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달이 참 밝더라.
잘 지내구 있지?
네가 떠나던 날부터 쉴새없이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굴러다녀서
뭘해야 난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네가 평생 읽지 못할 글을 쓴다.
너에게 쓰는 2번째 편지구나.
처음 썼을 땐
내가 감히 범접할 수 없을만큼 커다랗게 보이던 그에게
네가 시집가던 날,
내가 처음으로 나의 마음을 확인했던 그 날 썼던 것 같은데
그로부터도 벌써 반년이란 시간이 흘렀구나.
그 땐 정말 몰랐다.
내가 느끼면 너도 그렇게 느낄 거라 생각했다.
내 마음이 너무나 켜져서
왜 나만큼 사랑해주지 못하냐며
떼를 쓰는 나의 모습에서 너는 얼마만큼 지쳐갔을까.
난 너에게 사랑받기 위해 사랑받지 못할 일들만 해왔던 건 아니었을까.
'설렘' 이라는 감정이 아니라
'사랑' 이라는 감정을 처음 느껴 본 나는
다른 남자 옆에 서있는 너와 함께
행복해지는 법도 알지 못했지만
너 없이 삶을 버티는 법도 알지 못했다.
친한 누나, 동생 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매일 매일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너의 이야기를 하던 그 때를 생각하면
흘러가던 모든 것이 멈춰선다.
문득 바람이 멎고, 문득 시간이 정지한다.
분노, 슬픔, 상처를 비롯한 모든 감정의 복합체가
결국 '그리움' 으로 결론 날 때마다
내 감정을 속여서라도 네 옆에 남아있어야 했나,
라는 이기적인 후회가 들 때도 가끔 있지만
결국 우리가 인연으로 만났더라도
우리의 헤어짐은 인연의 소관이 아니므로
지금 이렇게 아픈게
나중의 너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옳은 선택이겠지
우리의 인연은 끝이 없을 거라 호언장담하던
우리의 다짐도
결국 과거에 묻어 버려야겠지
보고싶다.
정말 많이 보고싶다.
누군가 힘들다고 할 때,
난 항상 시간이 해결해줄거라고,
시간은 슈퍼맨이고 배트맨이라고 위로했는데
왜 시간이 갈수록 널 원망하고 미워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네 이름은 점점 더 또렷해지는걸까.
이제와서는
내가 내 자신이 안쓰러워
원망할 대상을 찾아야했기에
내 앞에 나타난 죄밖에없는 널 잊는과정에서
미워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한다.
내가 아는 너는
항상 당당하고,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머리도 똑똑하고 웃음이 예쁜 여자니까
잘 지낼거라 믿는다.
꼭 잘지내라
행복해.
나도 잘지내보도록 노력할게.
만약.
내가 이렇게 넓은 세상에서
그 사람보다 널 먼저 찾아냈다면,
그 사람이 널 데려가기 전에 미리 내 마음을 알았더라면
그 땐
나도 행복해질 기회가 조금이나마 있었을까
너도 날 사랑하긴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