떡칠하고 다녀서 그런지 피부도 썩 좋지 않았다.
내 집에 생활하면서 성대나 엄지발가락은 잃었을 지라도 피부는 얻고 나갈 것 같다.
죽지 않는다면 말이지.
결국 서주희는 끝까지 가질 않았다. 중간 중간에 꾸벅꾸벅 졸면서도 집에 갈 생각을 안했다.
왜 안가느냐고 물으면 버스도 없고 돈도 없어서 집에 갈 수가 없다고 했다.
택시태워 보낼 생각을 해봤지만, 난 주희에게 한푼도 줄 마음이 없다.
안 그래도 방값 때문에 알바비도 못받는데, 이런 예상외의 지출은 사절이다.
그래서 결국 퇴근은 같이하게 되었다.
“와, 어쩌다 보니 진짜 밤 새버렸네요.”
“새긴, 계속 잤잖아.”
“헤~ 그래서 심심했어요?”
심심하긴 무슨 네년이 잠잘 때가 제일 시간 잘 갔다.
“.......”
“쑥스러워 하시긴...”
서주희는 졸린지 걸으면서 하품을 쩍쩍 해댔다.
내가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자 그녀는 무안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얼굴을 붉혔다.
“저... 오빠라고 불러도 되죠?”
“안돼.”
“네?! 왜요?”
“그냥.”
“칫, 됐어요! 내가 아쉽나?”
서주희는 툴툴거렸다. 삐죽 나온 입술을 향해 죽빵한방 클린히트로 날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렇게 버스 정류장까지 아무말도 없이 왔다.
조용히 걸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버스도 정류장에 도착한지 얼마 안돼 도착했다.
나는 지금 왜 여기까지 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데려다 줘서 고마워요.”
“어, 조심히 가라.”
“그... 저기...”
“뭐해, 빨리 타 버스간다.
버스가 도착 하더니 문을 열었다. 하지만 서주희는 또 무슨말을 하려는지 몸을 배배꼬며 망설이고 있었다.
“오빠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죠?”
“그래”
“그럼 다르게 불러도 돼요?”
“또 무슨말 하려고? 빨리 타라니까, 기사님 잠시만요 탈거예요!”
나는 당황해서 그런지 추운 아침인데도 이마에 땀이 흐르는게 느껴졌다.
“오빠 말구.......”
“...?”
“자...기...”
“?!”
서주희는 얼굴이 시뻘게져서 버스로 뛰어 들어갔다.
버스는 그대로 출발했고, 주희는 창가에서 웃으며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난 눈이 휘둥그레져서 버스가 사라질 때까지 움직일 수 없었다.
결코 고백따위을 받아서가 아니었다.
“후.....드.....”
내가 안보일 때까지 열심히 손을 흔들던 서주희에 뒷좌석엔 나를 보며 피식 웃고 있는 후드가 있었다.
땀이 한방울 더 내 볼에서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