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내겐 너무 낯선 그이름, 엄마

안녕하세요 판을 즐겨보는 20대초반 여자입니다
저는 지금 어쩌면 무거울수도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합니다

여러분에게 있어 '엄마'란 어떠한 존재인가요?
누군가에겐 행복하고 따뜻한 존재, 또 누군가에겐 아련하고 눈물이 나는 존재일 수도 있겠죠
저의 인생에 있어서 '엄마'란 .....
섣불리 뭐라 대답할 수 없다는건 확실합니다  어쩌면 평생 서글프고 괴로운 사람. 이라 표현할수도 있고요..
사실 이걸 어디서부터 얘기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시발점이라고 할수 있는 저의 어린시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
제가 초등학교 2학년때였어요
그시절을 아직도 선명히 기억하느냐고 물으시면, 그런건 아니고요
주로 많이 혼났고 많이 맞았던 기억으로 봤을때 저는 학급내에서 꽤나 문제아였습니다
놀고 사고쳐서 문제아가 아니라 저는 행동이 매우 느리고 집중력이 떨어졌습니다 심각했어요
수업시간에 진도를 잘 못따라갔고 애들 다 멀쩡히 밥먹을때 저는 한두시간씩 급식판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4교시만 하니 급식 먹고 청소하고 선생님이 종례를 하면 알림장에 받아적고 유인물 받고. 집에 가는거였죠
저는 그 밥먹는거 하나를 시간안에 못했대요 그것때문에 담임이 엄마를 학교로 콜하기 시작했어요
엄마가 했던 말이, 담임샘한테 집으로 전화가 와서 학교로 달려가보면
제가 복도에 있는 신발장에 쭈구려앉아 급식판을 잡고 밥을 먹고있더래요..
그뿐 아니라 수학문제를 다 못풀어서 애들 다 집에가도 혼자 남아서 푸느라 집에 못가고
그럼 엄마는 또 절 찾으러 학교에 오고 ...
엄마 입장에서 얼마나 속상하고 서러웟을지 저는 감히 짐작할수 없었어요
그리고 엄마와 함께 강제귀가를 하는 날엔 저는 엄마에게 엄청난 매를 맞았습니다
너는 왜그러니 내가 속썩어서 죽어야 안그러겠니  엄마는 호통을 치며 저를 혼냈고 끝내는 우셨어요
그런 나날이 반복됐습니다  학교를 갔다오면 엄마에게 맞고 엄마가 울고.. 저에겐 좋은 기억이 아니었어요 전혀
저는 사실 잘 기억이 안납니다  이건 다 엄마께 들은 얘기에요
제 생각이지만.. 어쩌면 너무나 안좋았던 기억이라 무의식속에서 망각하게끔 된것 같아요

어쨌든 엄마는 저의 그 느림병이라는 것에 이골이 나있었습니다
아마 산후우울증과 비슷한 개념으로 저를 때려 죽이고 싶었을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했어요
좀 과격한 표현이지만, 그랬을겁니다
아빠가 해준 이야기로는 제가 좀 심각해서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검사도 받아볼까 했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검사를 받아서 제가 ADHD 증상이 맞았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도 해요
그럼 덜 혼났을수도. 또 날 이해해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요


그로부터 학년이 올라가면서 증상이 조금씩 나아졌던것같아요
그때당시 유행했던 집중력 속독학원, 바둑학원, 피아노학원 등을 일부러라도 다녔습니다
또한 엄마와 아빠의 잦은 매, 호통, 혼남의 반복으로 저는 나아지는것 같았어요

하지만 중학교땐 더 최악이었습니다
저는 평범했고 친구들이랑 놀기좋아했고 공부는 열심히 안했습니다 탈선하진 않았고요
시내가 가까운 학교다보니 끝나면 애들과 노느라 귀가가 늦어졌습니다
엄마와의 약속을 잘 지키지못했어요
그러면 저는 또 맞았습니다 매를 맞다가 매가 부러지면 그럼 손으로 맞고.
울지않았던적이 없어요 울다 죽겠다 생각한적도 잇었어요
손찌검이 심해지면 온몸은 물론이고 얼굴도 맞았어요 
뺨을 너무 맞아서 얼굴이 실핏줄이 다 터져서 시퍼렇게 된적이 있엇어요
다음날에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색이 진해져 보랏빛 얼굴이 된채로 학교에 갔습니다
애들이 왜그러냐 물으면 혼나서 맞았어~ 웃으며 말했죠 그렇게 말하는게 덜 쪽팔리니까요


물론 잘못한게 많았을겁니다 저는 사춘기였고 말을 안들었고 공부를 안했으니까요
단지 그렇게까지 때려야했나 개패듯 패야했나  그 이유는 ..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게 묻고싶으니까요

오해하실지 모르겠는데 저희가족은 화목한편이었어요 아빠가 재밌는분이어서요
아빠는 저를 많이 예뻐했습니다 아빠가 매를 드는건 정말 가끔이었죠
하지만 엄마와 저의 관계는 언제든 달궈지면 터지는 활화산 같았습니다
싸우고 혼나고 맞고... 큰소리 나는 날이 끊임없이 이어졌어요
이쯤되서 저는 엄마가 손을 올리는 시늉에 조건반사적으로 움찔하기까지 했어요
엄마라는 사람이 날 예뻐해주고 껴안고 다정하게 대해준다는건 상상도 못할일이엇어요
저는 그때부터 가족에게 좀 찼던거 같습니다 가족의 훈훈한 분위기라는게 이질감이 들었어요

어느날은, 정말 심하게 맞고 방에 들어와 책상에 앉았는데 엄마가 그러더군요
너라는 애가 질린다고요  정내미가 다 떨어지고 사라졌으면 좋겠다고요
눈탱이밤탱이가 되고 온몸이 욱씬거리는데.. 내모습이 너무 싫었어요 죽고싶었어요
이대로 내가 사라지면 더이상 싸우지도 않고 맞지도 않을텐데
그때 연필꽂이에 송곳이 보입디다  팔을 난자했습니다
그와중에도 드는 생각은 '너무 아프다 너무 아프다.. 죽기싫다..
나는 죽을 용기가 없구나 살고는 싶구나..'  엎드려서 미친듯이 울었습니다
울다가울다가 쓰러져서 잠들었습니다


고등학교때는 무난히 잘 보냈습니다 맞는것에 트라우마가 생겨서 왠만하면 피했고요
대학교에 입학한 후
엄마와 나는 훨씬 친해지고 가까워졌습니다만 점점 본질적인 문제에 다다르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나를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소유물로 여기는듯했어요
학교에서 집에오면 엄마는 나를 반기지않고 제얼굴을 보고 하는 첫마디가 이거였습니다
'옷을 뭐 그따구로 입었냐?'
그래 잘갓다왔어? 이한마디 하는게 .. 그게 어려웠을까요

방에 들어와 문을 닫으면 벌컥 문을 열고선 한동안 계속 흘겨봅니다 그러곤 말을 꺼냅니다
'문 닫기만 해봐. 싸가지없이 문을 닫아놔?'

인격적인 모멸감. 치욕감.  하루에도 수없이 느꼈습니다
저는 하나의 사람, 엄마의 딸이 아니라 평생 싸워야하는 존재. 미운 오리새끼 그 자체.
너무 서러워서 울기도 하고 내가 잘한게 없으니까 혼나는거야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완벽한데 혼나는건 아녜요 아직까지도 저 철없고 공부하기싫어하고 그래요
그래도 잘 모르겠어요 나는 엄마에게 딸같지 않습니다 '딸'이란 단어가 세상에서 가장 낯섭니다


과동기 중에 애교도 많고 참 살가운 아이가 있어요 엄마랑 전화통화를 자주하는데
'웅엄마~ 밥 맛잇게 먹었쪄용?? 나는 애들이랑 ㅇㅇ먹었어여~~ 웅웅 그래용 사랑해용~~'
이런걸 옆에서 듣고있노라면 저는 정말 낯섭니다 다른세계에 와있는것처럼
한편으론 부럽고 참 눈물나고.. 나와 엄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걸까.. 
왜 일반적인 모녀 사이조차 되지못하는걸까  



엄마가 항상 하는말이 있습니다 너에게 가족이란 것이 있는지 모르겠다고요
지밖에 모르고 이기적이고 싸가지가 없다고요

나는 맞고 자란 기억이 큽니다
내가 가족에게 불필요하며 사라져야할 존재라고 혼자 생각하며 자랐습니다
자연스럽게 차가워지고 나만 챙기게 됐습니다 '나만. 그래 나만. 나만 바뀌면 된다.'
잘 모르겠어요  제가 정말 잘못살고있고 잘못살아왔는지
그래서 그렇게 미움을 받고 맞고 자존감이라곤 없이 자란건지
엄마만의 잘못이라고 할수도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말할 자격이 없을거에요

저는 정말 궁금합니다 우리가 왜 이렇게 됐는지
엄마는 내가 잘못하며 사는게 그렇게 싫은지
조금이라도 다정하게 대해줄수없는건지
그리고 엄마에게 나란 애는 어떤 존재인지.....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