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32살 결혼 3년차인데요
갑작스러운 형님의 부탁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판에다 올려봅니다..
이번에 아주버님께서 지방으로 내려가시게 되었어요.
9월 초가 이사 예정이십니다.
아주버님하고 형님사이에는 중학교 3학년짜리 딸아이가 있는데요
저하고 남편한테는 조카죠. 영희라고 하겠습니다.
저번 주말에 아버님, 아주버님, 남편은 밖에 나가고 시댁에 어머님, 형님 저 이렇게 셋이 있었어요.
영희는 학원 가느라 없는 상태였고.. 어머님께서는 거실에 나가계시고
부엌에서 저랑 형님이랑 둘이 저녁 준비를 하는데 형님이 조심스레 말씀을 꺼내셨습니다.
쓰기가 어려워서.. 대화체로 갈게요 정확하진 않겠지만..
- "동서. 이번에 우리 지방으로 내려가잖아. 근데 아무래도 영희가 마음에 걸려. 중3 2학기에 전학을 시키는 것도 좀 그렇고...안 그래도 난리가 났어. 절대 안 간다고."
- "그래요?"
- "그래서 말인데.. 동서랑 도련님이 우리 영희 좀 데리고 있어줄 수 없을까?"
- "네??"
전 완전 당황... 평소에 조카아이와는 그렇게 친했던 것도 아니고
저희 부부 사이에는 아직 아이도 없습니다;; 또래 중학생 아이가 있으면 훨씬 수월하겠지만..
게다가 제 남편은 공무원이고 저는 방송쪽 일을 해서 남편은 칼퇴근이고 저는 퇴근 시간이 불규칙적이에요.
작은아빠랑 중학생 여자아이가 서먹하고; 어색하게; 둘이서 집에 있는 것도 좀 그렇고..
그래서 그렇게 말씀을 드렸더니 어차피 밤 늦게까지 학원을 다녀서 괜찮답니다.
근데 더 웃긴건 영희가 다니는 학교와 저희 집은 꽤 멉니다. 한시간 정도?
순간 온갖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우선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 줘야 하고 10시 11시에 학원끝나면 데리러 가야 하고
제가 바쁠 때는 남편 혼자 대충 아침 저녁 해결했었는데 그것도 안되겠구나.. 등등
어쨌든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 "좀이따 아주버님이랑 00이 들어오면 다시 얘기해요^^;"
(00이는 제 남편인데요 동갑이라 그냥 이름 부릅니다.)
이러고 말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남자들이 다 들어오고 밥 먹을 때 제가 여기서 매듭 지어야겠다 싶어서
먼저 얘기를 꺼냈어요. 형님이 이러이러해서 영희를 저희 집에 두면 어떻겠느냐고 하신다고.
아주버님과는 이미 얘기를 하셨는지 아무 반응 없으셨고
어머님 아버님은 그래? 이러기만 하시고 저와 생각이 같은 건 남편 뿐이더라고요ㅠㅠ
근데 남편도 딱 잘라 거절하진 않고
"에이~ 근데 xx(저)이는 퇴근 시간도 불규칙하고 늦을 때도 많은데 영희가 저랑 단둘이 불편하지 않겠어요? 그것도 여자아인데~" 요렇게만 말하더라고요
그랬더니 형님이 "얘기해 봤더니 영희가 괜찮다고 하니까..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근데 어차피 도련님이 사는 곳이 저희 동네보다 학군이 더 좋아서 고등학교 배정 받을 때도 더 좋을 것 같긴 한데.." 이러시는 거예요!!
아니... 그럼 중3 2학기 + 고등학교 3년 내내 있겠다는 건ㄱ가요?!?!
물론 예전부터 동서네 동네 학군이 더 좋으니까 주소 옮기겠다 어쩌겠다 얘기는 하셨어요 근데 이건 상황이 다르잖아요..ㅠㅠ
저도 중3이라 전학보내기 싫은 형님 마음. 계속 서울에서 공부하고 싶은 영희 마음은 이해하지만 아무래도 불편할 것 같아서 싫습니다ㅠㅠ
저랑 남편 반응이 좀 그러니까 어머님이 "얘넨 아이가 없어서 좀 힘들 수도 있으니 그럼 너희 언니네 한 번 부탁해보지 그러냐"이러셨더니
형님 왈 "언니네는 아이가 셋인데 어떻게 영희까지 맡기겠어요~" 이러는거예요..
하.. 그렇게 결론도 나지않고 흐지부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편한테
"설마 진짜 영희 데리고 있으라고 안하시겠지?" 했더니
"왜? 거절 했잖아"
"거절은 무슨. 이도 저도 아니고 결론도 안났잖아"
"또 말씀하시면 내가 딱 잘라 거절할게." 라고 하더라고요...
이번주 일요일에 아버님 생신이라 시댁 근처에서 모여서 저녁식사 하기도 했는데
영희도 온답니다.. 그 아이 앞에서는 더 딱 잘라 말하기 힘들 것 같은데ㅠ
어떡하나요.. 도와주세요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