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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생 시절 이야기(사진 없어요)

heleth |2013.07.05 15:36
조회 707 |추천 8
안녕하세요, 톡에 처음으로 글을 써 보는 1인입니다.
여름이고 덥고 해서 엽호판을 보다 보니 저도 생각나는 이야기가 하나 있어 올려봅니다.
보통 사람들이 귀신을 많이 보는 시기는..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 힘든 시기인 때가 많나봅니다. 
가만히 보면 대부분 학창시절 대입을 준비하는 시기나, 혼자 타지에서 자취하면서 공부하는 경우, 그리고 군대생활에서 힘든 경우 이야기가 많더라구요.
그런데 이런 힘든 시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고시공부를 하는 시기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심신의 붕괴가 오는 게 이 시기입니다. 아무리 자기관리를 잘해도, 결국 시험이 가까워오면 몸과 마음의 균형이 무너지기 쉽고, 그때 쯤 헛것을 많이 보는 거 같아요.
이 일은 제가 겪었던 일인데, 다만 몇 분이라도 재미있게 봐 주셨으면 합니다. 기억도 잘 안나는 몇 년 전 일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소름이 돋네요.. 저만 돋는 건지 모르지만..
그럼 시작 할께요. 스압 심합니다..; 분할해서 올리려 했는데 되려 더 이해가 안되실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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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살 던 곳
먼저 집 이야기를 해야 할 거 같아요.
저는 신림동 고시촌에서 살지는 않았어요. 당시 저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빈곤에 시달렸기 때문에, 고시촌과 한번에 이동가능한 교통편만 있으면 집이 좀 허름해도 큰 상관은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때 고시원 생활을 청산하고 경기도와 서울의 접점 지점인 외곽지역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이사를 가려고 했던 집은 옥탑방이었습니다. 당시 여자친구가 이사를 간다고 해서 집을 찾아서 소개를 해 준건데, 갔더니 어린 아가씨 한명과 고양이 5마리가 같이 살던 게 기억납니다. 왜 이사를 가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당시 아가씨가 했던 말은 “이 집에서 돈 모아서 이사나갈려고 했는데 사정이 생겨서 먼저 나가게 되었다” 였던 것 같네요. 사실 그 집 분위기가 음울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가격도 괜찮고, 앞에 작지만 마당(옥상)도 있고, 무엇보다도 여자친구가 직접 부동산 카페를 통해서 직거래를 한 거라 별도 부담도 없고 해서 그냥 바로 입주를 결정하고 계약서를 썼어요. 아마 추운 겨울이었던 듯 싶습니다.
집은 솔직히 말해 넓었어요. 앞마당에는 꽃도 심어져 있었고(물론 당시에는 겨울이라 화분은 다 시들고 없었습니다) 빨래를 널 수 있는 곳도 있었고, 예전에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시멘트 아령(작은 드럼통에 시멘트를 붓고 그 위에 철봉을 끼워서 만든)도 있어 운동도 하기 좋아보였지요. 
그런데 이상하게 한 낮인데도 집 분위기는 우울했어요. 사실 지금 생각해 보니 채광도 엉망이었지만, 집 바로 앞집에 무당집이 있었어요. 왜 무당집이라 기억하는 지는 모르겠습니다(실제 한번도 접촉이 없었고, 무당 닮은 아주머니도 만난 적이 없었어요). 흐릿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창틈 사이로 부처님 비스무리한 것을 그려넣은 탱화가 있었고, 부처님 오신 날이 아닌데도 연등을 항시 걸어놓았거든요. 그래서 무당집이라 기억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좁은 고시원을 벗어나서 넓은 집에서 지낼 수 있다는 것은 좋았어요. 사실 고시원 같은데서 살다보면 채광은 신경이 안 쓰이고 데굴데굴 구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집니다. 그렇게 이사를 들어왔고 집안 정리도 마치고 제법 관리를 하면서 지내기 시작했어요.
2. 저 카메라 없는데요...
그렇게 이사를 마치고 3일째 되는 날로 기억합니다. 아마 이사를 온지 얼마 안된 시기니까 한 1월 경이었나 그럴 겁니다.
다음 날 학원 첫 수업이 있어서 수업에 들어가려면 약 1시간 반 정도 차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6시에는 일어나 준비를 해야 했거든요. 그래서 바로 잠을 잘려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어디선가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야 이 ◯◯◯아! 너 거기 안에 있는 거 다 알거든? 당장 나와!”
주택가니 뭐 누가 싸우나 보다 그러고 신경을 끄고 잠을 자려고 했는데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라구요. 바로 잠을 자는 방 맞은편 쪽창을 누가 어둠속에서 두들기는 겁니다. 일단 급한대로 머리맡에 둔 손전등으로 비추니 선풍기 아줌마 같은(정말 얼굴이 크셨습니다) 우울해 보이는(펜더와 착각할 정도로 다크써클이 낀.. 스모키 화장이 아닌 가 착각될 정도로..^^;) 40대 중반 아주머니가 어둠 속에서 소리를 지르더라구요(다시 상상하니 그 얼굴을 그릴 수 있을 거 같네요)
“야, 너 누군데 나 목욕하는 데 사진을 찍냐? 경찰 불렀으니 너 각오해!”
졸지에 이사 와서 3일 만에 이런 소릴 들으니 화가 나는 게 아니라 황당하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전등을 켜고 아주머니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주머니, 저 여기 이사온지 3일밖에 안됐어요”
와 이 아줌마, 다크서클을 밑에 깔고 눈을 희번득 거리면서(이 표현이 정말 맞는 거 같네요. 희번득..) 저한테 거짓말을 한다고 소리를 지르는 겁니다. 그러면서 내가 여기서 니놈이 사진찍는 걸 몇 달 전부터 계속 보다가 지금 오는 거라고 하네요.
그래서 아주머니께 댁이 어디십니까 물어봤더니 앞집이라고 합니다. 
가만.. 앞집?
당시 살던 집은 창문이 모두 서쪽과 남쪽을 향해 있었고, 앞집은 북쪽을 향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집에서 싸이키를 켜든 할로겐 등을 켜든, 그 등불이 직접 그쪽 집 방향으로 터질 일은 없었거든요.
“아주머니, 우리 집은 그쪽으로 창문도 없구요, 제 집에 카메라도 없어요. 들어와서 보세요”
아무래도 화가 난 아주머니를 설득을 해야겠기에 일단 아주머니를 집 안에 들이고는 아주머니 집 쪽 방에 창문이 없음을 확인시켜 줬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 표정이 좀 이상해지더라구요. 그래서 한마디 더 덧붙였습니다.
“아직 짐도 못 풀어서 이 지경이구요, 저희집에 카메라는 없어요. 직접 보세요”
네.. 당시 이사온 지 3일밖에 안되어서, 집에는 전 고시원에서 싼 짐이 아직 절반도 안풀 려 있었거든요. 달랑 앉은뱅이 책상 하나에 컴퓨터만 설치해 놓고, 매트리스도 없는 맨 바닥에서 잠을 자는 상황이었어요. 더 이상 아주머니는 의심할 게 없었죠.
“이상하다.. 분명 한달 전부터 매일 이 집에서 우리집 방향으로 불빛이 번쩍 번쩍 거렸는데...”
그렇게 이해를 시켜도 이해를 못하던 아주머니께 경찰서에 전화해서 확인 다시 해 보시라고 하고는 댁에 돌려보내드렸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좀 섬뜩하다고 할 수도 있었는데, 당시에는 별 생각이 없었어요. (미친거죠.. 생전 처음 본 아줌마, 그것도 저한테 강아지 소리를 서슴없이하는 팬터 못지 않은 다크서클에 눈이 희번득 거리는 선풍기 아주머니같은 분을... 집안에 들여보냈다니...)
그리고 뭐... 다음날 학원은 2교시 때 들어갔습니다. 잠이 안와서 컴퓨터 켠 김에... 게임을... 
이 아주머니는 그 뒤로도 몇 번 집에 오셨어요. 처음과 같이 기세당당한 건 없어졌지만, 점점 다크서클이 심해져서는 “아직도 여기 살죠? 사진 찍는 거 아니죠?”라고 창틈으로 빼꼼히 내다보면서 저한테 물어보고는 했는데.. 당시 공부하느라 신경도 안썼지만 지금 생각하니 좀 음산하긴 하네요. 그때 정말 짜증나서 경찰서에 신고를 하기도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 아주머니는 그 뒤로 집으로 찾아오진 않았어요.
마지막으로 기억한 것은 집 앞 두 블럭 앞의 작은 슈퍼에서 만난 그 아주머니의 동생(정말 똑같이 생겨서 그런지 아니면 촉이 있는 건지, 그 아주머니의 동생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핸드폰 문자 내용이 전부였는데.. 언뜻 본 거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아, 나 아무래도 오래 못살거 같다. 요즘 들어 몸이 허해지고 자꾸 헛게 보여”
그 뒤로 그 아주머니는 어떻게 됐는지 모릅니다. 가끔 슈퍼에서라도 마주치곤 했는데 전혀 보질 못했거든요. 글로 써 놓고 보니 그냥 이상한 아주머니의 출몰이구나 생각이 드셨겠지만(저도 당시에는 그랬어요) 그 집을 나오고 사건을 정리해 보니 참 섬뜩하더군요.
그 쪽 집에는 창문도 없고 다 막혀 있는데.. 누가 과연 그쪽 집에다가 카메라 플래쉬 같은 것을 뻥뻥 터트렸을까요.
거기는 사람이 잡고 올라올 아무것도 없을뿐더러.. 컨테이너로 지은 벽이라 벽돌처럼 암벽등반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을 텐데 말이죠..
그리고 그 아주머니.. 스모키를 한 것처럼 시커먼 눈가에 흰자위만 강조된, 대화할 때 사람을 쳐다보는 게 아니라 희안한 방향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하면서, 주변과 묘하게 이질적인 감이 들었는지...
그리고 앞집, 그 앞의 앞집도 우리 집 쪽을 향해 창문이 뚫려있지 않았는데...
도대체 뭘 보고 우리 집에서 밤마다 플래쉬같은 불빛을 내보냈다고 한 건지...
3. 왜 옆집 아줌마는 매일 통곡을 했는가?
시험이 약 8월 중순 경이었으니 아마 이맘때가 아닐까 싶어요. 사실 그 집에서 1년 동안 게임에 심취해서 결국 낙방을 했어요. 고시생들이 절대 손에 대면 안되는 게 게임인데, 사실 인강 본답시고 컴퓨터 켰다가 인강은 1시간만 보고 게임은 10시간 하는 게 사람 마음이죠.
그래서 시험이 닥쳐왔는데 공부해 놓은 것은 없다보니 정신없이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우리 시험은 7월 말 8월 초 중순 경에 2차를 봐요. 2차 시험은 논술인데 거의 암기식이라서.. 부족한 머리를 열심히 굴려가면서 시험공부를 했어요.
그런데 밖에서 누가 계속 우는 거에요. 오전 일찍부터 땅거미가 지는 저녁 어스름 때까지...
“왜 우리 애들을 괴롭혀.. 엉..엉”
그래도 오전에는 들을만 했는데, 저녁 무렵에는 듣기가 그랬어요. 오전에는 알아듣게라도 이야기 하면서 우는데, 늦은시간에는 하루종일 우신 탓인지 목소리가 꺽꺽 거리는게 자꾸 신경에 거슬리는데다, 사방이 어두컴컴한데(집이 산 밑이라 해가 특히 빨리졌어요) 그렇게 흐느끼는 소리를 들으면 될 공부는 더 안되죠.
그렇게 저녁때까지 우시다가 밤에는 주무시러 가시는지 한 9시 정도인가 쯤부터는 안들리고, 다음날 아침에 7시부터 다시 우는 소리가 들리고.. 도저히 짜증이 나서 경찰에 신고를 해 버렸어요.
그랬더니 경찰이 그 아주머니를 돌려보내는데.. 알고보니 옆집 아주머니더라구요.
친절한 경찰관 아저씨가 아주머니를 돌려보내고 저한테 사정을 이야기 해 주는데..
대충은 이랬습니다.
저 앞집 아주머니(무당집에 사는 아주머니; 앞에 온 펜더 선풍기 아주머니 말구요;)가 자기 딸한테 저주를 해서 딸내미가 몸이 안좋다고 그러는데, 아마도 아주머니가 미신에 심취한거 같다는 거에요. 고시생이라니까 안됐지만 저 아주머니 정신이 좀 이상한거 같으니 봐 달라고. 이해하고 살아야 되지 않겠냐고.
사실 집 밖에서 소리내서 운다고 한들, 그게 직접 소환해서 수사할 사항도 아니고, 애써 와주신 경찰관 아저씨에게 죄송하기도 하고 해서 일단은 그날은 그렇게 넘어갔어요.
그런데 그 다음부터 정말 황당한 일이 벌어졌네요.
4. 얘 우리보고 시끄럽데.
부언설명을 좀 더 해 드리자면 전 몸이 아주 허할 경우에는 허깨비를 봅니다. 허깨비라고 해서 이상한 모양이 아니라 그냥 사람하고 똑같습니다. 이질적인 감이 좀 느껴지는 것 말고는.. 그리고 사실 그렇잖아요. 길 가다가 조금 이상하다 싶은 사람은 한 두 명씩 보게 마련이고, 이상하다 싶어도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듯이 모른 척, 신경 안 쓰는 척 하고 지나가버리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렇지만 한 여름에 겨울옷(예컨대 롱코트)를 입은 사람이 걸어간다던지, 상식적으로 왜 저기 있나 싶은 데(예컨대 전봇대 꼭대기나 교통신호등 위) 사람이 있다던지 하는 경우가 보이는 때가 있어요. 이런 경우는 상당히 찜찜하죠. 물론, 다 허깨비인게 아니라 나중에 보면 교통신호 등을 수리하는 걸 착각한 것과 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정말 찜찜한 경우는 택시 위에서 할머니 얼굴만 간판(택시 차 위에 붙어 있는 凸모양 간판)에 붙어서 지나가는 것이라던지 하는 것인데, 이건 정말 섬뜩하더라구요. 
뭐 이건 제가 능력자네 뭐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런게 보이지만 실제 해꼬지를 하거나 그런 경우는 이제껏 없었고, 정신없이 살다보면 신경도 안쓰게 되는 거고 그래서 이상한 게 보이면
그래, 오늘 저녁은 고기 궈 먹고 힘좀 내야겠다.. 이 생각이 먼저 듭니다. ^^;
그런데 해꼬지를 당한 적(이 정도는 해꼬지가 아니라 장난 수준이겠지만)이 있었는데, 앞서 3.에서 말씀드린 대로 아주머니가 우는 것을 경찰에 신고하고 난 다음이었어요.
그 다음에 그 아주머니는 하루 정도 그런 행태를 더 하시다가, 다음 날 부터는 일절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전 그때만 해도 ‘진작 경찰에 신고할 걸‘ 그랬는데.. 
문제는 한 2~3일 지난 뒤 밤이었어요.
사실 더운 여름에 옥탑방은 잠이 잘 안와요. 낮에는 쪄서 땀이 또글또글 떨어지는 데다가, 밤에는 열기가 좀 가신다 싶으면 모기가 엄청나게 몰려와요. 특히 집 부근에 산이 하나 있어서 밤에는 모기가 드글드글 거렸죠. 모기장을 치지 않으면 잠을 못잘 정도로..
그 날도 오늘은 기필코 공부해야지라는 다짐이 무색하게 공부는 하는둥 마는둥 컴퓨터로 게임만 하다가 밤에 후회를 하면서 잠을 자는데...
옆에서 누가 조용 조용히 말을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그게 사람말인 건 확실합니다. 이상한 소음이면 기억도 안 날텐데, 사람이 말을 할 때 어투나 억양이 살아있잖아요. 그런 소리가 대화하듯 들리는 겁니다. 마치 어린 애기들이 자기들 소꿉장난할 때 떠드는 것처럼 자기들끼리 신나서 웅성웅성거리는 소리였습니다. 
맨 처음에는 꿈을 꾸는 줄 알았어요. 잠이 들락말락할 때 들리기 시작해서 그냥 잊어버렸거든요. 뭐 딱히 위협적이거나 그런 억양도 아니고, 밑에 1층 집에 주인집 할머니 아들내미 내외가 사는데 거기 애가 있어서 그 친구가 늦은시간에 돌아온 아빠랑 같이 이야기를 하고 노나보다 그랬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모르지만 방에 불을 끄고 자리에 눕는 순간부터 그 소리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들리는 겁니다. 1층에서 나는 소리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소리가 컸고,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커지기 시작해서 정신이 사납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나지막히 잠결에 한마디 했습니다.
“거 참 되게 시끄럽네...”
갑자기 신기하게 조용해졌습니다. 정말 그때는 어라? 왜 조용해졌지? 라는 생각만 들었는데, 20초 쯤 정적 후 들리는 한마디.
“들었어? 얘가 우리보고 시끄럽데”
그 뒤로 들리는 대여섯살 쯤 되어보이는 어린애들의 깔깔깔 소리..
이상하게 귀를 후벼파고 뇌를 긁어대는 소리인데.. 그게 분명 소리는 소리인데 귀로 듣는게 아니라 뇌로 느끼는 듯한 감각이 들었습니다. 
얘가 우리보고 시끄럽데..
얘가 우리보고 시끄럽데..
얘가 우리보고 시끄럽데..
깔깔깔...
깔깔깔...
깔깔깔...
그 소리가 도저히 정신을 산란하게 해서 잠을 잘 수가 없어, 결국 억지로 일어나 불을 켰더니 소리가 뚝 끊어지더군요.
그래서 불을 켜고 자자 했더니만.. 눈을 감으니 또 웅성 웅성 거립니다...
그때에는 아무래도 신경쇠약임이 틀림 없다고.. 내일은 고기 사먹고 좀 쉬자(게임만 실컷 했으면서...^^;) 생각하고 그렇게 뇌를 긁어대는 웅성웅성 소리를 들으면서 억지로 잤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신경쇠약인 줄 알았습니다.
5. 형아야 숨바꼭질 하자
사람이라는 게 참 적응력이 대단합니다. 그 와중에서도 결국 웅성웅성 소리는 익숙해져서 누워서 눈 좀 감다가 어느 순간 잠이 들면 해가 중천에 떠서야 일어났습니다. 잠을 자도 자도 개운해지지가 않아서 영 그랬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신경쇠약인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지거나 하면 가끔 가끔 이상한 사람(앞서 예를 든 찌는 여름에 상아색 롱코트를 입은 여자)도 보고 그랬기 때문에, 정말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그러고는 먹는 거 좀 더 잘 챙겨먹자 그 생각 외에 별 생각 없이 학원과 집을 반복해서 돌아다녔습니다. 물론, 집에서는 공부보다는 게임에 충실한.. 그런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적어도 그 날 그 일이 있기까지는 그랬습니다.
당시 시험이 끝나서 조금 한가한 시간(그래봤자 한 9월인가 그랬을 겁니다)에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서 친구들을 사귀고 늦게까지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그랬습니다. 그 날도 오랜만에 술을 한잔 걸치고 집에 들어가서 친구들과 전화통화를 나누고 살짝 졸음이 와서 먼저 잠에 들겠다고 잠이 들었는데..
분명히 눈을 감았는데 내 방이 그대로 눈에 들어오는 겁니다. 
가위인가? 싶어서 눈을 떴는데 눈도 잘 떠집니다. 이상하게 눈을 감으나 뜨나 똑같은게 보이는 겁니다. 신기하더군요.
그런데.. 그때 내 방 나무문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왜 눈에 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고개가 그 쪽으로 자동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무언가 꾸물 꾸물 거리는 게 보이더니
.... 방 문으로 어린애가 목을 빼꼼 내미는 겁니다.
그러더니...
마치 숨바꼭질 하던 애를 잡았다 하듯이 입만 웃으면서 저한테 달려드는 겁니다.
젠장. 그 표정 생각하니 아직도 소름이 돋습니다.
차라리 기절이라도 했으면 나았을텐데.. 
번쩍 일어나서 손으로 달려드는 애를 저지하고는 불을 켰습니다. 어떻게 불을 켰는 지 기억이 안납니다. 평소 굼뜬 몸이 어찌나 빨리 움직였던지, 순간적으로 일어나 불만 켠 겁니다.
방은 여전히 그대로고, 당연히 사람은 저 혼자밖에 없습니다. 도저히 버틸 정신이 아니어서 일단 집안에서 뛰쳐나왔습니다. 사실 지금도 어떻게 불을 켰는지, 뭐라고 소리를 치면서 뛰어나온 거 같은데 그게 제 목소리인지 다른 목소리인지도 기억이 안납니다.
간신히 정신을 차려보니 슬리퍼도 짝짝으로 신고, 속옷에 잠옷바지만 걸치고 대로에 서 있더군요. 그 상태로 좀 안정시키고 집안에 들어갔습니다.
차라리 집안이 난장판으로 되어 있으면 납득이라도 할 텐데, 집안은 제가 허겁지겁 뛰쳐나간 그대로이더군요.
아직도 섬뜩합니다. 저를 잡으러 양손을 뻗치고 덤벼들던 어린 소년의 모습이...
헛걸 본 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생생하고..
어린애들이 잠자리 날개 뜯을 때 웃는 것처럼.. 잔인함을 살짝 머금은 그 입모양이..
으...
6. 번  외
결국 저는 그 집에서 도저히 혼자 살 용기가 안났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집을 찾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구요. 제가 당시 가진 돈으로는 그 집 외에 다른 집을 구하기 어려웠고, 선택지는 고시원인데 그 간 쌓인 짐이 많아 고시원에 갈려면 이 짐을 다 버려야 했거든요.
집주인 할머니에게 말씀드렸더니, 총각이 혼자 살아서 그렇다고, 이럴 때 예수님을 믿으라고 전도를 하시려고 해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_=;;;
그래서 어찌 어찌 지방에서 친구가 올라온다기에, 귀신 나온다는 이야기는 빼놓고 우리 집에서 같이 지내자고 했습니다. 그 친구도 서울에서 잠깐 지낼 것인데 집 구하기 뭐하고 해서 고맙다고 하고는 그렇게 한 집에서 둘이 지내게 되었습니다.
같이 지낸 친구가 기가 센 것인지, 아니면 제가 단순한 신경쇠약인지 몰라도 가끔 웅성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리긴 했지만 버틸만 했고, 그렇게 그 친구와 산지 약 한달 정도 되었을 때 아침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오랜만에 일어나 모닝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밖에서 
“쿵” 소리와 함께 집이 살짝 흔들리더군요. 집 안이어서 그런지 소리는 별로 크지 않았는데 몸 전체가 진동을 느꼈을 정도니 뭔 일이 있나 허겁지겁 뛰어갔는데..
옆집과 우리집 사이로 난 조그마한 틈에 어떤 아가씨가 쓰러져있더라구요. 맨 처음에는 마네킹인가? 싶었을 정도로 가녀린 아가씨였는데... 움직이더라구요.
뛰어내린 겁니다.
119가 호출되고 야단이 났지요. 아주머니 허겁지겁 뛰어가고.. 동네사람들(평소에는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 몰랐습니다) 다 나와서 구경하고..
나중에 알았는데,
옆집 아가씨가 술을 잔뜩 먹고 집에 들어와서 잠이 들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어느 순간 뛰어내렸답니다. 그 뛰어내리는 모습을 아무도 못 본거죠. 그 아가씨도 자기가 왜 그랬는지 모른답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고 하는데..
결국 그런 걸 보고 그 집에서 도저히 못살겠더라구요. 아예 집에 들어가는 게 무슨 고문처럼 되어버려서.. 집에 올라올때마다 섬찟하고 기분이 나쁘고... 이상한 것도 간혹 보이고(그 외에도 잡다한 일이 많이 있었습니다만, 재미도 없을 거 같고.. 자체 생략합니다)
그래도 돈이 없어서.. 결국 다른 집으로 이사는 못하고 독서실을 끊어서 새벽까지 있다 집에서 낮에 눈만 잠깐 붙이고 나와서 다시 독서실을 가는 일상을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결국 시험을 끝내고 그 지역을 떠났어요. 
신기하게도 웅성거리는 소리는 없어지고, 어린 애도 안보였지만..
가끔 그 생각이 납니다. 
그 웅성거리는 어린애 소리는 무엇인지,
왜 옆집 아주머니는 딸 살려달라고 그 무당집 앞에서 통곡을 한 건지,
그 아주머니는 왜 창문도 안난 방향에서 플래쉬 카메라 같은 빛이 터진다고 그런 건지,
그 어린애는 왜 나한테 덤벼든 건지..
그 아가씨는 왜 뛰어내린 건지..
단순히 신경쇠약으로 몰아붙이기에는.. 뭔가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수8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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