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방학을 뜨겁게 달군 전시가 ‘팀 버튼 展’이었다면
이번 여름방학에는 스튜디오 지브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까지만 언급해도 가슴이 설레시나요.
디즈니, 픽사와 더불어 세계 3대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꼽히는 지브리가
이번에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레이아웃으로 찾아옵니다.
지브리 제작 애니메이션의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HOT 한 전시가 찾아왔습니다.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 중 그려내는 레이아웃 작품 1300여 점을 공개하는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展’이
6월 22일부터 석 달간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펼쳐지는 것이지요.
2D 애니메이션 특유의 부드러운 선과 선명한 색감으로 늘 마음 속 위안으로 자리 잡았던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
그 마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슬쩍 엿보는 흥미로운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세부 설계도 공개
그런데 전시의 중심에 있는 ‘레이아웃’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나요.
원화와는 또 다른 레이아웃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 속
레이아웃 시스템부터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레이아웃과 영화 스틸. 명장면 속에 숨어 있는
꼼꼼한 설계도가 한 눈에 보입니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먼저 애니메이션 제작 공정은 크게 기획 → 각본 → 그림콘티 → 레이아웃 → CG/작화/배경 →
촬영구성 → 편집 → 음향의 단계로 나눠지는데요.
그 중 레이아웃은 그림콘티에서 정해진 큰 구도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화면을 설계하는 작업이지요.
그림콘티가 영화 전체의 설계도라고 하면, 레이아웃은 각각의 장면에 대한 세부적인 설계도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 장의 레이아웃에는 배경, 인물의 동선과 관계, 카메라 워크의 유무나 그 속도,
촬영처리 등 컷으로 표현되는 모든 것이 그려져 있지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중 한 장면. 스쳐가는 구름 한 점, 흐릿한 그림자 하나까지
세세하게 체크한 흔적이 신기할 뿐입니다. / 출처: 네이버 영화
백지 상태에서 그림만으로 완성되는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기획의도를
연출가가 명확히 끌고 갈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주는 게 바로 레이이웃이죠.
이 레이아웃 시스템은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서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인데요.
이후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주요한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만나 볼 레이아웃들은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들의 세부적인 설계도인 셈이지요.
레이아웃 속 암호, 이렇게 풀어보세요
이미지뿐만 아니라 제작에 필요한 모든 기법이 담겨 있는 레이아웃 한 장에는
제작 스태프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암호들이 가득합니다.
전시회에 가기 전, 이를 해독하기 위한 예습을 한다면 더욱 흥미진진한 관림이 되겠지요.
여러분을 위해 주요 암호들을 전격 풀이해봤습니다.
레이아웃 속에 숨은 깨알 같은 암호들, 미리미리 예습하여 아는 척을 해도 좋겠습니다.
1. Pan이란?
파노라마(Panorama)를 줄인 말. 카메라 위치를 고정한 채, 렌즈를 상하 혹은
좌우로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애니메이션의경우에는 카메라가 움직이는 경우가 없으므로,
셀룰로이드화(투명한 플라스틱 필름에 그린 그림)나 풍경화 등의 소재를
상하 혹은 좌우로 움직여 촬영한다.
2. 프레임이란?
실제로 화면상에 재생, 혹은 영사되는 범위를 뜻한다.
예를 들어, 카메라의 움직임을 전하는 지시로서 그린 프레임의 경우 화면의 시작을 스타트 프레임,
화면의 끝을 라스트 프레임이라고 표현한다.
3. 레이아웃 용지 위에 있는 세 구멍의 용도는?
용지를 여러 장 겹칠 때 각각 용지의 위치가 어긋나지 않게 하기 위한 탭구멍이다.
4. C에 적힌 번호는?
컷 번호를 뜻한다. 해당 작품에 있어서의 컷의 순서를 처음부터,
혹은 파트별로 번호를 부여하여 관리한다.
5. 망원풍이란?
특정한 건물의 그림을 그릴 때 마치 망원경을 통해 들여다보았을 때처럼
가능한 거리감을 느끼지 않게 그리도록 지시하는 내용.
6. BG란?
백그라운드=배경화. 셀의 지정이 있는 부분 이외에는 기본적으로 모두 BG이다.
7. 스파란?
사진의 이중인화(Superimpose)의 약자. 전체 그림을 100%의 노출(카메라가 받아들이는
빛의 밝기_로 촬영한 후, 그 필름을 일단 되감고 나서 눈에 띄게 하고 싶은 부분을 한번 더 촬영한다.
이러한 이중인화를 통하여 작품 속에서 특정 부분이 다른 부분들에 비해
보다 밝게 빛난 것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8. Book이란?
일반적인 배경화 이외에 그리는 배경화. 예를 들어 캐릭터가 나무 뒤쪽을 지나는 경우에는
일반적인 배경화 위에 캐릭터 셀그림이 들어가고, 다시 그 위에 셀 또는 그림용지에 나무를 그린
Book 소재가 만들어진다. 또 카메라가 이동하는 경우에 먼 경치는 천천히,
가까운 경치는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도 배경화와 Book으로 나누어서 그린다.
9. 구미선(クミ線)이란?
화면 안에서 캐릭터의 일부가 배경에 숨어 있을 때,
그 캐릭터와 배경이 접하는 부분을 구미선이라고 한다.
작화와 배경 담당자가 각각 선이 밖으로 나가거나 벗어나지 않도록 만드는 기준선이다.
‘미래소년 코난’부터 ‘벼랑 위의 포뇨’까지
그렇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어떤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걸까요? 스튜디오 지브리를 대표하는 두 사람,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이 주를 이루는데요.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이들이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하기 전에 제작한
‘알프스 소녀 하이디’ ‘엄마 찾아 삼만리’ ‘미래소년 코난’ 등 추억 돋는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답니다.
물론 스튜디오 ‘지브리’하면 조건반사적으로 떠오르는 ‘모노노케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의 대표작도 빠뜨리진 않았죠.
스튜디오 지브리 설립 전에 제작한 70년대 추억의 애니메이션도 만날 수 있답니다.
레이아웃을 보고 나면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을 직접 보고 싶은 충동이 마구마구 커질 것 같은데요.
이를 해소하기 위한 고급 정보 하나를 공유해봅니다!!!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展’에 발맞춰 채널 ‘애니원’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1편씩
총 18편의 스튜디오 지브리 극장판 전편을 방송한다는 사실!
6월 22일 토요일 밤 10시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를 시작으로 29일에는 ‘붉은돼지’가 바통을 이어받는데요.
주말 밤을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꽤 훌륭한 피서법이란 생각이 듭니다.
레이아웃만으로는 아쉽다면 스튜디오 지브리의 극장 개봉작을 매주 한편씩 만날 수 있는
특별 편성 채널도 만나세보세요.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벼랑 위의 포뇨’ 레이아웃으로 구성된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展’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