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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본책) * 절망노트 / 우타노 쇼고 *

irish15 |2013.08.01 11:19
조회 130 |추천 0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아이가 그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일은 없습니다.” (-) “선생님에게도 부모님에게도 도움을 구하지 않아요.” (-) “그래요, 수치. 괴롭힘을 당하는 게 수치스러운 겁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면 못난 자신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고 여기는 거죠.” (99p)

 

 

 “네, 기껏 아이들 놀음입니다. 장난을 좀 심하게 당한 정도죠. 하지만 어른이기 때문에 그렇게 단정할 수 있는 겁니다. 이런저런 일을 겪어오면서 마음의 표피가 두꺼워졌고 감정이 무뎌졌죠. 허나 아이는 달라요. 훤히 비칠 만큼 마음이 아직 여려서 작은 자극에도 파괴되고 맙니다.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면 그 원인을 자기 안에서 찾습니다. 자기가 못나서 괴롭힘을 당한다고. 그리고 못난 자신을 감추려 듭니다. 못났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니까요. 빵점 맞은 시험지를 숨기고 싶은 심정과 같습니다. 그러니 선생님에게도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않을 수밖에요. 직접적으로 물어봐도 부정합니다. 인정하는 순간 정체성이 붕괴되어버리는 겁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라죠. 그 지옥에서 끌어내주길, 간절히 원합니다.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으면서 알아주길 바란다. 모순이죠. 아니, 요즘 아이들이 그만큼 위태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겠죠.” (100p)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는 가정에서 폭력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안에서 발산하는 것이죠.” (102p)

 

 

 “가해 학생과 그 부모에게 증거를 들이대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무조건 잡아뗍니다. 그러면 그 부모는 자기 자식 말만 듣고는 생트집을 잡는다며 적반하장 격으로 격분하죠.” (-) “네, 증거는 있어요. 하지만 상대가 사실로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물건을 슬쩍한 사람을 현행범으로 잡아서 훔친 물건을 드밀어도 계산하는 걸 깜빡했다고 나오면 손쓸 도리가 없습니다. 악질을 만나면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 “본인이 인정하지 않으면 처벌하기도 애매해서 학교 측도 나서지 않습니다. 원래가 학교는 가해자 편이니까요.” (103p)

 

 

 “학급에서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걸로 확인되면 담임교사는 자질을 의심받습니다. 나쁜 소식은 순식간에 퍼지는 법, 전임을 하다고 해도 그런 사람에게 자식을 맡길 수 없다고 학부형들이 압박을 가할지도 모릅니다. 징계를 받을 수도 있고. 권고사직이라도 당하면 어쩌겠습니까. 그런가 하면, 가해 학생에게 주의를 줬다가 그 부모가 학교로 찾아와서 우리 착한 아이가 그런 짓을 했을 리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주먹을 휘두르고, 피해금을 요구하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부모가 그 모양이니 자식도 보고 배운 것이겠죠.

 

 어쨌든 그런 이유로 교사는 사실을 은폐하려 합니다.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해도 눈과 귀를 닫아버려요. 인간에게는 신기한 능력이 있단 말이죠. 보고서도 못 본 걸로 하는. 아주 간단합니다. 우리 반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아침저녁으로 되뇌면 정말로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그러면 누가 아무개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아무리 호소해도 장난한 걸 가지고 뭘 그러느냐 하면서 허허 웃어넘길 수 있게 되죠. 자기암시란 참으로 무섭습니다.

 

 학교 측도 다르지 않습니다. 집단 괴롭힘이 사실로 밝혀지면 학교 평판이 떨어지고, 그간 쌓아온 업적에 금이 갑니다. 따라서 그런 사태에 이르지 않도록 가능하면 어물쩍 넘어가려 하죠. 그렇게 해서 올해도 학교폭력 발생 건수 제로인 건전한 학교로 거듭나는 겁니다. 이게 가해자의 편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아니, 공범입니다. 그런 학교에 뭘 기대할 수 있을까요?” (-) “학교는 믿을 수 없다. 자, 이제 어쩌시겠습니까? 소송을 걸어보시겠습니까? 네, 재판은 유효한 수단이죠. 증거가 있으니 반드시 이길 겁니다.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면 이 방법이 최선입니다. 생활 전부를 희생할 각오라면.” (103p~104p)

 

 

 “저희에게 맡겨주시면 두 번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드리겠습니다.” (-) “네, 두 번 다시. 아드님은 지옥에서 해방되는 겁니다. 완전히.” (-)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저희는 전문가입니다. 단기간에 결판을 내드리겠습니다. 증거를 잡는 동시에 일이 해결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맡겨주십시오. 분쟁은 제삼자가 개입해야 잘 마무리된다고들 하잖습니까. 당사자들끼리 감정적으로 붙으면 될 일도 안 됩니다. 제삼자는 냉정합니다. 말하기 곤란한 것도 쉽게 말할 수 있죠.” (105p~106p)

 

 

 “각서를 받으면 그간의 고통과는 작별입니다. 아드님의 미래는 보증됩니다. 하지만 과거는? 집단 괴롭힘으로 잃어버린 과거는 어쩌죠? 가슴 아프게도 시간은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1년 전으로 돌아가서, 괴롭힘이 없는 평화로운 환경에서 소풍도 가고 운동회도 하고 그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원통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응분의 대가를 받아야지요. 네, 물론 시간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수천, 수억을 받아도 잃어버린 시간에 대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시간은 어차피 되돌릴 수 없고, 이렇게라도 해서 위안을 받아야죠. 교통사고로 혈육을 잃은 가족이 배상금을 받는 것과 같습니다. 피해자로서 정당한 권리입니다. 손해배상을 요구하지 않으면 가해자만 득입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안 되죠, 안 될 일이죠. 용납할 수 없습니다. 아드님도 분할 겁니다. 그렇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데, 지식이 없으면 이것도 어렵습니다. 말했다시피 상대는 죄의식이 없습니다. 성의를 보이라고 해봤자 한 푼도 내놓지 않을 겁니다. 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아, 안심하세요. 저희가 있잖습니까. 저희는 프로입니다. 사모님을 대신해서 합의해드리겠습니다. 저쪽도 말이 새어 나가서 좋을 게 없고, 소송을 당하면 여러 가지로 번거로워지니까 결국에는 이쪽에서 하자는 대로 할 겁니다. 배상금은 받을 수 있습니다. 반드시 받을 수 있습니다. 비용은 그 돈에서 수수료조로 일부 뗄 뿐이니까 사모님께는 전혀 부담이 가지 않습니다. 아, 부디 오해 없으시길. 돈이 목적은 아니니까요. 피해자로서 당연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제안해드리는 겁니다. 가해자가 득이 되는 결말, 이것만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렇죠?” (106p~1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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