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냥 지금 속이 너무 답답하고 숨쉬기 갑갑해서 처음 여기에 글을 적어봅니다.
제목에서 보셨다시피 저희 어머니는 11년째 조울증을 앓고 계십니다.
사실 의외로 조울증 증상이 어떤지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그냥 갑자기 화가 나서 화를 내거나,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 웃게되는 정도. 대충 그렇게 아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많이 다릅니다. 저희 어머니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상태가 나빠지면 정신이 나간 이와 흡사한 상태가 됩니다. 자신이 무슨말을 내뱉는지도 모르고 딸 자식 앞에서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과 근거없는 모함, 피해, 망상등을 쏟아내죠.
말그대로 무아지경과 같은 상태가 됩니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때 어머니의 그런 모습을 처음 보았습니다. 그 당시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음식장사를 계속 이어가셨던 부모님은 항상 날씨가 개었다 싶으면 내리는 비처럼 거의 일주일에 한번씩은 부부 싸움을 하셨습니다. 이유인즉, 아버지가 터무니 없이 욕심이 많으셔서 자꾸 식당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간판 디자인을 바꾸거나 계획없이 체인점을 한 두개 내거나 하는 식으로 쓸 돈도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진행을 하시는 통에 뒤처리는 결국 어머니가 다 하셔야했지요. 당시 아버지가 가족 몰래 고등학생인 알바생과 바람까지 펴대는 통에 어머니의 속은 문드러지다 못해 뻥뚫렸을 겁니다. 그래도 저는 어린 맘에 어머니가 끝까지 버티시리라 당연히 그렇게 믿었던것 같습니다. 가족으로서 우리를 저버리지 않으실거라고... 그러다... 예전에 살던 동네의 이웃 아저씨께서 연락도 없이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그분은 아버지를 꼬드겨 사기를 쳤고 결국 저희 집 안까지 모두 빨간딱지가 붙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때부터 교회에 가기 시작하셨습니다. 사실 이미 그 이전부터 어머니의 상태가 점점 이상해진다는걸 느꼈었는데..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시면서 하시는 행동과 말에서 저는 곧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단지 외면했을 뿐 어머니의 상태는 급속도로 안좋아지고 있었지요. 겨울에 가스가 떨어진 난로에 힘을 불어넣으면 다시 켜질것이다. 두고보라면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이상한 행동을 취하시는 것을 시작으로 인형에 말을 거시거나 하루 종일 티비에 얼굴을 바싹 붙이고 시청을 하시거나 이유없이 울거나 웃는등... 나중에는 새벽에 갑자기 동생과 저를 깨우셔서 아무것도 챙기지 않은 채로 버스에 타려고 하시는걸 제가 울면서 붙잡았었습니다. 그 상황에서도 아버지는 방관을 하셨었죠. 결국 어머니가 가족들과 살기가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러 정신병원에 입원을 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완치가 안되었던건지 몇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퇴원을 한 어머니가 집에 돌아와 다시 발병하기까지 이틀밖에 걸리지 않더군요. 너무 무서웠습니다. 매일 동생과 서로 꼭 붙어서 제발 꿈이게 해주세요. 라고 매일 매일 기도했습니다. 어머니는 그렇게 몇번의 입원과 퇴원을 거쳐 어느정도 상태가 호전되셨고 곧 아버지와 법적으로 이혼을 하셨습니다. 실제로는, 도저히 가족들이 함께 살 여건이 안되었기에 아버지가 지방으로 넘어가 돈을 벌어 매달 가족들에게 보낸다는 계획이었으나...실제로 돈을 받은건 단 한번 뿐이었고 오히려 지방에서 자리를 잡겠다는 핑계로 어머니께 계속 주기적으로 돈을 빌리셨습니다. 전화는 늘 돈을 빌릴때. 그때뿐이었죠. 모녀끼리 그것도 정신도 온전하지 못한 어머니 혼자 두 딸들을 먹여 살리기엔 힘든 세상이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추스릴 여유가, 어머니에게는 가족들과 살면서 한번도 주어지지 않았죠. 어머니가 이때껏 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하시는것도 그때문인것 같습니다.
사실 조울증은 완치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매일 약을 먹어야만 하죠. 어머니는 약먹기를 굉장히 싫어하셨습니다. 부작용이 심해서 늘 멍한 상태로 하루종일 누워만 있어야 되는 경우가 허다했으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제가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될때에도 어머니는 몇번을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셨습니다. 그래도 그럭저럭 전보다 나아진 살림에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은 집안에선 조금씩 웃음소리도 생겨났죠. 어머니도 발병을 하셔도 이제 약이 어느정도 필요하다는걸 차츰 깨달으신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망상에 젖어 지내시죠.
이틀 전이었습니다. 친척이 결혼한다는 소식에 다같이 찾아갔습니다. 어머니가 요즘 또 상태가 좋지 않으셔서 가는 길에도 작은 소란이 몇번 있었지만 다행히 금방 수습이 되더군요. 이미 친척들도 대충 어머니의 병을 어느정도는 파악을 하고 있었습니다. 식장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 결혼식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별안간 눈물이 고이더군요. ...단지 그 상황에 감동을 했다거나 신부가 너무 아름답다거나.. 그런 류의 눈물은 아니었습니다. 그냥...아...나는 저렇게 결혼은 못하겠구나...아주 당연한듯 그 모든 상황과 인물들에게서 동떨어져 있는 제자신을 발견하게 되니 가슴이 쥐어짜이듯 아프더군요. 요즘 세상에...그것도 아비 없는 여자에게 정신적으로 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어느 남자가 저를 봐줄까요. 설혹 사랑하게 된다 하더라도...그쪽 집안에서 저를 받아들일까요. 저는 어머니 병의 증세를 잘 알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딸들에 대한 집착이 유독 심하신 편이시고 지금도 여전하시기에... 혹여나... 상견례까지 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부터 시작해 결혼식땐? 결혼하고 나면? 아이가 생기면? 어머니가 저쪽 집 위치를 알게 되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거기까지 생각을 하고나니...당장 화장실을 향해 뛰쳐 나가고 싶은걸 가까스로 참았습니다. 눈물이 나는것도 사람 많은 곳에서 민망하게 생각되어 훌쩍이며 이 감정을 가라 앉혔습니다. 사람들이 축하해주는 신랑 신부에게 축하 박수를 쳐줘야 하는데... 제 감정 추스리기 바빠서 고개도 돌리지 못했습니다.
너무 속상하고 또 억울해서 왜 나만 이런 걱정을 해야하나...솔직히 어머니 원망도 했습니다. 어머니가 정신적으로 무너지지만 않으셨더라면... 조금 만 더 버텨주셨더라면... 하고 말도 안되는 생각도 여러번 했고... 그러다 결국 내가 지금 이렇게 서 있을 수 있는것도 다 이날 이때껏 어머니의 희생 덕분이다 라는 생각에 또 울었습니다. 결국 끝에 가서는 제자신이 제일 못난 년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어머니가 삶을 포기하지 않으시고 살아 계신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다행이라 여겨야 하는데...그런데 그게 안되네요. 어머니가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하셨다면...망상에 빠지지 않으셨더라면...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금방이라도 소리지르고 싶고..다시 자괴감에 빠지고...숨이 막힙니다.
이게 제가 하고자 했던 얘기의 끝입니다. 맺음이 엉성하네요. 짧게 쓰려고 했는데...역시 하소연을 하면 한도 끝도 없나봐요.ㅎㅎ 제가 글을 제대로 상대방이 이해되도록 쓴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만약 읽어주신 분들이 계시고 또 이해해주신분들이 계신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못된 딸년이라 욕먹을지도 모르겠네요..그래도 제 말을 들어줄 곳이 필요했어요. 안그러면 정말 힘들것 같아서.. 아무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