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이 피기를 고대하셨던 아파트 경비 어르신께서 국화꽃이 활짝 핀 지금 일을 그만두신다고 하신다. 이유인 즉, 관리소장과의 불화, 동료 경비원과의 갈등이 그 원인이다.
나 또한 최근 들어 팀장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 심기가 불편했던 참이라 그 심정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사회생활에서 인간관계는 그 비중이 크며 그로인한 스트레스 또한 적지 않다. 자기 생각대로, 자기 소신대로만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러 불합리와 각종 비효율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다. 사람과의 관계는 이성보다는 감정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사실에 때때로 좌절감을 느끼게도 된다. ‘바른 것이 좋은 것’이라는 나의 소신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억지 횡포 앞에 너무도 간단히 무너지기 일쑤이다.
동료와의 관계야 성격차이려니 하고 피하거나 적당히 거리를 두면 되지만, 수직적 체계의 지시 일변도인 직장 상사와는 그 수위조절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속된 말로 아니꼬워도 비위를 맞춰야 할 때가 있고 뻔히 보이는 비합리적인 관행에 수고와 희생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 그것을 참고 견디는 것이 사회생활이라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야기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그것을 감수하라고 강요할 순 없는 노릇이다. 자기 주장이 분명하고 완고한 성격의 경비 어르신께는 매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굶어 죽더라도 다시는 경비일 따위는 하지 않겠노라고 격하게 토로하신다. 아마도 상처가 크셨던 모양이다.
아파트 현관 앞 나무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시는 어르신의 모습이 오늘따라 무척 고독해 보인다. 신문을 싣고 아파트를 빠져 나오는 오토바이 백미러에 어르신의 핼쑥한 뒷모습이 흔들리 듯 담겨 있다. 그 안쓰러운 모습에 순간 마음이 무거워져 온다. 나는 나지막이 속으로 읊조려 본다.
“어르신, 보기 싫은 사람 안 보고 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싫은 소리 안 듣고 살면 얼마나 편하겠습니까. 세상에 내 마음 같지 않은 일이 어디 한두 가지 겠습니까..”
자연은 서로 달라도 잘만 조화를 이루고 사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조화롭게 살기가 왜 이리 어려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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