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전...제가 사랑했던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저보다 4살 많은 직장 선배였는데...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에게 너무나 잘해주었고,
직장생활에 대해서도 인생을 아름답게 사는 법에 대해서도 항상 나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었죠.
그래서 둘이 늘 일을 핑계로 같이 다녔고...그렇게 정이 들었는데...
그땐 이미 그사람에게 약혼녀가 있었습니다.
집안끼리 이미 정해져있는....(여자가 대학때부터 따라다녔다고...)
그사람이 그러더군요. 나를 먼저 만났으면 좋았을텐데...늘 그랬어요.
좋아하는 감정은 어쩔수 없는건지...그래도 회사에서 매일 보다보니
정을 떼기가 쉽지 않았고...그러다 한번 잠자리를 갖게 됐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만 임신이 되어버렸어요. 어린 나이에 너무나 당황스러웠고...
어찌해야될지 몰랐지만 그사람은 이미 약혼녀가 있었던 상태라 수술을 결정할수밖에 없었어요.
그사람과 함게 난생처음 산부인과라는 델 가서 수술을 받고 의식을 회복하는 동안
3시간정도 내내 밖에서 기다렸다 집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미안하다고...정말 미안하다고...
그리고는 몇달후,...
그사람의 결혼식날이 다가왔고...그사람은 결혼전날까지도 저에게 말했습니다.
결혼하기 싫다고...니가 결혼하지 말라면 안하겠다고....
근데 저는그때 그사람을 붙잡을 용기가 없었습니다.
아직 나이도 어렸고 결혼에 대해 생각해본적 조차 없었고, 결혼이란거 자체가 두려웠고..
게다가 결혼 상대자인 그 여자를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무슨 숭고한 정신이었는지 그래서 저는 행복하라는 말을 남긴채 그를 떠나보냈습니다.
그리고 저는 회사를 옮겼고...
그는 결혼후에도 가끔 연락이 왔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그래서 가끔 만났죠...
그런데 그의 아내는 아주 능력있는 커리어우먼이었고..그래서 늘 바쁘고 가족보단 자기 공부에 더 신경을 쓴다며 약간 푸념을 하기도 했죠...
어떨땐 그의 3살된 아이도 함게 만났어요...그가 아이에게 엄마가 더좋아, 이모가 더 좋아?하고 물으면 아이조차도 처음만난 제가 더 좋다고 할 정도로 그의 아내는 자신의 성공을 우선으로 할 정도였죠.
항상 만날때마다 아내에게 아무런 정도 없다고 늘 입버릇처럼 얘기했습니다. 그래도 자길 너무나 사랑하고 좋아하니까 자기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정은 안생긴다고...
그런 그가 안쓰러웠죠. 그렇게 가끔씩 만나면서 다시 예전처럼 정이 싹텄고...
몇번 잠자리도 같이 했습니다.
(결혼후 그는 거의 별거생활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아내와 떨어져 있었다다더군요...아내가 항상 공부하느라 외국으로 많이 나가있는 경우가 많았고, 집에 있어도 늘 공부한다며 공부방에만 있고...)
그런데 몇년전, 그가 술을 무지 많이 마시고는 전화를 했습니다.
이혼하고 싶다고...속상하다면서...
전 혹시나 나 때문이 아닌가 싶어서 그만 만나자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연락을 피하고 안만났죠.
술마시고 계속 집앞에서 문을 두드리고 한번만 만나달라고 사정했지만
저는 거짓말로 나 결혼하니 그만 연락하라며 냉정하게 나가보지도 않았습니다.
너무 마음 아프고 안타까왔지만 그래야 할것 같았고
그게 그와의 마지막일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1년이 지난후...
외국여행을 다녀와보니 그에게서 음성 메시지가 와있었습니다.
오랜만이라며 그냥 잘 사는지 목소리 한번 듣고 싶어서 연락했다며...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부담갖지 말고 연락한번 달라하는...
저는 또 미련에 전화를 했죠...너무나 반갑게 받는거였어요.
전화를 받자마자 마치 대기하고 있었던 것처럼 바로 집근처로 달려왓더군요.
항산 내가 생각났다고....너 참 좋은 사람인데...그러면서 제일 먼저 묻는게 결혼했니?
안했다고 했더니 그때 결혼한다 그러지 않았냐며....저는 연락안하려고 일부러 그런거라 얘기했고...
잘 사냐그랬더니 한참을 뜸들이더니 이혼했다는 거예요...
가슴이 쿠궁...
그사람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행복하게 살수있는 그런 성격의 소유자였는데...
친권포기서까지 썼다고 하더군요.
그 이후 그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다시 만났고...
그사람 혼자 사는 집에 가서 청소도 해주고, 맛난것도 해주고...
그러면서 우연찮게 저희 부모님도 만나게 됐고....내가 사위 해드릴까?하며 농담을 하기도 했죠.
그런데 문제는 그사람이 8월에 이혼했는데 아직 맘정리가 안됐나봐요...물론 정리될수가 없겠죠.
아내에 대한 감정은 문제 없는데...아무래도 아들에 대한 감정은 쉽게 포기가 안되나봐요...
매일 술로 괴로움을 달래고....그러다가 아들 보고 싶다고 울먹이고...그럴때마다 나한테는 자기한테 너무 잘해주지 말라고...자기는 지금 너무 방황기라 오히려 내가 상처받을거라면서...
그런 그를 보면서 저도 너무 힘들더라구요...그사람 맘 충분히 이해하지만...그래서 더이상 상처받기 싫으니 만나지 말자 했었죠...그랬더니 시간을 달래더군요...지금 너무 정신없어서 뭔가 새로운 시작을 하기가 힘들다고...자기에게 맘을 추스릴 시간을 달라고...그래서 저는 그사람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싶었고..그렇게 지금 3개월째 만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득문득 그의 눈엔 뭔가 지울수 없는 그리움이 보이고, 가끔씩 내뿜는 한숨이 저를 한숨짓게 하고, 가끔 술마시고 전화해서 자기한테 너무 잘해주지 말라고 하는 말들이 저를 가슴철렁하게 만듭니다.
그사람의 상처가 치유될때까지 기다리자, 잘해주자 싶은데
저도 인간인지라 그렇게 초연하지는 않네요..
만약 그사람과 잘된다 하더라도 부모님께 이혼남이라고 말씀드릴 자신도 없고..
평생 그사람이 그리워할 그의 아들을 생각해야 되는 나도 자신없구요...
그렇다고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것에 대해선 정말 더 못하겠구요...
과연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지금은 그냥....예전에 잘해주지 못한거, 그냥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서 사랑해주자 싶은데...
상처받기 싫어서 그사람에게 어떤 기대나 희망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제 나이 32살이구, 그사람은 36살이예요.
제가 지금 잘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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