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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우리 큰형

참이슬 |2013.06.23 02:42
조회 3,027 |추천 23

간만에 가족 모임을 가졌다.

우리 가족은 내 위로 형이 2명 있다. 나는 25 막내.큰형이 33살, 작은형이 27살.

3형제 집안이며 부모님 모두 60대. 큰형은 작년 10월에 5살 어린 형수님과 결혼했다.

작은형은 미혼, 원룸얻어 따로 산다. 나는 전역 지잡대복학생.

 

형수님은 이번 모임에 안오셨다. 형수님의 작은 할아버지 제사라고 갔다고 하는데 솔직히

거짓말같다. 큰형이랑 지금까지 소주한잔하고 들어와서 눈팅만 하던 톡이란걸 써본다.

왜냐... 형이 결혼할 당시 난 군대에 있었기에 그냥 결혼때만 청원 휴가로 나왔거든. 하지만

같이 술 한잔 하면서 한탄하는 소리에 불쌍하다고 느껴진다.

 

큰형은 현재 지방 모도시 우체국에서 5년째 집배원일을 한다. 형수님은 전업주부.

결혼당시 형은 집에 손벌리지 않기 위해 우체국 직원 우대 대출을 받는다고 했다. 아버지도

처음에는 그래라 하셨는데 결국은 안되보였는지 5천 만원 정도를 주셨다. 아마 퇴직금 중

일부이리라. 그 돈으로 이곳에서 24평짜리 주공아파트를 구입해 입주했다. 매매가 7천.

나머지 2천은 형이 모은 돈중에서 일부.

형수님은 1남2녀중 장녀. 혼수는 형네집가면 보이는게 혼수라 하지만 별거 없다. 그 흔한

전자렌지도 나중에 샀고, 침대는 형이 작년 말에 구입한것이고, 세탁기는 9kg드럼세탁기

사오겠다는걸 우리 엄마가 돈 더 쥐어줘서 10kg으로 바꿨다. 글쎄... 혼수 한 400만원도 채

안되보이더라. 돈문제는 그렇다 치고.. 어차피 버는 수준에서 살아야하니..

형수님은 개를 하나 키운다. 시츄. 형수님은 타지출신인데 대학 졸업 후 이곳에서 직장생활

을 하다가 형을 만났고 시츄는 타지 생활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키운다고 했다.

형이 불쌍하다고 한점은..

집배원 월급 그리 많지 않다. 지방중소기업 생산직원 수준정도일듯하다. 그 월급을 집에서

그 개를 위해 꽤나 많이 쓴다. 개도 종류/연령별로 사료가 따로 있고, 간식도 따로 있으며,

심지어 쓰는 샴푸나 개껌도 따로 있다고 한다. 형수님 말론 자신은 결혼 전에 시츄를 자기

자식처럼 생각했기에 번 돈을 모두 개한테 투자했고 그 돈이 지금도 아깝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형이 벌어오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기에 최대한 자제한다고 한다. 하지만

한달에 20만원이 넘는 돈을 개한테 쓴다고 하면 어느 남편이 좋아할까...

얼마 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집배원 업무상 지금처럼 더운 날엔 땀도 많이 흘리고 냄새도

나기 마련이다. 근데 형은 그 사건을 한번 겪고는 퇴근하고 꼭 작은형네 원룸에 가서 샤워하고

집에 간다. 5월 중순 쯤에 더울때였는데 형이 퇴근하고 집에 갔는데 체질이 원래 조금만 더워도

땀이 많은 사람이라 좀 그래보이긴 한다. 암튼.. 형수님이 그 꼬질꼬질한 모습을 보더니

"오빠, 아무리 더워도 좀 씻고 와라. 옆집 보기 창피해." 여기까진 알았다고 하고 넘어갔는데

집에들어오니 좀 냄새가 났던 모양이다. 발냄새가 너무 심하다고 대놓고 면박을 주더라...

자신이 우리형이 발로 뛰며 벌어오는 돈으로 개도 키우고 지도 먹고 사는데 말이다. 바보형은

아무소리도 못하고 그 뒤로는 작은형에 원룸에 가서 샤워하고 집에간다.

6월 1일. 마침 토욜이고해서 큰형네 집에 가서 술한잔한답시고 작은형이랑 같이 갔다. 형수님

께 전화해보니 양손만 무겁게 해오라길래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사서 갔다. 형수님은 요리를

곧잘한다. 2년 정도 타지에서 자취해서일까? 우리가 사간 돼지고기로 제육볶음을 하는데 ...

문제가 났다. 고기를 양념해서 재워놓고는 볶는데 제대로 양념이되고 볶아졌는지를 맛보는걸

개한테 하더라. "우리 메롱이(개이름) 엄마가 한 요리 먹어볼래?" 이러면서...

한번도 아니고 이것저것 사간 음식들이며, 요리들을 전부 개가 첫입을 먹더라.

보다못한 작은형이 들고 일어났고 대판 싸웠다. 그 뒤론 형수 오는 자리엔 작은형이 안오고

작은형 있는 자린 형수님이 안온다. 그리고 작은형은 이때부터 큰형이랑 술도 안마신다. 마시면

실수할꺼 같다고.

큰형은 담배를 안피운다. 술도 직원들이랑 가끔. 집배원들 생각보다 엄청 바쁘다. 그러므로

술자리를 가질 기회가 거의 없다. 형의 한달 용돈은 20만원. 개보다 못하다.

형네는 아직 아이(나를 기준으로 조카)가 없다. 형수님이 아직 뜻이 없다고 했고, 울부모님도

크게 개의치 않는거 같다. 형수는 메롱이가 죽으면 가질꺼라 하는데 메롱이 죽으려면 한 8년도

넘게 남았다. (개나이 12살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다른 막장 톡들 보면 와이프가 집을 공동명의해달라고 한다는데 형수는 그런 막장은 아닌듯

하다. 하지만 형이 버는 돈을 가져다 주는대로 족족 쓰기만 하니까 형이 불쌍하다. 형도 좀

너무나 유해빠져서 그런것에대해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허허 하고 웃기만 한다.

형수님 나이 28. 20대인 나도 20대가 어떤지 잘 안다. 놀고 싶고 해보고 싶은거 많고. 근데

형수는 도가 지나쳐도 너무나 지나치다. 이번 겨울엔 형은 바빠서 같이 못가고 형수는 자기

여동생이랑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미친ㄴ.

아 술기운으로 써내려가는데 너무 화가 나서 못쓰겠다. 브런치스벅하며, 홈쇼핑중독에 컴터

고장났다고 가보면 온갖 쇼핑 사이트 범벅. 뭘 그렇게 사재끼는지 집엔 택배 상자만 가득하다.

개시끼 ㅋ우는것도 잘 안씻겨서 냄새 풀풀. 형수는 술도 좀 마시는 성격이라 자주는 아니지만

한달에 한번은 친구들이랑 마신다고 한다. 그리고 들어와서는 형한테 온갖 행패를 부리고

돈 못번다고 아귀처럼 달려들고. 저번엔 지 성질에 자기가 못이겨 형의 와이셔츠며 집배원

유니폼을 가위로 모조리 잘라버렸다... 사람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그렇게 술깨면 형한테

미안하다고 펑펑울면서 안긴다고 하는데 모르겠다. 제정신인지.

써놓고도 모르겠다. 미안해여 톡커 여러분. 형이 너무 불쌍해서 누구 붙잡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데 들어줄 사람도 없고... 어무니 아시면 큰일나겠지. 자러 갈께요. 좋은 밤 되시길

 

추천수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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