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어려움에 대해
상상하려 노력할수록
우리는 더욱 인간적이 된다.
- 칼럼 맥캔 -
새벽 2시가 조금 넘은 시각. 시장 입구에서 마주친 빵집 주인아저씨는 붉으스름한 얼굴로 기분 좋게 취해 있었다. 이른 새벽까지 가게를 운영하다 이제 막 들어가려던 참인 듯싶었다. 나를 발견한 주인아저씨는 특유의 사람 좋은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인사를 해왔다.
“아니 이 시간에 벌써 일해요?”
나는 웃으며 검지 손가락 하나를 치켜 세웠다.
“넘버 원?”
“아뇨! 1시에 나왔다고요.”
“오!.. 대단하시네요. 정말 부지런해요!”
주인아저씨는 간혹 나와 마주칠 때마다 하는 얘기를 오늘도 똑같이 반복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 인사가 왠지 매번 지겹지가 않았다. 사실 주인아저씨야말로 부지런함 그 자체다. 매일 아침 일찍 시장 내 빵집 문을 열고, 다음날 이른 새벽이 되어서야 문을 닫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경기도 어렵고 주변에 우후죽순 생겨나는 제빵 체인점 때문에 많이 힘든지 표정도 어둡고 어깨도 무거워 보였다. 그래도 나를 보면 항상 활짝 웃으며 밝은 인사도 건네주고, 가끔 빵을 살라치면 덤으로 슬쩍 몇 개씩 넣어주는 후덕한 인심에 단골손님이 된지 오래다.
주인아저씨는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오! 아저씨와 저와는 이곳 면목동 지역사회의 낮과 밤을 매일 빵과 신문으로 책임지고 있네요. 나는 몸의 양식으로, 아저씨는 정신의 양식으로! ㅎㅎㅎ”
나도 웃으며 되받았다.
“그렇죠! 주인아저씨는 건강의 양식! 저는 지성의 양식으로요! ㅎㅎㅎ”
때마침 등장해서 귀가를 재촉하는 아주머니의 잔소리로 대화는 곧 중단되었다. 곧이어 아주머니의 손에 이끌려 가던 주인아저씨는 나에게 “다음에 커피 한 잔 합시다!” 하고는 너털웃음을 웃었다.
멀어져 가는 주인아저씨의 뒷모습에 드리워진 긴 그림자가 보안등 불빛에 간간이 휘청거렸다.
누군가가 말했다. 그 사람의 진짜 표정은 뒷모습에 있다고.
매일 아침, 몸의 양식을 정성스레 굽는 주인아저씨의 손길이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는 피아니스트의 그것처럼, 고소하고 향기로운 빵 냄새로 모두의 가슴 속에 풍요롭게 머물러, 푸근한 표정 못지 않게 따뜻한 그림자로 우리 이웃들 곁에 오래도록 남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아저씨, 힘내세요!!”
* 후기
이른 아침. 주인아저씨는 배달 중인 나를 붙잡아 가게에서 손수 끓인 커피 한 잔을 주었다. 그리곤 빵 몇 개를 담아주며 시장할 테니 같이 먹으라고 했다. 내가 “주인아저씨, 이렇게 자꾸 주면 장사는 어쩌구요?” 라고 했더니, 괜찮다고. 다 먹자고 하는 일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고맙기도 해서 5천 원어치 빵을 샀다. 그리곤 한마디 했다. “주인아저씨, 고단수네요. 서비스를 앞세운 판촉이잖아요.” ^^ 가게를 나서는 나를 향해 주인아저씨는 너털웃음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내일 또 와요. 커피 한 잔 마시러!..” “헉! 또..” -..-;;
* 토토 블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