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부장님은 일처리 능력이 뛰어나시고 키도 크시고 잘 생기시고 성격도 좋으셔서 모든 여직원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하지만 본부장님의 실체가 드러난 두번째 날, 모두 본부장님에 대한 애정을 버렸다.
그랬다. 그는 패션 아이콘이었다.
정형돈의 패션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패션센스.
은갈치 양복에 새빨간 스카프를 두르신다거나, 민트색 정장에 보라색 부츠를 신으신다거나.
나도 우리 본부장님의 센스가 믿기지 않는다.
어디선가 들은 바로는 전용 코디네이터를 고용한게 저정도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 코디네이터에게 내가 친히 사약을 내리고 싶었다.
오늘 본부장님께서 입으신 옷은 대마법사 모자, 해골이 가득 박힌 재킷, 크롬하츠를 능가하는 민폐체인목걸이, 그리고 걷츄가 1m는 되어보이는 자비리스 땡땡이 배기바지.
그 옷을 입으시고 표정만은 한껏 시크함을 뽐내신다. 솔직히 잘생기긴 했는데.
여직원들은 웃을수도 없었다. 얼굴에 진지함이 잔뜩 묻어나왔고, 젠틀한 목소리로
"오늘도 힘 냅시다. 이따 식후 커피는 제가 쏠게요."
라고 말씀하시고 들어가셨기 때문이다.
남직원들은 단체로 저런 패션센스를 고수해야만 본부장이 될 수 있는거냐며 수군거렸다.
나는, 그의 여자친구여서 직장 동료들의 말에 한마디도 답변을 해줄 수 없었다.
저 패션은..... 여자들 혐오패션1순위! 이런게 아니라 그냥 난해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거시기툭튀어나온 스키니바지, 망고나시, 비니, 빵모자 이런것만 입는다면 당장 헤어졌겠지만 아주 가아아아아아아끔 입는 기본 정장은 날 미치게 하기 때문이다.
여직원들은 모두 그 날만이 다시 오기만을 기다리며 회사에 온다고 한다.
기본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어도 괜찮을텐데.
저번엔 나에게 득템했다는 귀여운 카톡과 함께 인증샷을 보냈는데, 아마존 조에족이 연상되는 거대한 피어싱이었다.
난 조용히 타자를 입력했다.
[그거 차고 나오면 피어싱이랑 같이 부숴버릴거에요.]
다행히 그 피어싱은 버렸다고 한다. 버린건지는 모르겠지만.
점심식사 후, 본부장의 패션에 웃을 수도 없는 커피타임이 돌아왔다.
위로 시선을 두자니 거슬리는 요구르트아줌마를 부업으로 뛰시는 대마법사 모자.
가운데로 시선을 두자니 해골과 인사.
아래로 시선을 두자니 ........배기.
모두들 그냥 커피만 바라봤다.
그래도 난 본부장님의 얼굴만 바라봤다.
망할 패션센스를 가졌지만 그래도 잘생겼다.
어휴.. 내일은 뭘 입고 올까. 정말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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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약을 흡입하고 쓴 병신빙의글^.~
그날..그....병신공항패션날을회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