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어려움에 대해
상상하려 노력할수록
우리는 더욱 인간적이 된다.
- 칼럼 매캔 / 미국 소설가
배달을 끝낸 후 어느 건물 옆 작은 공간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남은 신문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마침 처음 보는 젊은 남자가 양손에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들고 주변을 쓸고 있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의 표정이 잔뜩 찌푸린 채 굳어있었다. 마치 내키지 않는 일을 누군가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모습이랄까.
나는 미처 버리지 못한 휴지를 어디다 버릴까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마땅히 버릴만한 쓰레기통이 보이질 않았다. 옆에서 청소하고 있는데 바닥에 버리기도 뭐해서 그가 들고 있는 쓰레받기에 버리려는 찰나, 갑자기 쓰레받기를 확! 피하며 나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가.
“쓰레기통에 버리셔야죠!!”
헉!..
느닷없는 격한(!) 반응에 놀란 나는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며 서 있자니 이내 한마디를 더 거칠게 쏘아붙이는 것이었다.
“이건 개인용 쓰레기통이 아니잖아욧!!”
이런!!... (또다시 멘붕..)
(뭐냐 저 태도는?.. 마치 원수(?)를 대하는 모드잖아.. 그걸 누가 모르나. 그리고 쓰레기통도 주위에 없거니와 청소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그냥 바닥에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구나 그가 들고 있던 쓰레받기통은 아직 넉넉히 비어있기도 하고.)
그는 토해 내듯 나를 향해 격렬한 항의를 하고는 곧 쌩!~ 하니 자리를 박차고 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나는 하도 어이가 없고 당혹스러워서 망연자실 우두커니 선채로 실소를 터트릴 수밖에.
혹시 내가 실수한 게 없는지 곰곰이 되짚어보아도 이렇다 할 것이 없는데 대체 무엇이 그를 그렇게 격분하게 만든 걸까?..
시간이 지나 천천히 생각해보니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내가 매일 아침 오토바이를 잠시 세워놓던 그 공간은 늘 쓰레기로 지저분했다. 아마도 오가는 행인들, 혹은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들이었으리라. 길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버리는데 하물며 외진 공간에서야 더 말할 것도 없지 않을까.
그날은 그와 처음 마주쳤지만 그동안 내가 가고 없는 시간대에 나와 매일 그곳을 청소해 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매번 청소해야 했던 그의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만도 했을 것이다. 그날은 나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고 내가 버리고자 했던 휴지를 매개로 그에게 평소 쌓였던 분노가 일시에 폭발했으리라는 짐작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애꿎은 내가 화풀이 상대가 된 셈이다. 분명 경우는 옳지 않고 그의 태도는 무례했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아주 이해 못할 일도 아니었다.
누구라도 그런 마음이지 않을까.
아침마다 자신의 집 주위에 쓰레기들이 널려있다면. 거기다 집 담벼락에 온갖 불온한 낙서들로 가득하다면. 그리고 그것을 매일 아침 직접 치워야 하는 입장이라면. 화가 쌓이는 거야 당연하지 않을까.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행하는 작은 무책임함과 반문화적인 행동들. 그런 사소한 것들이 모이고 쌓여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가 되고 고통이 된다면 그것은 결코 단순히 지나칠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자신의 일상적인 언행에 둔감하지 않는 것. 타인의 수고나 어려움을 무심히 지나치지 않는 것. 그리고 타인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며 그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 그 모두가 결국 남과 나의 삶을 보다 더 인간적이게 하지 않을까..
* 배달을 막 시작하는 중에 시장의 한 음식점 가게 앞에 놓여있는 냉장고의 문이 열린 채 있는 것이
보였다. 안에는 음식 재료들이 가득 들어있었고 밖으로 번호식 자물쇠가 잠기지 않은 채 걸려있었다.
관리자가 깜박 잊은 모양이다. 냉장고를 닫고 열쇠를 잠갔다. 일찍 발견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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