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퇴근해서 남은 이야기 올려드립니다. 중간에 안끊으려고 했는데 퇴근을
해야하니...
암튼 그 날 이후로 뭔가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는데 집안에 있기가 싫으시더래요.
집안분위기도 이전과는 달라진거 같고, 밤에 주무시려는데 생전 처음으로 무서
워서 불키시고 주무셨다고 하고요. 그렇다고 뭔가 출현하는 것도 아니고,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고...
낮에는 정원에 탁자를 내놓고서 볼일을 보시고, 저녁에는 불키고 주무시고,
이게 계속되니까 이사를 갈까 싶으신 생각도 하셨데요. 근데 집이 너무 괜찮으니까,
이 나이에 무섭다고 이사가기는 그렇잖아요. 그러다 노인분들이 모여서 노시는
노인정 비슷한 곳을 알게되신거죠. 옳다쿠나 하고 자리 비집고 들어가서 어울려
노시니까 그나마 낫더래요.
집안 분위기 뒤숭숭해서 곤욕이던걸 구해주신거나 마찬가지니까 고마우셔서
먹을걸 열심히 들고가셨는데 꾸준하게 대접을 하니까 몇몇 노인분들은 굉장히
고마워하셨데요. 근데 한 한달정도 그렇게 드나드셨는데 한 할머니께서
다 같이 화투치면서 노시는 와중에 그 집 괜찮냐고 하시더래요.
근데 일반적으로 사는게 어떠냐고 물으시지 집이 괜찮냐고는 잘 안하잖아요?
꿈에서 본 할머니 생각이 번뜩나서 '집이 괜찮냐는건, 전에 그 집에 무슨일이
있었던건가요?' 하고 물으신거죠. 그랬더니 '아니, 그냥, 정말 그냥.' 하고
얼버무리시고, 대장격인 할머니가 뭘 쓸데없는 소리를 하느냐고 말을 막아
버리고.
아무래도 꺼림칙해서 자리를 파하고 나오는길에 그 할머니에게 은근슬쩍
따라붙어서 '정말 해주실 말씀없으세요?' 하고 물어보니, 평소 계속 대접만
받는 걸 미안해하시던 분이라 결국 주저하다 말씀을 해주시더래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말아달라고 하시면서요.
그 집을 지으신 분이 동네에서 사시던 할머니셨는데 번듯한 집 한채
짓는 것이 소원이셔서 평생 모은 돈으로 그 집을 지으신거였어요. 그렇게
집이 지어지고 나서 애지중지 하셨는데 막상 사신지 1년이 채안되서
돌아가신거죠. 근데 그 이후로 뭐라 말하기는 힘든데 집에 관련해서 소문이 좀 안좋았다고.
거기까지만 말씀하시는데 이모님께서 바로 알겠더래요. 꿈에서 봤던 그 할머니.
뭔가 착착 들어맞는 거 같아서, 이거 정말 이사를 가야하나 싶은데, 정말 이상하게
이사갈 마음을 먹으려다가도, 꺼림칙한 분위기에 마뜩찮아하면서도 집을 보면
그런 마음이 사라지는거에요. 그렇게 시간만 보내고 있는데, 이모부께서 현장에서
일하다가 잠깐 복귀를 하셨어요.
근데 이모부께서 집에 들어서자마자 하시는 말씀이 집이 왜이래? 이러시는거죠.
이모부 말씀으로는 집은 깨끗하고, 뭐 먼지 날리는 건 없는데 분위기가 휑하더라는
겁니다. 사람 없는 학교마냥 써늘한거 있잖아요. 집안 분위기가 이래서야 싶을
정도로.
이모님은 그 말씀을 듣고서야 자기만의 문제가 아니란걸 알게되셨고요. 확실히
그냥 둘러보러 올 때와는 뭔가가 달라진거죠. 그래도 그걸 인정하고 싶지않으셔서
시원찮은 소리하지말라고 그렇게 그냥 넘기셨고요. 다음날 이모부는 집에서 쉰다고
하시고, 이모님은 다시 노인정모임에 가셔서 한참 노시다 돌아오셨는데 이모부께서
정원에서 이모님만 기다리고 있더래요.
왜 나와있느냐고 물어보니, 이모부께서 하시는 말씀이 여기 지진나지 않았느냐고,
당신 괜찮았느냐고 하는거에요.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이모부께서 낮에 집에서
자는데 집이 흔들리더래요. 처음에는 에이 설마하는데 나중에는 정말 흔들리는게
느껴질 정도여서 정원에 서둘러 나와보니 동네는 평온하고 밖에서 본 집은
멀쩡하더라고.
그런데 다시 들어갈 맘은 정말 안생기더랍니다. 사실 공사판현장에서 감독하다보면
별일을 다겪습니다. 정말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거든요. 그런 공사판에서만 평생을
살아오신 분이신데 집이 너무 꺼려지시더래요. 아내 오기까지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질만큼요.
그 다음날 현장으로 복귀하시면서 집은 가능한한 빨리 처분하고, 당분간은 여관이라도
가있으라고 하셨는데 이모님이 거부하셨습니다. 며칠 더 있어보고 그때도 그러면
내놓겠다고 하시고요. 그리고 그 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겁니다. 그 집이 슬슬
문제를 내기시작한거죠.
늘상 정원에 있을 수는 없으니 집에서 음식을 만든다던가 청소를 한다던가 들어와
있는 시간이 당연히 있는데 1층에 있는데 갑자기 2층에서 문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리는거에요. 당연히 2층에가서 확인을 해봐야 하는데 무서워서 못올라가신거죠.
제발 별일 없어라 속으로 비시는데 비웃듯이 쾅, 쾅, 쾅....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나오시고, 노인정가서 시간만 떼우다 오시는데 그 밤에
집에 혼자서 어떻게 들어갑니까.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노인분들에게 오시라고
하는데 오시겠다는 분이 달랑2명. 그것도 망설이시는걸 억지로 끌다시피해서
데려오신거. 그마저도 식사하시고 바로 가버리시고요.
낮의 일을 바람이야, 바람이야 하고 애써 자위하면서 주무시는데 설핏 잠이
들다가 한 밤중에 깨셨습니다. 이모부께서 말씀하시던 것처럼 집이 흔들려서요.
흔들흔들 하는게 등으로 느껴지니까 자던중에도 깨셨죠. 근데 잠이 확깨서
정신이 말짱해지면 또 조용하고.
하루가 가고, 이틀이가고 하는데 집이 흔들리는게 점점 심해지더래요. 낮에
2층에 올라가서 청소하는데 1층에서 인기척이 난다던지, 자기전에 목욕하는데
쾅하고 다른 방 문이 닫히고. 본인이 무슨정신으로 버텼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사는게, 사는게 아니었는데도 버티신건 오로지 그 흐뭇한 집때문.
그러다 집을 떠날 결심을 굳히시게된 것이, 이전까지는 집이 흔들려도 그냥
착각한거라고, 그렇게 치부해버리셨는데 한바탕 집이 흔들리고 구석에서
이불뒤집어쓰시고 벌벌떠시다 아침에 일어나서 주방에 가보니 찬장의 그릇들이며
컵이며 전부 쏟아져서 깨져있더래요. 그 지진난듯한 흔들림이 본인 착각이
아니었던거죠. 실제로, 물리적으로 집이 흔들리고 있었던 것.
바로 부동산 중개소에 가서 집을 내놓는다고 얘기했더니, 잠깐 기다리시라고
하고 전화를 하더랍니다. 그리고 얼마 안있어 전 집주인이 와서는 이전에
받았던 돈하고 그런거 전부 챙겨주면서 계약서 즉시 작성하고 처리해주겠다고.
이모님이 황망한 마음에 어떻게 된거냐고 했더니, 그 집지은 분이 자기 어머님인데
돌아가시고나서 집을 한 번 파셨데요. 근데 무슨일인지 얼마 안살고 내 돈 내놓으라고
난리가 난겁니다.
그 사람도 아마 똑같은 일을 겪은거겠죠. 그래 다시 집을 찾아오기는 했는데 그 아드님도
집이 정말 싫더래요. 어머님이 아끼는 집이었고 어머니와 사이도 좋았는데 그 집만은...
그 이후에 집자체는 번듯하게 잘 지은집이라, 여러 명이 와서 둘러보고 계약하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계약하러 온 사람은 이모님이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놀란거고요.
그 이후에도 조마조마 하셨데요. 언제 난리가 날까 싶어서.
그렇게 정리하고나서 여관인가에 달에 얼마씩 지불하고 지내시면서, 공사 끝나자마자
바로 서울로 복귀하셨습니다. 예전에는 혼자서도 잘 지내셨는데 이제는 낮에라도
가급적 동네를 둘러보시던지, 어디 놀러가시던지 하시면서 집에는 잘 안있으려고
하시고요. 그리고 예전에는 나무나 화초도 좋아하셨는데 큰 건 안키우십니다.
말씀은 안해주시는데 그 정원의 나무관련해서도 안좋은 일이 많으셨나봐요.
아무튼 현재는 노후를 잘 보내시고 계십니다. 혼자있기를 무지 싫어시는거 빼면요.
결론은 천안의, 정원에 큰 나무가 있는 이층 양옥집이 괜찮은 가격에 나와있으면
한 번쯤은 고민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