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예요.
대강 설명하자면 저는 늦둥이 외동딸로, 부모님 두 분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자랐습니다.
저는 중학생이고 부모님은 두분 다 연세가 50이세요. 동안이시라 그렇게 보이시진 않구요, 덕분에 늦둥이냐는 말은 듣지 않고 자랐어요. 하지만 사랑을 주는 방식부터 두 분은 다르셨습니다.
어머니는 엄하게 저를 훈육하셨고 아버지는 제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주셨습니다. 길 가다가도 무얼 사달라고 떼쓰면 아버지는 바로 사주셨고, 어머니는 저를 혼내셨습니다. 이런 점부터 두 분은 다르셨어요.
어머니는 젊었을 때는 지금보다도 아름다우셨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제가 봐도 사실 잘난 편은 아니에요. 아버지가 일방적으로 어머니를 쫓아다니셔서 결혼하셨다고 하시는데 그래서 그런가 성격이 잘 맞는 편은 아니에요. 두분 다 평소엔 자상하셨다가도 싸우기만 하시면 제가 보는 앞에서라도 입에서 욕이 나가십니다.
아버지는 최소한 제가 초등학교 4학년일 때 부터 바람을 피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아직도 문자 내용을 기억해요. '자기야 자기 전에 내 생각 하고 자'
이거 뭐냐고 물었더니 회사 동료가 보낸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때도 의심스러웠지만 가정이 파탄나는 걸 원치 않아 넘어갔고요. 그제까지도 많이 싸우셨습니다. 서로 칼을 든 적도 있었고 손에 잡히는 온갖 다리미에 문고리에 어머니께 폭력도 행사하시려 하신 분이었습니다.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았을 때 방에서 한 발짝이라도 나오면 죽여버린다고 하시던 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매일 술만 드셔서 일어서지도 못할 만큼 거나하게 취한 아버지를 제가 친구분께 연락해서 집에 데려온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어머니 또한 성격이 좋으신 분은 아닙니다. 술만 먹으면 헛돈을 쓰시는 아버지 덕분에 술을 먹더라도 집에서 먹겠다고 약속하신 지 일주일도 안 되어 약속을 깨셨을 때 취해서 몸도 못 가누시는 아버지를 땅바닥에 내팽겨치는 등 많이 때리셨습니다. 새해가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날 두분께서 몸싸움을 하시다가 경찰이 온 적도 있었고요. 그때 어머니는 갈비뼈에 금이 가기도 하셨어요. 지금 생각하니 경찰도 여러 번 저희 집에 오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늦게서야 아버지가 이런 어머니께 집착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매일 싸움에 다툼에 불화가 잦을 날이 없었는데 어머니가 동창회에 가셨다 늦게 오시자 저에게 '네 엄마는 남자랑 놀아난다' 라는 한탄이라거나, 혹은 열한시가 조금 넘어 들어오셨을 때에 잠에 드시자 새벽에도 몇 번이나 문을 두드리시면서 엄마 있느냐고 제게 자꾸 물었습니다.(저는 어머니와 같이 잡니다)
어머니께선 당신이 계시다고 화를 내시기도 하셨지만, 아버지께선 제가 일어나기까지 최소한 서너번은 그러신 것 같습니다. 감히 화를 낼 자격이 없다는 것도 모르시고.
오늘 어머니께선 다시 한 번 아버지의 외도를 보신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어제 술을 드시고 오셔서 오늘도 낮에 술을 사와 드신 것 같습니다. 제가 학교에서 돌아올때에도 그러고 계셨으니까, 아침부터 줄곧 마셨겠지요.
어머니께선 거실의 컴퓨터로 영화를 보고 계셨고 벽을 하나 사이에 둔 아버지께선 통화로 어떤 여자분께 자기야를 운운했습니다. 기가 차신 어머니는 아버지의 휴대폰을 빼앗아 여자분께 전화를 거셨고, 서너 번 후에야 받았다는 것 같습니다.
여자분은 아침엔 일이 있어도 안 되고, 저녁에도 일이 얼마나 늦게 끝날지 모른다며 만나기를 거부했습니다. 어머니께선 달서구에, 여자분께선 남부에 사셔서 안 된다나요. 무슨 사이냐고 했더니 아버지의 개인사업을 같이 하시는 동료라고 했습니다. 그런주제에 멀리도 사시는군요. 끝나면 전화를 주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도 연락이 없습니다.
아버지께서 낮에 워낙에 술을 드셔서 그만 드시라고 했더니 저 때문에 먹는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제가 성적을 전교에서 7,8등 하다가 10등을 넘겼다는 것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정작 성적표를 보실 때는 잘 했다고 하셨던 분이. 평균 95점이 넘으니까 특별 용돈을 주시겠다고까지 하셨으면서요.
제가 싫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데도 그렇냐고 하던 모습도 싫고 좋아하는 것도 없는 애가 애가 아닌 것 같아 싫다고요. 그 친구는 이름만 들어보았던 아이였고, 제가 원하는 악기 연주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만둔 것 뿐입니다. 저라고 하고 싶어하는 게 없을 리 없는데요. 음악 쪽으로 재능이 많으니 진로를 그쪽으로 정해보지 않겠느냐는 선생님의 말도 집안 형편이 안 되니 못하겠다는 말로 거절드릴 때 저도 싫었습니다. 술주정이면 하고 바랄 뿐입니다.
어머니께서 아버지와 이혼하시기를 여러 번 소망하셨지만 종래엔 제가 걸린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경제력이 낮은 어머니보다 그나마 높은 아버지께 맡겨지게 될 것이라고요. 스스로도 홧김에 네 아빠한테나 가라고 하셨던 말이 여러 번, 제가 싫다고 하신 것도 여러번. 이해는 합니다만, 어머니도 저를 이유로 걸고 넘어지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중학교 2학년밖에 안 되었다고 아직 엄마가 필요할 나이라고. 어머니가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
아버지께서 이런 상황임에도 자꾸 어머니께 집착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빚 때문에 여러 번 싸우시고 집 앞 13만원 수학 학원비 대는 것도 빠듯해하시던 분이 갑작스럽게 어머니께 집착하시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여름 휴가로 어머니께서 친구분과 그 딸과 함께 여행을 다녀오셨는데, 그것마저도 남자랑 갔느냐며 의심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결국엔 그 친구분께 물어보셨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제가 취해야 할 최선의 선택지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