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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수필후기

스라라 |2013.06.10 23:15
조회 69 |추천 0

01

어느 날 누군가 나에게 여수 밤바다가 보고 싶다 말했다.

그리곤 몇 일 뒤 여수 밤바다를 보고 부산을 들려 다시 서울로 오는 여행을 준비했다.

하지만 여행을 몇 일 앞두고 우리 둘 사이엔 그저 즐거울 만한 여행이 아닐 일이 생겼다.

2013년 서서히 더워지는 어느 날, 우린 무엇인가를 보고 느끼고 즐기는 여행이 아닌 그저 비우기 위한 여행을 떠났다.

떠나는 그 날 아침까지도 우리 둘이 아닌 그저 나 혼자 떠나는 여행이 될뻔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그래도 우린 용산 역에서 만났고 오후 2시 7분 여수 행 KTX에 올랐고 우리 둘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02

각자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들이 있었을지 몰라도 누군가 보기엔 그저 즐거운 여행의 시작을 하고 있는 둘의 모습이었을 것 이다.

서울을 빠져나가자 차창 밖 풍경은 녹색으로 차기 시작하였고 그날따라 유난히 바깥 풍경들이 현실보다는 장난감으로 만들어진 세트 장 같았다.

대전을 지나기 전 이미 내 옆에 누군가는 서서히 내 어깨를 베고 잠들어갔고 나는 한동안 잠들지 못하곤 여러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도 순간 잠에 빠져들었다. 나는 오래 잠들지 않고 금새 눈을 떴고 내 옆에 누군가도 몇 번 뒤척이더니 뒤따라 눈을 떴다.

그리곤 다시 누가 봐도 그저 즐거운 여행을 떠나는 둘로 보이는 대화를 하였고 그 동안 기차는 논산, 구례, 곡성, 순천을 지나쳤다. 그렇게 2시간 정도 흘렀을까 오후 5시 30분경에 여수 역에 도착하였다.

 

03

우리는 숙소까지 택시를 타지 않고 천천히 얘기도 할 겸 여수 바다를 따라 걸어서 가기로 했다. 예전에 여수를 와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와는 달리 엑스포를 한다고 이것저것 많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잠시 둘의 대화 주제는 엑스포 때문에 들어선, 하지만 벌써 쓸모 없게 보이는 듯한 건물들에 대한 불만으로 채워졌다.

잠시 후 대화소재가 떨어져 갈 때쯤 바다풍경이 나타났고 잠시 어떤 대화도 필요 없이 둘은 바다를 보며 아주 잠시나마 각자의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다시 대단한 주제도 아닌 얘기들로 둘의 대화를 채우며 걷고 산길도 지나고 잠시 언덕 위 팔각정에서 땀도 식히고 그리고 다시 걷고 산을 넘어서 바닷가 근처에 위치한 숙소에 다 달았다. 숙소 안 창 밖으로는 여수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고 저 멀리 돌산대교도 보였고 장군도도 잘 보였다.

접안 되어있는 여러 고깃배들을 보며 새벽에 조업을 위해 나가는 배들 소리에 눈을 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바로 짐을 풀자마자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이 있는 돌산대교 방향으로 다시 바닷가를 따라 걸었다. 생각과는 달리 사람들이 적어 조용하게 같이 걸을 수 있었다.

걷는 동안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바다가 근처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직 해가 지지 않았지만 포장마차에서 벌써 한잔하고 있는 아저씨들도 보였다. 이러한 풍경들이 다 평화로워 보였고 내 마음도 그저 이 순간 느낌 그대로 평화로워지고 있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이순신 광장을 지나 식당이 있는 골목에 들어 섰다.

예전 여수에 왔을 때 저녁을 먹기 위해 들렸던 식당을 다시 찾아 들어갔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서대회와 장어탕을 주문했다. 서대회는 여수지역 쪽에서나 먹을 수 있는 지역음식 같은 것인 데 서대라는 생선을 초고추장과 여러 야채들에 무쳐 내어준다. 그리고 장어탕은 말 그대로 장어를 추어탕 느낌이 나는 식으로 끓여 내어준다.

그리고 밥을 큰 스테인리스 그릇에 참기름을 살짝 뿌려 주는데, 그곳에 잘게 썰어놓은 김을 얹고 서대회를 적당히 올려 비벼 먹으면 된다.

내심 내 입맛에는 잘 맞지만 나와 같이 간 그 누군가 에겐 안 맞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너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저녁을 먹고 가게를 나오니 벌써 밖은 캄캄해졌고 드디어 여수 밤바다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 왔을 때는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가 없었는데 이번엔 노래를 듣고 다시 보니 느낌이 달랐다.

노래 덕분에 여수 밤바다가 유명해진 것일까 여수 밤바다가 그만큼 예뻤기 때문에 좋은 노래가 나올 수 있었던 것 일 까. 내 옆에 그 누군가가 그토록 보고 싶던 여수 밤바다를 보면서도 우린 여행오기 전 우리들의 얘기를 하지 않았다. 어쩌면 누군가 먼저 꺼내기를 서로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혹 지금 느낌, 분위기가 깨질까 둘 중 누구도 얘기를 꺼내지 않고 지금의 얘기만을 했다. 이순신 광장에서부터 하멜등대가 있는 곳까지 바닷가를 걷고 다시 바닷가 뒤로 보이는 언덕 쪽 벽화마을을 따라서 걷다 보니 다시 우리는 이순신 광장에 도착했다. 걷는 동안 어느 누구의 방해도 없이 조용히 둘만의 얘기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 무엇에 대해 얘기 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의 얘기 그리고 다른 얘기만을 하면서 웃고 떠들고 그렇게 걸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 왔을 땐 저녁 12시가 다되어갔다.

3시간이나 걷고 있는 줄도 모르고 둘은 마냥 걸었었다.

조업 나가는 배 소리에 눈을 뜰 줄 알았는데 날씨가 많이 흐려서 인가 조업 나가는 배가 없었다.

너무나 조용한 여수의 아침이었다.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전에 산책이나 갔다 오자며 우리 둘은 아침 일찍 바닷가를 걸었다. 걷다 보니 공용자전거 대여소가 있어 2대를 빌려 어제와는 달리 자전거를 타며 바닷가 주위를 돌았다.

날씨는 좋지 않았지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보며 자전거를 타는 동안만큼은 햇빛이 나를 비춰주는 듯한 기분이었다. 자전거를 반납한 후 숙소에 돌아와 부산으로 떠날 채비를 하였다.

부산으로 가기 전 점심으로 여수에 오면 한번쯤은 누구나 꼭 가는 게장골목으로 향했다. 우리는 점심을 그 곳에서 해결하고 택시를 타고 여수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오후 1시30분 부산 사상 행 버스에 올랐다

부산까지는 2시간50분, 눈을 떠보니 거진 부산에 다와 있었다.


04

부산터미널에 도착하니 여수와는 달리 엄청난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잠에서 덜 깨고 사람들도 많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우선 남포동으로 가기 위해 터미널을 빠져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남포동 까지는 약 30~40분 버스에 내리자마자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하였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부산에 산토리니라고 불리는 감천문화마을을 굽이굽이 지나 남포동 국제시장에 도착하였다. 국제시장은 먹을 거리도 많고 시장에 구경거리도 많아 관광객들로 붐볐다. 국제시장엔 예전부터 일본에서 들여온 구제품을 팔고 그것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한데 마침 서로의 옷이 하나씩 필요해 둘은 서로 입을 옷을 구해주기로 했다. 백화점에서 잘 걸려진 비싸고 좋은 옷들을 구경하던 것에 익숙했던 탓일까 마구잡이로 널려있고 사이즈도 맞지 않는 옷들이 싫기보단 너무나 재밌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여러 곳을 전전하다 서로 꽃무늬 셔츠와 원피스를 사주었다. 좋은 옷도 아니었지만 서울에서 더 좋고 비싼 옷을 샀을 때 보다 설레임은 훨씬 크게 다가왔다.

우리는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근처 롯데 백화점으로 달려가 서로 옷을 갈아입었다.

예상외로 잘 맞고 잘 어울리는 모습에 둘은 너무나 뿌듯했다.

이전까지 좋은 옷 더 잘 맞는 옷들을 입었었지만 그 어느 때 보다 잘 맞지 않았지만 기분만큼은 어느 옷 못지 않게, 아니 그보다 더 좋았다.

그리곤 백화점 옥상으로 올라가 부산의 야경을 감상했다.

360도 주위로 빼곡히 주황색 불빛들로 가득 찬 부산의 야경은 여수의 은은한 느낌과는 많이 달랐지만 다른 매력이 있었다.

역시나 부산의 야경을 보면서도 우리는 지금의 얘기만을 하였고 이전의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리곤 백화점을 나와 해운대를 향하는 버스를 탔다.

해운대에 다와 갈 때 쯤 다른 곳들과는 달리 많은 차들이 보였고 버스에서 내렸을 때는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여수에서의 조용한 둘의 대화는 힘들 것 같았다.

우리는 우선 동백섬을 한 바퀴 걸었다. 여수에서 둘이 걸을 때와는 달리 주위로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만큼 조용하지 않았다. 동백섬을 돌아 해운대 백사장으로 나왔을 때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붐볐고 그만큼 더 시끄러웠다.

여러가지 행사들도 하고 있었고 해운대 해수욕장 개장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부산에 내려와 있었다. 우리는 대화 없이 걸을 수 밖에 없었고 여수에서보다 별로 걷지 않았지만 조금은 더 지치기 시작했다. 더 지치고 힘들기 전에 우리는 숙소를 향했고 짐을 풀고 다시 나왔다.

저녁을 먹기 위해 해운대 백사장 끝 쪽 달맞이 고개 쪽에 있는 한 횟집으로 갔다.

그곳에서 식사를 하며 드디어 지금의 얘기와 이전의 얘기를 시작하였다.

부산 해운대 야경이 보이고 바닷가 근처 시원한 바람이 불고 맛있는 회가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 모든 것 보다 얘기에 모든 신경이 쏟아졌다.

끝임 없는 이전의 얘기들이 현재의 모든 것을 덮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의 시작부터 이미 예상했던 일들이었고 정해져 있던 일이었지만 막상 그 순간만큼은 피하고 싶었고 부정하고 싶었다.

그렇게 이미 결론이 나 있는 대화주제를 끊임없이 돌리고 다시 돌렸지만 결국 둘의 결론은 하나일 수 밖에 없었다.


05

마지막 날 부산의 아침은 이번 여행 중 어느 날 보다 도 화창하고 맑았다.

부산을 떠나오기 전 해운대 백사장에 잠시 앉아 같이 바다를 보고 다시 언제 부산에 올 수 있을까 생각했다.

다시 둘이 같이 언제 올 수 있을까 했을 때 둘 중 어느 누구도 선뜻 얘기하진 못했다.

그리고 부산역 가는 버스에 올랐다.

부산역에 도착하여 서울행 KTX 표를 끊고 여행하는 동안 찍은 사진들을 보며 서울로 돌아가는 기분을 잠시 잊고 좀 있으면 마쳐질 여행을 추억했다.

기차시간이 다되어 KTX에 올랐고 의자에 앉았을 때는 어느 때보다 답답한 공간에 갇힌 느낌이었다.

피곤한 몸이었지만 한 동안 잠에 빠지지 못했다.

그리곤 나도 모르게 내 옆에 그 누군가도 마찬가지로 잠에 빠져들었고 눈을 떴을 땐 서울역에 거진 도착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울역에 도착했다.

그리곤 여행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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