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은 편안하고 아무 일 없는 고요한 시기에 성장하지 않는다.
오직 시련과 고난을 겪은 후에
영혼이 강해지고 패기가 생기며 성공할 수 있다.
헬렌 켈러
만화작가 데뷔를 준비하던 때의 일이다. 처음부터 쉽게 연재가 시작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장장 6개월 가까이 계획이 지연되자 점차 지쳐가기 시작했다. 수정과 재작업의 반복, 또 반복.. 처음의 기대와 설렘은 점차 실망과 낙담으로 바뀌어갔고 계속되는 반복작업은 끊임없는 인내와 끈기를 요구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야 했기에 창작에 대한 재미를 점점 잃어갔고 어떻게든 담당 기자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만이 쌓여가게 되었다. 현실적 생활고와 정신적 피로가 가중됨에 따라 자신감을 잃어가는 스스로를 추스르기가 무엇보다 힘들고 괴로웠다.
길고긴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 드디어 편집장의 결재를 받던 날. ‘연재불가’라는 통보를 받고 절망감에 빠져 집으로 오던 중, 지하철 역 화장실에서 그간 참아왔던 서러움의 눈물을 쏟아내고야 말았다.
작품연재를 간절히 원했고 절박하게 노력했던 그 모든 날들이 한순간 물거품이 된 후, 누구에게도 위로 받지 못한 나는 패배감으로 기나긴 외로움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왜 나는 이정도 밖에 되지 못할까. 이제껏 노력했던 나의 열정은 모두 무의미해진 걸까.’하는 자책과 자성의 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겨우 마음을 추슬러 다시 그리기를 시작했을 때, 나는 이전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긴 트레이닝 기간 중 내 의도와는 다르게 고쳐지고 바뀌어지는 과정에서 본래의 순수했던 ‘그리는 마음의 즐거움’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 순수한 마음을 되찾기 위해 실패한 스스로를 다독이고 흩어진 정신을 가다듬어 마음을 다잡은 것은 시간이 꽤 흐른 뒤였다.
포토샵을 배우고 개인 블로그를 개설한 후, 일상을 소재로 카툰을 그려가면서 잃어버렸던 나 자신을 다시 회복할 수 있었다. 아무런 결과나 대가를 기대하지 않은, 오직 순수하게 ‘표현하는 즐거움’만을 위한 시간들이어서 만족스럽고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그렇게 그려진 카툰이 여기저기서 조금씩 알려지고 인기도 얻게 된 어느 날, 한 유명한 통신회사에서 연재의뢰를 받기에 이르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연재좌절에 따른 힘들고 외로웠던 시간들이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창작에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 시간들이었다. 그때의 외로움이 나에겐 분명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었기에 이제는 ‘외로움도 힘이 된다’라는 말을 긍정하며 감사해 할 수 있다. 외로움이 단지 힘겨움의 시간들로 남게 될지, 새로운 도약을 위한 힘을 기를 수 있는 계기가 될지는 나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음을 알게 한 귀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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