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더라
지금 내가 고3이니까 딱 2년 전 이맘 때네
우리 고1 때 너가 자퇴했잖아
입학하고 2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얘기도 못해본 채 봐오기만 했던 널 좋아하는 내가 정말 미쳤다고 생각해
아마 내 망상으로 널 미화하고 꾸몄을지도 몰라
근데 모르겠어 너가 좋아
잘생긴 얼굴도 아닌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나 다시는 너 못 볼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도 너가 나온 중학교를 아니까 대충 그 근처에선 널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2년 동안 우연히라도 마주친 적 없어서 너랑 나랑은 절대 절대 인연이 아닌가보다 싶었어
수능도 얼마 안남고 또 거의 너를 완전히 포기할 때 쯤에 하필 너를 마주쳤다
5월 23일 금요일 오늘 말이야
수원역 지하상가에서 핸드폰 케이스 사는 것 같더라
하필 서점에서 책을 사고 한참을 걸어 나와 너가 있는 그 가게 옆의 계단을 올라가려던 내가 그 모습을 봤어
너랑 너무 흡사한 모습을 보고 사람들 지나다니는 가운데에 멈춰섰어
진짜 너무 놀라고 떨려서 한 동안 뚫어져라 쳐다봤어
모자 쓰고 있었는데도 알겠더라
이목구비..
그리고 가방 보고 알았어
너가 등교할 때 마다 메던 베이지색 가방
수련회 때도 가져갔던 가방
기억력 좋지 나?
진짜 막 너무 떨렸어
침도 꼴깍꼴깍 삼키고
마침 오늘 졸업사진 찍는 날이어서 평소 안하던 화장도 하고 친구들이 고데기도 해준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내가 정말 미쳤는지 너가 있는 가게 앞 구석에 멈춰섰어
그냥 가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았거든
2년 동안 널 보게 되면 어떻게 할 지 끊임없이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니 그런 것은 하나도 기억 안났어
그냥 후회할 것 같은 마음으로 멈췄어
괜히 핸드폰 보면서 누구 기다리는 척 하면서
혹시라도 너랑 같이 있던 가게 남자 직원들이 날 알아챌까봐 너와 핸드폰을 번갈아 보면서
진짜 당시에는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말이라도 걸어보려는 심산이었을까?
한참을 기다리니 너가 나왔고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널 따라갔던 것 같아
니 발걸음이 너무 빨라서 난 거의 뛰다시피 했어
결국 지하에서 바깥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놓쳤지만
정말.. 너무 허탈하더라
진짜 마치 귀신에 홀린 듯한 기분이었어
거의 역 지하를 한 바퀴 돌고 다시 내 갈 길을 가는데 너무.. 착잡하고 내가 너무 멍청하고 또 한심하고 그렇더라
너한테 아무것도 안 할 거면서 왜 널 기다렸고 또 널 따라갔는지 스스로 물어봤어
답은 없어 그냥 너였기 때문이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정말 너무너무 비참했는데 너 나름대로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