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이야기는 암베충의 하루를 상상해본 어느 일게이의 픽션입니다.
다큐멘터리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어차피 다큐멘터리도 픽션이고 픽션도 다큐멘터리니까요.
나는 암베충이다.
속세의 언어로 풀어서 얘기하면 성별이 여성인 유머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의 유저이다.
나는 일베가 좋다.
많은 유머사이트를 전전했다.
판도 가봤고 쭉빵도 가봤고 오유도 가봤고 디씨도 가봤다.
그런데 항상 문제가 생긴다.
어쩌다가 온라인 상에서 사람들하고 친해지면 어김없이 오프라인 모임을 갖게 된다.
두세번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빠지는데
계속 빠지니까 사람들이 나를 따돌린다.
한 번은 오유에서 정모를 하자길래 거절 거절 하다가 또 왕따 당할까 싶어서 어쩔 수 없이 나갔다.
정모를 하는 호프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사람들로부터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의 눈빛을 보았다.
나를 쳐다보는 그 눈빛, 벌레를 쳐다보는 듯한 눈빛, 경멸하는 눈빛, 무시하는 눈빛...
사람들은 나를 본체 만체 자기들끼리 이야기꽃을 피운다.
꼭 보면 이쁘고 멍청한 년들... 판년들같이 골빈 년들 주위로 삼삼오오 모여서 자기들끼리 논다.
내 앞의 술잔이 비워져 있는데도 아무도 나를 챙겨주지 않는다.
온라인에서는 나를 여신 취급하던 보잘 것 없던 것들이 오프라인에선 내게 말조차 걸지 않는다.
물론 나도 거짓말을 조금 했다.
인증 열풍이 불 때마다 나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잘 빠진 여자의 사진을 찾아서 인증을 했다.
인증을 할 때마다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자들이 많았다.
후후후... 나는 그들을 가지고 놀았다.
나의 연애 스킬은 날이 갈수록 강해진다.
온라인으로 남자를 홀리는 일은 참 쉽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약간 야한 사진을 찾아서 내 사진인 척 하기만 하면 된다.
밀고... 당기고... 밀고... 당기고...
게시판엔 내가 접속하기만 기다리는 놈들이 열댓명은 된다.
온라인에서 만나는 나의 팬들이 가끔 귀찮기는 하지만 어장관리 차원에서 놀아준다.
내가 내 시간을 아껴가며 그렇게 놀아줬는데...
그랬던 놈들이....
나한테 간이며 쓸개며 다 내줄 것 같던 놈들이... 나밖에 모르겠다던 놈들이....
나를 벌레보듯 쳐다본다.
기분이 나쁘다.
혼자 술잔을 채우고 마시고 채우고 마시고를 반복한다.
홧김에 술만 들이킨다.
이미 주량을 넘겼지만... 될대로 되라지... 오늘은 정신을 잃어도 좋다.
술에 나를 맡기고... 나를 범하든 마음대로 하게 해주리라... 그렇게 술을 마신다.
...............
정신이 들었다.
호프집 앞 길이다... 아침이다... 아름다운 아침 햇살이 내게 밝게 웃으며 아침 인사를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쳐다본다. 또 자기들끼리 수근수근댄다.
내가 싫어하는 그 눈빛이다.
벌레를 보는 눈빛이다.
젠장...
다행히 지갑 안의 현금과 카드... 모두 멀쩡하다.
젠장...
이제 오유는 다시는 안갈테다.
젠장...
씹선비 새끼들...
......
그렇게 유머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눈팅을 했다.
일베라는 사이트가 있단다. 미친놈들만 있는 곳이란다.
병신새끼들... 내가 너희들의 여신이 되어주지...
일베에 '얘쁜이'로 닉을 정하고 가입했다.
짤방게시판에 가입인사를 했다.
언제나처럼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을 찾아서 내 사진인 것 처럼 올리고
'안녕하세여~ 얘쁜이에여~ 잘 부탁드려여~' 하고 소개글을 썼다.
.....
24시간 IP 접속 차단을 당했다.
뭐지? 인터넷 선이 빠졌나?
뭐가 잘못된건지 모르겠다.
답답하게 하루를 눈팅만 하며 기다렸다.
하루종일 눈팅을 한 결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여자도 여자인 티를 내면 안된단다.
뭐??? 그러면 내가 유머사이트에 들어오는 이유가 없잖아.
쳇... 여기는 여자가 오는데가 아닌가보다.
.......
그런데 갈 데가 없다.
그냥 유머글이나 보려고 일베에 갔다.
멍뭉이 귀엽다. 헤헤. 우리 멍뭉이도 귀여운데.
새를 주웠단다. 사기꾼. 새가 어떻게 길에 떨어져 있냐?
펫 샵에서 사온거겠지.
헐... 대박... 너구리를 주웠단다.
어이가 없다.
서울에 너구리라니... 서울에 너구리라니...
정치글은 안본다.
봐도 이해 안되고 이 미친놈들은 고인 가지고 장난치는걸 즐긴다.
그냥 정보글하고 동물들 사진만 본다.
......
쓰러져 있는 새끼 도둑고양이를 봤다.
불쌍하다. 놔두면 죽을 것 같다.
주워서 집으로 왔다.
락토프리 우유를 먹여야 한단다. 일베에서 배웠다.
우류를 사다가 뎁혀서 먹였다. 곧 죽을것 같던 놈(?)이 잘도 먹는다.
귀엽다.
어??? 나도 아다 뗐다.
냥줍했다.
인증사진을 찍고 서둘러 짤게에 올렸다.
.....
올리자마자 일베다.
ㅇㅂ 올라가는 속도가 안보인다.
역시 동물을 사랑하는 우리 일게이들.
으리으리하다.
ㅇㅂ 아다를 그렇게 뗐다.
....
3렙이 되고 정치적인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전두환이 개새낀 줄 알았는데 의외로 존경스럽다.
비자금을 좀 해먹긴 했지만 여러가지 공이 많다.
학교 다닐 때 박정희를 독재자라고 배웠는데
내가 알던 박정희와 내가 알게 된 박정희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교사년이 전교조였나보다.
개같은 년... 젊은 남자 교생한테 꼬리칠 때부터 알아봤다... 유부녀 주제에...
노무현은 귀엽다.
뭘 해도 귀엽다.
얼굴 보면 마냥 행복하다.
헤헷.
다이쥬는 강아지다.
설명이 필요 없다.
......
나는 일베가 너무 좋다.
내가 여자임을 밝히지 않아도 내 글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
겉으로는 시크한 척 하지만 속은 되게 사려깊고 착하다.
나는 그들과 남자 대 여자 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소통한다.
삶의 활력이고 기쁨이다.
.....
일베는 좋은데... 보혐글은 싫다.
일게이 병신같은 새끼들은 맨날 한국여자 창녀라며 약올리고 욕한다.
그때마다 한국여자가 다 그런건 아니라고 얘기하면
ㄴㄷㅂ 네다봊 보밍밴 이지랄 한다.
조카 짜증난다.
신발 아다 새끼들... 현실에선 내 손도 못 잡을 병신들이...
한국 여자는 뭐? 다 수건라고?
야 이 신발놈들아. 내 나이 서른둘인데 아직 아다다.
성기같네...
....
오늘도 보혐글이 올라왔다.
가서 ㅁㅈㅎ 도 주고 욕도 해줬다.
그러다가 어떤 병신 새끼랑 키배를 떴다.
이 강아지가 나보고 '내 소중이 개소중이 10년 육변기' 를 해보란다.
....... 이런 강아지가.... 나의 소중이는 절대 개소중이도 아니고 10년도 아니고 육변기도 아니다.
가만... 근데 육변기가 뭐지???
인터넷을 찾아봤다.
.........
이 강아지가.... 뭐 이런 개같은 새끼가....
내 소중이가 뭐??? 뭐???
아직 남자에게도 허락해 본 적 없는 나의 소중이가 뭐??? 뭐???
.........
모니터가 부숴졌다.
너무 화가 나서 던져버렸더니... 부숴졌다...
젠장... 고치려면 시간 좀 걸리겠다.
.....
모니터가 부숴진지 두시간이 지났다.
손이 부들 부들 떨린다.
나랑 키배 뜨던 새끼가 이겼다며 정신승리 할 걸 생각하니... 미치겠다.
새벽인데 잠도 안온다.
이 강아지가... 나의 소중이를 욕한 이 강아지가...
피씨방으로 달려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