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내일 약속했던 데이트를 하지 않아도 돼 다행이다’였다.
죽고 못 살 것만 같았던 우리는 2년을 채 채우지 못하고 헤어졌다. 언제부턴가 이해만 구하는 내 모습에 너는 서서히 지쳐갔나 보다.
최근 너는 ‘내가 예전만큼 좋지 않니?’ 라고 자주 물었다.
만나는 동안에는 곧 죽어도 아니라도 부정하던 내가, 헤어지고 나서는 너무 쉽게 ‘응’이라고 대답하니 너는 오히려 웃었다. 이별에 확실한 이유가 있으니 마음이 편해졌다며 씁쓸하게 또 옅게 웃었다.
서로의 물건을 교환하기 위해 나흘 만에 만났다. 하나도 변하지 않은 니모습이 평소보다 예뻐보였다. 내 허리를 감지 않는 너의 하얀 팔이 원망스러웠지만 결코 내색은 하지 않았다.
매일 너와 걸었던 그 길을 걸으면서 속으로 ‘헤어지지 말자’ 몇 번이나 되뇌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다시 만나자하면 또 니가 받아들일까봐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었다.
마지막으로 밥 한 끼 사주고 싶어 너와 자주 갔던 그 집에서 점심 먹고 헤어지자 했지만 이내 자신 없어져 뒤돌아서고 말았다.
그 날 나는 니 앞에서 참 오랜만에 울었다. 벌건 대낮에 사람 많던 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서 울어버렸다.
애써 눈물을 닦는 날 보고 오늘만은 내가 우는 모습을 볼꺼라며 달래주지 않았다. 간신히 눈물이 멎었을 즈음 너는 웃으며 내 어깨를 툭 치고는 떠났다. 내가 울어서 너는 웃었다. 뒤 돌아 펑펑 울꺼면서 떠나갈 땐 웃었다. 너는 예전부터 참 착한 아이였다.
일주일전에 니가 해놓고 갔던 밥을 다 먹었다. 밥솥을 비우고 나니 또 울적해 져 울었다.
일부러 돌려주지 않았던 너의 티셔츠 쪼가리를 부퉁켜 안고 펑펑 울었다.
이제는 돌이키기 애매해져 버렸다.
방 안 곳곳에 학교 곳곳에 서린 너의 추억이, 기억으로 변할 때 쯤이면
나도 웃으면서 니 생각 하겠지. 그 때 우리 참 좋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