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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운을남기는 가을영화 4편추천이용 :D

무나 |2013.10.30 14:24
조회 766 |추천 0

가을을 닮은사랑 ,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 4편 추천해드릴께요 

 

‘가을은 OO한 계절이다.’의 OO에 무엇을 넣고 싶으신가요?

 

꽉 차게 영근 곡식을 미련 없이 내놓고 공허한 들판만 남기는 가을은

절정의 계절이자 또 상실의 계절입니다.

그 미묘한 간극이 우수와 고독, 아련함 같은 가을 특유의 분위기를 낳는 것 같은데요.

 

이 가을만이 가지는 감성을 영화로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언제 보아도 좋지만 이 가을에 봐야 제대로인 영화 4편으로 가을을 색다르게 정의해보세요.

각기 다른 가슴 뭉근한 사랑이야기가 함께 합니다.

 

 

 

만추(2011)

 

가을은 코트가 어울리는 계절입니다.

트렌치코트의 벨트를 헐렁하게 묶어주고, 모직 코트의 깃을 살짝 세워줘야 느낌이 사는 계절이지요.

제목도 제목이지만 가을 코트를 장착한 두 남녀의 멋진 키스신 포스터만으로도

가을 분위기가 흠씬 묻어나는 ‘만추’가 첫 번째 가을 영화입니다.

 

 

김태용 감독. 탕웨이, 현빈 주연 ‘만추’ 포스터.

 

나뭇잎도 다 떨어져버린 미국 시애틀의 늦가을이 배경인 영화는 단풍이나 낙엽 대신

안개가 그 자리를 채웁니다.

그리고 겉도는 두 남녀가 그 안개 속에서 닿을 듯 말듯 한정된 시간을 함께 보내지요.

 

어머니의 장례식 때문에 7년 만에 교도소에서 나와 72시간의 외출이 허락된 애나(탕웨이)와

여자를 상대하는 일을 하는 남자 훈(현빈)의 만남은 시간이 없음에도 확 타오르지 못하고

주저하고 머뭇거립니다. 아마도 여름이 배경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요.

 

 그냥 대충 걸쳤을 뿐인데 트렌치코트가 이토록 잘 어울리는 탕웨이. 역시 가을 여자에요.

 

단단히 여민 코트,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확신할 수 없는 감정, 안개, 키스, 커피 한잔….

이 모든 것이 가을 영화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여기에 현빈과 탕웨이라는 배우가 있습니다.

 

낡은 트렌치코트 하나 걸치고도 중저음의 목소리와 단호한 눈빛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탕웨이,

메마르면서도 섬세하고 또 아이 같기도 한 남자를 거뜬히 소화해낸 현빈.

 

코트 깃을 세운 이들은 시애틀이라는 도시에서 아웃사이더로서

서로 공감하는 모습을 가을 풍경에 훌륭하게 녹여냅니다. 거기다 김태용 감독이니까요.

 

영화 속 도시는 늘 매력적이지만 ‘만추’ 속 시애틀은 시종 분위기가 내려앉아있습니다.

안개처럼, 이들처럼.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후광인 듯 보여 극장 개봉을 놓쳤는데요. 나중에 보고 후회했습니다.

아직 안 보신 분이 있다면 꼭 챙겨보세요. 매년 가을 챙겨 봐도 좋을 가을영화입니다.

 

 

 

원스(2006)

 

가을은 거리 음악을 듣고 싶은 계절입니다.

여름이 락 페스티벌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우연히 만나는 거리 음악의 계절이 아닐까요.

기타 하나 덜렁 매고, 거리에서 신곡 발표회를 갖는 뮤지션.

그곳이 아일랜드 더블린이라면 더 이상의 소개는 필요 없겠지요.

 

존 카니 감독. 글렌 한사드, 마르케타 이글로바 주연의 ‘원스’ 포스터.

 

영화 ‘원스’에는 전문 배우도, 잘 꾸며진 세트도 없습니다. 전문 배우가 아닌 뮤지션이 주인공이고,

15만 달러의 제작비로 17일 동안 디지털캠코더로 찍었을 뿐이지요.

자세히 보면 지나가는 행인들이 영화 촬영인 줄 모르로 화면 안으로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 덕에 오히려 생생한 음악을 만날 수 있지요. 화면은 성글지라도 더블린의 거리에, 피아노 가게에,

런던의 녹음실에, 아일랜드의 바다에 함께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니까요.

 

가을 날,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거리의 뮤지션이 있다면 마냥 머물고 싶을 것 같네요.

 

‘원스’는 뮤지컬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더블린의 거리의 가수(글렌 한사드)와 체코에서 이주한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마르게타 이글로바)의 만남,

그리고 이들이 끌고 가는 이야기는 대부분 음악으로 이어집니다. 보통 생각하는 과장된 뮤지컬이 아니라

일상에 자연스레 녹아있는 뮤지컬이지요. 아마도 주인공들이 뮤지션이라 가능했으리라 봅니다.

 

참 조심스럽게 서로의 음악으로 서로를 성장시키고 치유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의 전부라 할 수 있는 OST는 절대 놓치지 마세요.

 

 

그리고 영화 속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그랬듯, 영화 속 음악은 관객들에게 치유를 선물합니다.

돌아보고 정리하느라 한편으로 마음이 헛헛해지는 가을날의 우리를 가만히 토닥이며

음악으로 위로해줍니다.

 

남자 주인공의 조용히 끓어오르는 목소리와 여주인공의 갈대 바람 같은 목소리의 조화는 찬바람 부는

딱 이 계절에 들어야 제 맛입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면 자신도 모르게 ‘If you want me’를 흥얼거릴 가능성, 90%입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1995)

 

가을은 중년을 닮은 계절입니다. 계절을 인생에 비유한다면 가을은 아마 중년이 되겠지요.

무르익고, 완숙하고 열매도 풍성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지켜야 할 것도 많고, 너무 빨리 지나버린 푸릇한 청춘이 못내 아쉬운 때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뒤늦게 찾아온 열정은 약일까요, 독일까요?

예기치 않게 찾아온 한 남자 때문에 갈등하는 중년 여성의 모습을 섬세하게 담은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그래서인지 언제나 가을 영화로 남아있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메릴 스트립 주연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포스터.

 

물론 그 배경 역시 가을입니다. 직업 사진작가인 로버트 킨케이드(클린트 이스트우드)는

1965년 가을 판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에 실을 로즈만과 할리웰 다리를 찍기 위해

매디슨 카운티를 찾습니다.

 

그리고 그곳 사는 프란체스카 존슨(메릴 스트립)을 만나지요.

때마침 그녀의 남편과 두 아이는 며칠 집을 비운 상황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색다른 묘미이지요.

지금껏 할리우드를 주름잡고 있는 모습도 멋집니다.

 

그저 시골의 평범한 아내, 엄마로 살아온 프란체스카에게 이방인의 방문은 일상을 깰 뿐만 아니라

마음의 파문까지 일게 하지요.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번만 오는 거요.”라고 말하는 남자 앞에서

그녀의 요동치는 마음이 멋진 가을 배경과 슬프도록 아름답게 어우러집니다.

 

 

가정을 두고 쉽사리 선택할 수 없는 사랑. 그것이 평생 한번 찾아온 기회이기에 마음은 요동칩니다.

 

 

그리고 비오는 날, 자동차 손잡이 씬(영화 보신 분들은 공감하시죠?) 하나로 모든 감정을 쏟아내지요.

너무 늦게 찾아 온 사랑, 가족을 버릴 수 없는 사랑, 마음속으로만 품을 수밖에 없는 사랑.

현실에서는 위험할 수 있으니 마음 흔들리기 쉬운 가을, 영화로 대신해보는 것도 좋겠지요.

 

 

 

화양연화(2000)

 

가을은 울긋불긋 물드는 계절입니다. 단풍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영화로 꼽자면

시종 붉은 기운이 가득한 ‘화양연화’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 뿐인가요.

 

화려한 치파오의 향연은 단풍 이상의 색감을 자랑하고, 자욱한 담배연기는 안개 버금가는 효과를 내지요.

무엇보다 두 주인공의 마음만큼 붉게 물든 것도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왕가위 감독. 양조위, 장만옥 주연의 ‘화양연화’ 포스터.

 

1962년 홍콩. 차우(양조위)와 리춘(장만옥 분)은 같은 날 이웃으로 이사를 옵니다.

리춘의 남편은 출장이 잦고, 차우의 부인 역시 집을 떠나있는 일이 잦기에 이 둘은 자연스럽게

친한 이웃이자 친구로 발전하지요.

그런데 안부를 건네고, 골목을 스치는 것만으로도 이들 사이에는 심상치 않은 전류가 흐릅니다.

 

자극적이거나 긴박하지 않지만 내내 가슴 졸이며 보게 되는 영화.

마음을 내뱉지 못하는 남녀의 팽팽한 긴장 덕분이지요.

 

 

각자의 가정이 있는 남녀 사이의 감정이라는 점에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그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물론 속사정도 다르지만요).

누구하나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미묘한 기류 안에서 맴돌 뿐이니 말이지요.

 

각자의 배우자가 있기에 그들의 선은 엄격합니다. 하지만 그 가정이라는 것이 그들에게 상처를 주지요.

서로에게 참 보잘 것 없는 위로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는 마음을 더욱 먹먹하게 합니다.

 

치파오의 화려함이나 전체적인 배경이 단풍을 연상시킵니다.

인생 가장 절정의 순간을 말하려는 것일까요?

 

 

주인공들이 속 시원히 표출하지 못한 마음을 대신하듯 영화 속 화면은 내내 농밀합니다.

노랗고, 붉고, 연기 자욱합니다. 입으로 뱉지 못하는 말들이 공기 속에 박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을을 닮았습니다. 곧 떨어질 것을 알면서 절정의 아름다움으로 치닫는

단풍 같다고나 할까요. 그러고 보니 제목이 ‘화양연화’네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말하는.

(#2. 여행을부르는 영화 4편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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