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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낀 정류장

밤바다 |2013.11.04 20:50
조회 713 |추천 6








내가사는 동네는, 원래 새벽에 종종 안개가 끼곤 했다. 어른들은 짙은 안개를 조심하라고했고, 그로인애 자연스러순 괴담도 많이 떠돌게됐다. 하지만 나는 매일 아침일찍 배차간격이 한시간가량되는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야만했고, 그런 괴담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안개정도에는 단련되어있었다.















"지각,지각."















하지만 항상 완벽하게 버스를 맞춰 타던 나에게도 실수하는 날은 있었다. 나는 교복 소매를 걷어올리고 미친듯이 달렸지만, 끝내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망할놈의 웅덩이만 없었어도 이런일이 없었을텐데. 하필이면 짙은 안개때문에, 길 한가운데 차지한 웅덩이를 보지못했고, 넘어짐과 동시에 옷이 모두 흙탕물로 뒤덮여버렸다. 젠장, 손바닥의 상처에서 아마도 피가 나는 것 같다. 옅은 피냄새가 코끝을 맴돌았다. 이정도쯤이야 금방 멎겠지.















학교까지 걸어갈까 말까 고민하던 나는 차라리 한시간뒤에 오는 버스를 타는 편이 빠르고, 욱신거리는다리에도 나을거라고생각했다. 정류장 의자에 걸터앉아, 그렇게 한참동안 콧노래나 불렀다. 서서히 햇빛도 선명해지고.. 머릿속에서 가끔 나를 서늘하게 만드는괴담들 -예를들면 안개속에서 부르는 여인의손길이라던가....-이 떠올랐지만 나는 역시 단련돼있다. 안개정도는 별것아니다.















그렇게 시간이지나고,버스가 보였다. 나는 당연히 기사에게잘보이도록 살짝 차도로 나가 섰다. 그런데 버스기사의표정이 이상하다. 왜저러지? 기사는 창백한 얼굴로 나와눈도마주치지 않고 지나가버렸다. 정말 화나고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냥 집에 가야하나. 걸어가야하나, 다시기다려야하나 고민하던 그때. 아직 앞차가 지나간지 오분도 되지 않아, 멀리서 버스한대가보였다. 오! 이렇게 운이좋을수가. 마침 그 버스는 내앞에 멈춰섰고, 기사아저씨도 나에게 친절하게 인사해줬다. 이것저것 물어보기도하셨다. 이동네사느냐, 힘들지않느냐.. 힘내라는 등등. 나는 기분좋게 안개낀 날의 축 쳐진 느낌을 즐겼다. 여기에 노래까지겸하면 그야말고 분위기 대박.







나는 노래를듣기위해 핸드폰을꺼냈다. 역시 학교친구들에,선생님,엄마,아빠 온통부재중전화이다. 정신이없어 연락하는 것을 잊었나보다.







"아빠? 나 지금 버스야. 오늘 지각했어. 웅덩이에 빠지는바람에..완전 흙탕물투성이야. 그리고 버스를 두대나 놓쳤어. 한대는 날 무시하고 그냥 지나갔다니까."







아빠목소리가 왜이러지? 신호가 잘 터지지않는지 전화가 끊어져버렸다.















"내리거라."







"예?"







고작 두 세정거장 갔을뿐인데, 아저씨는 갑자기 버스를 세웠다. 내리라니? 그게무슨말인가.







"내리라고요?"







"그래. 빨리내려 요녀석아 나참, 별 경우를 다보네!"







기사아저씨는 자리에서 번쩍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맙소사, 이게무슨일이지?







게다가 힘은 왜이리장사인지, 나는 빼도박도못하고 버스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뭐 이런일이 다있담? 어디다 항의해야하지? 나는 오늘은 그저 운이 더럽게 나쁜 날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아, 이제어쩐다.

그러고보니, 내가 내린 이곳은 탈때와 같은정류장이다. 어떻게된거지..






























해답편















동네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는 소식에, 나는 맨발로 달려나갔다. 마침 그 장소는 내 아들이 항상 등교하는 길목이다. 오늘따라 안개도 깊고. 전화도안받는다. 설마,설마 아니겠지..







"어제 내린 빗물이랑, 피랑 섞여서 완전히 피바다처럼 보여요. 죽은애는 이제고작 열두살 여자애라네요. 어휴, 끔찍해라."







"만득이네 애 아녀?"







"그건 아직모르죠. 혹시라도 그집가서 그런소리 마셔요."







나는, 피해자 어린이에게는 너무나 미안하지만. 너무나 안도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따르릉..







망할녀석, 수명이십년은 줄어든것같다. 혼쭐을 내줘야지.







"...아빠? 으흑...흑.. 나 지금..흐흑..버스야."







아들의 태연한 목소리. 그런데 중간중간 들리는 울음소리는뭐지? 순간 온몸에 소름이돋았다. 아들에게 지금 어디냐고 묻는순간, 전화는 끊어졌고. 나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버스정류장을 향해 뛰어갔다. 숨이 차올라서 죽을것같았지만, 차라리 죽었으면할만큼 불안하고 참을 수 없었다.







"아빠?"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는 아들. 나는 당장 달려가 녀석을 부둥켜 안았다.







"오늘 일진이완전 꼬였어."







나는 아들의얼굴을살폈다. 그러고보니, 아들의 온몸이 피투성이다.







"너..너이거 뭐니?"







"응? 뭐가? 흙탕물에빠졌다니까."







나는그제서야 상황이 이해가갔다. 아들은 적색을 잘 보지 못하는 색맹이고,희석된 핏물의정체를 모르는것같았다. 나는 아들을 빨리 집으로데려가서 씻게해야겠다 생각했다. 아들은 학교에 가지않아도 된다는 말에 좋아했고, 나는 아들의어깨를 꼭 잡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얼마안가,버스 한대가 천천히 지나갔다. 기사는 우리를 응시하더니, 갑자기 허무하다는 표정을 하면서 속도를내어 버스를 몰고갔다. 아들과 나는 그 기분나쁜느낌에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봤고, 좀전에 우리가 떠난 정류장에서.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 붉은 피에 젖은 작은 어린 아이가 버스에 올라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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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인사정으로열두시에 쓰려고했는데 일찍 작성합니다. 홀로채널오시면 아직 몇개없지만 지난글감상가능하세요 봐주셔서감사합니다~
추천수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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