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
시간, 공간, 시점
오늘 이야기 하려는 내용은 시점에 관한 이야기이다.
시점의 변화, 그것은 때론 엄청난 오해가 만들어 지기도 한다.
- 시점의 변화 -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 지나가는 듯 싶다.
엊그제 여름이 온 듯 싶었는데 어느덧 여름은 가버리고 가을, 그리고 겨울이 지나 이젠 봄이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오는 걸 보면 말이다.
하루하루가 빠르게 흘러 지나간다.
아침에 일어나 이것저것 출근 준비를 서두르고 늦지않게 회사에 도착한 나는 나에게 주어진 업무를 일사천리로 처리하고 난 후, 회사 내 걸려있는 벽장 시계를 바라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이다.
그렇게 짧은 하루를 보낸 나는 언제나 그랬듯 가까운 단골 포장마차 집에 들러 우동 한 사발에 소주 반병을 말끔히 해치운 후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 나만의 공간인 10평 남짓한 원룸으로 향한다.
[음...]
하지만 오늘따라 왠지 이 일상에 조금은 지루함이 느껴졌다.
뭔가 변화를 느껴보고 싶었다.
변화라는 것, 때에 따라서는 아주 귀찮은 일이지만 어떨때는 꼭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조그마한 변화에도 인간은 긴장한다.
뭐랄까...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한다는 말이 정확하겠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다른때와 좀 다른 걸 해보고 싶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매일 걷는 인파가 많은 도심의 한복판을 걷는게 아니라 인적이 드문 좁은 골목길을 걸어가는 것을 택했다.
아까도 말했듯이 조그마한 변화...이건 때에 따라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묵묵히 걸어간다.
그리고 오늘 내가 한일, 내일 내가 해야할 일을 머리 속에 하나하나 생각해 가며 아무도 없는 그저 낡은 가로등만이 홀로 서 있는 좁은 골목길을...
[터억]
방금 내 옆을 치고 빠르게 달려가는 한 젊은 남자로 인해 잠시 중심을 잃었다.
순간 본능적으로 남자를 쳐다봤지만, 남자는 무엇이 그리 바쁜지 내 반대편으로 달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순간적으로 남자와 마주쳤을 때 남자의 눈빛은 불안해 보였으며 흔들리고 있었다.
[하, 바쁜 일상이군...]
그렇게 뛰어간 남자를 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저 남자는 왜 저렇게 바쁘게 뛰어가는 것일까.
나는 그 남자의 표정을 떠울리며 한 가지의 추측을 내려본다.
누군가 다쳐 병원에 실려갔다는 소리를 듣고 빠르게 달려가는게 아닐까...하는 내 나름대로의 추측들을...
[...]
뭐, 어찌 되었건 나와는 그리 큰 상관 없는 일이다.
그냥...변화없는 일상의 나른함 때문에 그의 일이 조금은 궁금해졌을 뿐이다.
[이 시간에 불이 켜진 집이 있군...]
지금 시간은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이다.
평소에 걸었던 길로 갔다면 지금쯤 난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깊은 잠에 빠져있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조그마한 변화를 위해 선택한 길로 왔기 때문에 어제의 일상과는 조금 달라져있는 시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 불이 환하게 켜진 집은 이 어두운 골목길에 있는 유일한 집이다.
칠흙같은 어둠 속에 작은 등잔불처럼 느껴지는 집...
왠지 모르게 바라보고 싶어졌다.
무엇을 하기에 아직까지 잠도 이루지 않는걸까 하는 궁금증 때문에...
그렇게 바라본 집에서는 저녁식사...
아니, 새벽식사가 한참이나 진행되고 있는 아주 화목한 가정이었다.
다른 집과는 다른 이 집안만의 매력으로 느껴졌다.
이런 늦은 새벽에 식사를 하는 건 말이다.
식탁 한가운데 앉아있는 50대 초반의 남자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큰 함박 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기 시작하면 그 말에 다른 식탁에 앉아있는 그의 아내를 비롯한 2명의 딸과 아들처럼 보이는 이들은 크게 웃는다.
[정말 행복한 가정이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오 언젠가는 저런 가족이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만들어 낸 작은 울타리인 가정이라는 곳에서 나 역시 저런 행복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식사를 마친 그들은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때 갑자기 50대 초반의 부인이 자신의 방문을 빠르게 뛰어나와 자신의 남편을 향해 무슨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는 아버지는 잠시 얼굴이 심각해졌다.
하지만 곧 그 심각함은 사라지고 다시 웃으며 무슨 말을 아들에게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는 50대 초반의 남자.
남자는 나를 향해서 짧은 목례를 했다.
나 역시 그의 목례에 답을 해주고 다시 내가 가야할 길을 걷기 시작한다.
[녀석, 오늘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지? 허허허]
[아버지, 정말 놀랬다니까요]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한참동안 식사를 진행하고 있는 이상한 집안.
그곳에서 아버지인 김필남과 그의 아내를 비롯한 2명의 딸과 아들이 맛있게 식사에 임하고 있는 모습이 보여진다.
[그나저나 여보, 오늘 식사 정말 맛있는데?]
[호호, 오늘은 제가 좀 신경을 썼죠]
김필남은 자신 앞에 놓여진 덜 익은 스테이크 고기 조각을 한 입 크게 베어물고는 큰 웃음을 지어보이며 자신의 아내를 향해 창친하고 있다.
[엄마, 제껀 살이 좀 부드럽지 않아요]
김필남의 딸은 자신 앞에 놓여진 김필남과 똑같은 스테이크 고기를 먹으며 뾰루퉁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 말에 필남의 아내는 심각한 투로 그녀를 향해서 대꾸하기 시작한다.
[이년아, 아버진 최고 육질 좋은 걸로 드시게 하는게 당연한 거 아니냐]
[허허허, 여보, 그만 하구려...진아야, 아빠것도 좀 먹어봐라]
필남은 자신 앞에 놓여진 달콤하게 보이는 스테이크를 반 조각 떼어내 딸의 접시에 놓아준다.
그 모습을 본 딸의 얼굴은 다시 웃음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치...누나, 음식 투정 좀 그만해]
필남의 아들은 자신의 누나를 향해 말한다.
그도 그럴것이 이제껏 살아오면서 아버지의 고기는 항상 연한 육질에 그 맛 또한 최고의 품질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에게는 한번도 그 맛있는 육질을 주지 않고 언제나 자신의 누나에게만 떼어주는 일종의 질투심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들의 저녁식사는 알 수 없는 묘한 분위기에 끝이 났고 식사를 마친 그들은 각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아, 잘먹었네...여보, 커피 한 잔 타주구려]
[네~]
김필남은 오늘 저녁 식사에 꽤나 만족했는지 가벼운 트림을 한 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싶어졌다. 그 때...
[여보, 없어졌어요...]
[뭐가...?]
아내에게 무슨 말을 듣고 난 필남의 얼굴은 잠시 심각함이 이어졌다.
하지만 곧 그 심각함은 밖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한 낯선 남자를 본 후 사라진다.
그리고 밖에 서 있는 낯선 남자를 쳐다보며 가벼운 목례를 한 후 아들을 불러 귓가에 속삭였다.
아들은 필남의 말을 묵묵히 듣고 난 후 나갈 채비를 한다.
[빌어먹을 집안이다. 젠장...]
내 생애 최고의 공포를 맛 본 순간이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이 좁은 골목길을 걸어갔을 때만 해도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였다.
하지만 무언가 큰 충격이 머리에 이어지는 순간 나에게 있어서 행복은 사라지고 큰 공포만이 남았다.
그 공포는 정신을 차렸을 때 눈에 비친 이상한 방안에서 시작되었다.
50대 초반의 남자와 여자, 그리고 그 옆에 있는 20대 초반의 남자와 여자 4명이 우리를 쳐다보며 묘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난 급히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방금 전 나와 함께 길을 걷던,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내 여자친구가 두 손과 두 발이 묶인 채 공포에 떨고 있었고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조그마한 갓난 아이가 보자기에 쌓여져 있는 채 울고 있었다.
[여보, 오늘은 저 여자와 아이가 좋겠어]
[저도 방금 그렇게 생각했어요]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의 말에 웃으며 대꾸하는 50대 초반의 여자...
무슨 말을 하는건지 도저히 모르겠지만 심각하다는 건 확실했다.
[퍽..퍽..퍽!!]
50대 초반의 남자의 눈짓에 아들같아 보이는 젊은 남자는 어디서 들고 왔는지 모르는 못이 박힌 야구 방망이로 내 여자친구를 사정없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꺄악!!!!]
짧은 비명소리...
난 차마 여자친구를 보고있을 수 없어 급히 눈을 돌렸다.
방 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완벽한 방음처리가 된 방안...
벽 면 전체가 스티로폼으로 꼼꼼히 막혀져 있다.
이 방안에서 큰 비명소리를 지른다 하더라도 절대 들리지 않을 곳이 확실하다.
하지만 살고 싶은 나의 본능 때문에 난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이자식이...조용히 안해!?]
젊은 남자는 못이 박혀진 야구 방망으로 나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순간 엄청난 고통이 뇌 속을 파고 들어왔다.
[퍽!퍽!퍽!!]
내가 비명을 그치자 젊은 남자는 여자친구를 때리기 시작했다.
이젠 조그마한 미동도 없는 여자친구...
죽었을 것이다.
여자친구의 움직임이 멈추자 이번에는 갓난 아이를 향해 일격을 가한다
[퍽!!!!]
아이의 울음소리도, 여자친구의 비명소리도 들리지 않는 정막함...
그리고 섬뜩하게 이어지는 그들의 대화들...
[여보, 오늘은 육질이 좋은 고기를 맛보겠어요 ~]
[네, 저기 조그마한 고기는 당신 몫이고 큰 고기는 저랑 애들이 먹으면 딱 좋겠네요]
[아 엄마! 나도 조그만 고기 먹고 싶어!]
[이년이! 저 여자도 육질이 좋아보이기만 하구만! 저거 먹도록 해]
알 수 없는 말들을 하는 인간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기까진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내가 보는 앞에서 여자친구의 살을 한 점 떠서 맛을 보는 그 모습에...
[우...우웩!]
몸 속의 모든 것을 게워냈다.
난 이런 공포 속에서도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며 내 두 팔에 묶여 있는 굵은 밧줄에 힘을 줘 본다.
약간 느슨함이 느껴진 줄에 계속해서 힘을 가한 결과 밧줄을 풀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 문제는 이곳에서의 탈출이었다.
[끼익...]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잠겨 있을거라 생각한 방문은 잠겨있지 않은 채 열려있었다.
난 방 밖의 상황을 조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미친놈들...]
그들은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저들의 입에 물고 있는 고기는 내 여자친구와 갓난 아이의 살들이 분명했다.
여자친구에겐 미안했지만 나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나의 안위었다.
난 최대한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고 방안에서 나온 뒤,
현관문 소리가 나지 않게 서서히 열기 시작했더.
나에게 있어 가장 긴 시간으로 기억 될 것이다...젠장...
그곳에서 탈출한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기 시작했다.
그 순간, 누군가와 부딛치는 느낌을 받았으나 빨리 이 사실을 경찰에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쳐다보지도 않고 뛰기 시작했다.
[어...? 잠깐...]
이대로 도망가게 된다면 조금 전 나와 부딪힌 사람 역시 위험 할 것이다.
젠장, 돌아가야겠다.
그 남자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
더 이상의 희생을 있어서 안됐기에...
[...제길...]
너무 늦었다.
조금 전 나와 부딪힌 남자의 바로 등 뒤에 못박힌 야구방망이와 칼을 들고 서서히 걸어오는 젊은 녀석이 보였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