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슈퍼마켓의 확산이 재래시장을 발전시킨다?
작년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SSM 규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작년부터 국내에는 경제 민주화의 입김이 불어, 정부는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로 인해 대기업 유통업계의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신세계와 이마트의 주가가 각각 10.8%, 14.7%씩 하락했고 지난 5월 15일, 결국 기업은행이 약 2800억 어치의 주식을 매각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 혹은 중소기업이 이루는 전통 시장의 매출이 크게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형 슈퍼마켓의 확산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 성장을 이룩하자는 의견이 다시금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이라도 SSM 규제 법안을 철폐해야 하는 것일까?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는 SSM에 대해 알아 둘 필요가 있다. SSM(Super Supermarket) 이란 무엇일까? SSM이란 대형 유통업체들이 새로운 대형마트의 부지확보와 출점이 어렵게 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개인업자가 운영하던 슈퍼마켓 시장에 진출을 확대 하면서 생긴 중·대형 슈퍼마켓을 뜻한다. 매장면적 330㎡(약 100평) 이상, 3,000㎡(약 900평) 이하의 규모로, 대체로 일반 슈퍼마켓과 편의점보다는 크고 대형마트보다는 작다. 대형슈퍼마켓 또는 SSM(Super Supermarket; 슈퍼 슈퍼마켓)이라고도 부른다. 대표적인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GS리테일의 ‘GS슈퍼마켓’, 롯데쇼핑의 ‘롯데슈퍼’, 삼성테스코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신세계 이마트의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이 있다.
SSM 규제 법안의 취지와 내용은 무엇일까? 기업형 슈퍼마켓의 등장은 한층 다양해진 소비자의 수요와 구매 형태를 충족시키고 자유 경쟁시장 원리에 충실하게 부합한다는 측면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경쟁의 심화에 따른 중소 유통업체의 지속적 침체와 경쟁력 상실, 전통 재래상권의 붕괴에 따른 중소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 위협과 같은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에 공포된 법안이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대형마트와 대기업 슈퍼마켓(SSM)의 월 2회 강제 휴무제를 주요 내용으로 한 유통법 개정안이다. 이에 따라 전국 62개 지방자치단체는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을 의무 휴업일로 정했고, 현재 전국 150여 개 대형마트들이 한 달에 두 번 문을 닫고 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매출액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자. 위의 예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는 기업형 슈퍼마켓이 상당히 확산된 사회에 살고 있다. OECD 국가 중 최상위의 자영업자 비율을 보이는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상권을 장악할 경우, 중소기업과 전통 시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전멸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축소와 함께 고용 시장의 감소, 그리고 가계부채의 증가를 수반한다. 또한 대기업의 거대화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도 전에 빈익빈부익부를 가속화시켜 균형 잡히지 않은 성장을 이루게 될 것이다.
대기업의 막대한 자본과 해외 유통망 등을 보면, 자영업자들에게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해 주는 SSM 규제는 기업의 영업 자유 침해로 치부될 수 없다. 그들에게 공정한 경쟁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경제 민주화를 이룩해야 하며, 헌법 조항 제 119조 2항(경제 민주화)-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 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이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에서도 이에 대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SSM 규제는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사례를 통해 어떤 태도를 길러야 할까? 독일의 경우 엄격한 계획적 입지규제와 평일 영업시간 규제는 철폐하고 도시계획에 입각하여 사회⋅경제적 요구와 환경보전의 양립을 통한 지속가능한 국토개발의 관점에서 SSM 규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00년 이전까지는 「대점법」에 따라 대형소매점 진입 및 영업 규제 시행했으나, 최근의 통상 마찰을 계기로 경제적 규제에서 계획 시스템적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사전심사신고제를 통해 점포면적, 개점일, 폐점시각, 휴업일을 조정하는 사실상의 허가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보편성과 실효성 제고를 위한 계획 시스템적 규제로의 전환 필요한데, 소매점 운영주체가 대기업인 경우에 출점을 제한하는 것은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경쟁 제한적 시장개입으로서 정당성의 기반이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도시계획 차원의 판매시설 입지 규제는 대다수 시민들의 삶의 질과 도시전체의 균형 잡힌 발전을 도모하는 보다 보편타당한 가치에 입각해야 한다.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파트너십을 통한 자영소매점 및 지역 상권의 경쟁력 강화와 차별화 전략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식 마트가 전통 시장보다 위치적 접근성이나 편리성에서 우위를 선점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재래시장에는 정이 넘쳐나는 ‘덤’문화와 사람 부대끼는 재미가 있다. ‘온고지신’이라 하였다.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을 계기로 우리가 예로부터 지켜 온 전통 시장 문화에, 자영소매점들의 조합결성 등 조직화 노력을 정책적으로 촉진하여 규모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유인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현재 개별 점포 단위의 자영업 지원을 축소하고 협동조합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지원체계를 개편하고, 중소기업과 자영 소매 연합체는 공동물류센터 건립, 공동구매 활성화 등을 통해 대형마트와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 공급과 경영 현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품목의 차별화를 통하여 해당 품목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시장을 확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식료품점인 ‘The Fresh Market’은 100개 점포, 자산규모 9억 7,400만 달러를 자랑하며 소규모 점포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The Fresh Market’은 특히 조리식품 판매에 주력하여 메뉴의 순환, 저녁 테마 설정, 음식트렌드 주도 등의 차별화 전략을 바탕으로 판매량을 1년 사이에 2배로 증가시켰다.
어느 정도의 경제 성장을 이룩해 SSM가 만연해 있는 상황이라면,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누르고 막대한 이윤을 창출해 내려는 소수 대기업보다는 아둥바둥 버티고 있는 다수에게 경제 민주화의 기회를 주는 것이 더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전체 직종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33%를 웃돈다. 이들을 보호하는 법안을 마련하지 않음은 곧 다수의 소비자를 잃는 것과도 같다. 강력한 규제로 대기업을 억압하자는 것이 아니다. 도시 관리와 주민의 삶의 질 개선과 같이 보편적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규제를 통해 기업형 수퍼마켓의 행보를 일정 부분 제지하여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다. 모두가 상생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우리는 보다 민주적인 경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자료 (두산백과 / 경기개발연구원 - 대형소매점 규제의 해외동향과 정책대응 / 시장경영진흥원 -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매출액 / / OECD(2008). StatExtracts DB /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전통시장 매출 11.1%↑ / “Independent Grocers Solidify Differentiation Strategies”, Supermarket News(2011.2.14.) / The Fresh Market 홈페이지(www.thefreshmarke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