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heleth 입니다.
예전에 쓴 글이 스압때문인지 인기가 없어 좌절하던 찰나..
한분께서 "이게 진짜 괴담이지.." 하신 격려 말씀에 힘입어.. 생각나는 것이 있어 한편 더 써 봅니다.
이 이야기도 제가 겪은 것이고, 국글링때 일이어서 기억은 희미하지만 시작 해 볼께요.
조금이라도 재미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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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런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 기억에 제사에 올릴 밥을 지을 쌀은 잠시 퍼 놓고 부엌에 가만히 모셔두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면 이상한 자국이 담아놓은 쌀에 찍히고는 했습니다. 예를 들어 새발자국이나 고양이 발자국 같은 게 말이죠.
어머니한테 신기해서 여쭤보면 그건 조상님들이 환생해서 태어나신 모습이란다.. 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게 신기해서 언제 찍히나.. 하고 그 앞에 앉아서 한 두시간 동안 기다려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기다리니까 안찍히더군요;
아무튼 그렇게 전 어린 시절에 어머니께 사람은 죽어서 동물로 환생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그때 어머니는 참 고우셨는데 이제 칠순을 넘기셨으니.. 좀 더 잘 해드려야 겠습니다.
하여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 이야기는 제가 국민학교 6학년이 되던 해의 일입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잠시 덧붙이자면, 할머님은 평생을 시골에서 사시다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고향 시골집을 팔고 도시에서 늘그막에 소주에 의지하시다가 몸이 상해 돌아가셨는데..
어찌 어찌 어린 나이에 할머니 상을 치르고 49제를 치르고.. 1년이 지나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때가 5월 경이었는데...
할머님 제사날이 되어 첫 제사이고 해서 아버지 어머니는 상을 차리느라 분주하셨습니다.
저는 마당에서 어린 동생이랑 공차기 놀이를 하고 있었던 거 같네요.(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혼자 놀고 있었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당시에 동생이랑 녹색 고무공을 차고 야구를 하고 잘 놀았기 때문에...)
그런데 그때 열린 문 사이로(제가 있던 곳은 당시에 도시 외곽이어서 열걸음만 나가면 논밭이 있었고, 시골 인심이 남아 있어서 문을 열고 서로 왕래하고 살았습니다) 하얀 개 한마리가 익숙한 듯 집으로 들어오는 겁니다.
그러더니 마당에서 공차기 놀이를 하던 우리 오누이를 지나서 창고로 숙 들어가는 겁니다.
개가 집에 들어온 일도 놀라운 일이지만(당시에는 개장수가 있어서 돌아다니는 개는 잡아다 XX탕 집에 팔았기 때문에, 집에서 기르는 개도 다 묶어놓고 길렀습니다) 그 녀석이 태연하게 창고에 들어가는 것도 놀라운 일이어서, 저는 후다닥 집에 들어가서 부모님께
"엄마, 아부지! 집에 개 들어왔어!" 하고 큰 소리로 알렸습니다.
어린 아들이 똘망 똘망한 눈으로 개 들어왔다 그러니 아버지께서는 무슨 일인가 하고 나가서 보시다가는, 다시 저희들을 나가서 놀게 하고는 그 개한테 밥을 줬습니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가서 보니 밥그릇이 깨끗한게, 열심히 다 핥아먹었더라구요.
그리고 혀를 내놓고 헥헥 거리면서 저를 빤히 쳐다보는 게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첫 제사를 지내고 나서 아버지는 한번 더 창고에 가서 개 밥을 주시고는 한참 그 앞에 앉아계셨죠.
그 다음날 개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아버지한테 여쭤보니 새벽에 나갔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할머니 제사날에 개가 찾아온 해프닝은 그냥 해프닝으로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1년이 또 지나 할머니 제사날...
이번에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서 가방을 내려 놓고 오락실(네.. 전 어렸을때부터 게임광이었습니다 ㅠ)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하얀 개가 들어오는 겁니다.
코 끝도 허연게.. 작년에 들어온 그 개가 맞습니다.
"헐.. 아부지.. 그 개 또왔어"
아버지는 무슨 소리인 줄 못 알아들으시다가, 그 개를 보고 엄청나게 놀라셨나봅니다.
그 개를 정성스럽게 안아다가 창고 안에 넣어주시고...
개 밥도 고기까지 넣어가면서 챙겨주시고...
역시 한참을 바라보다가 제사를 치를 준비를 하시러 가셨습니다.
저도 그때 다시 들어가서 봤는데..
생긴 건 더 꼬질꼬질해지고 바짝 말랐지만, 작년에 그 개가 맞았습니다.
"엄마, 저 개 할머니 아냐?"
"쓸데없는 소리한다."
어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바닥에 깔 이불을 챙겨주시더군요(그냥 자도 될거 같은데.. 왜 이불을 챙겨주셨는지..)
그렇게 또 하루를 묵고 갔습니다. 부모님께 여쭤보니 역시 새벽같이 사라졌다고 하시더군요.
그 뒤로 매년 할머니 제사날이 되면 그 개가 오나 기다려봤는데..
3년째 되는 날부터는 오지 않았습니다.
글로 적다보니 시시한 이야기처럼 들립니다만...
당시에는 참 신기했던 일 중 하나입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아버지 입장에서는 할머니 제삿날마다 찾아오는 개가 할머니건 아니건 영특해서 고깃국에 밥을 말아 챙겨주셨다고 합니다
목줄까지 구해다가 챙겨주셨는데, 목줄을 한사코 거부하더라고 하더라구요. 어찌되었건 밖에 개장수가 돌아다니는 걸 알고 위험하다 생각하셔서 집에서 키우려고 집 대문까지 걸어잠갔는데, 새벽에 문을 박박 긁어대면서 나갈려고 하는 걸 붙잡을 수 없어 내 보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개가 1년 뒤 할머니 제삿날에 또 왔으니, 참으로 놀랄 일이었지요. 그때는 어쩔 수 없다 생각하시고 잘 챙겨 먹이시고 바닥에 푹신한 이불을 깔고 푹 자라고 한 다음, 새벽에 나가는 것을 지켜보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갈 때 한번 뒤를 돌아보더니, 한참을 아버지를 바라보다 나갔다고 하시더라구요.
지금도 명절때 내려가면 그 개 이야기를 하고는 하는데..
그 개가 진짜 할머니께서 환생하셔서 어렵게 생활하는 아버지를 안타깝게 생각하셔서 방문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개인지 모르지만..
중학교 3학년 때부터는 집안 환경도 어느정도 풀리고, 힘든 시기를 용케 용케 넘긴 시절부터는 그 개가 안왔습니다.
물론 지금은 20년이 넘은 예전 일이라 그 개가 살아있을 리도 없지만...
고향에 가면 항상 그 개 생각이 납니다.
과연 어려운 환경이 안쓰러워 할머니가 격려차 제사날 방문하신 것인지,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개가 하루 잘 곳을 구해 집에 들어온 것인지..
어린 날의 기억이라 희미하지만 아직도 그때의 신기한 기분은 남아 있어 이렇게 써 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