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사담추가)[단편] 그 마을, 피 바람이 분다. (下)

나요 |2013.11.10 14:31
조회 4,733 |추천 18

[출처] 웃대 - 못된야옹 님

 

여러부우운~안녕?

나요에요..

먼저 본의 아니게 소란아닌 소란을 피운점

죄송합니다ㅜ_ㅜ
나요는 이제 당분간만!!

본업인 눈팅족으로 돌아가려합니다.

그 동안 재밌게 봐주시고 관심가져주신분들 감사합니다^_^

그래드 한번씩 간간히 글은 올릴게요.

(추가) 제가 말을 잘못 전한거같아 추가합니다..

눈팅족으로 돌아가긴하는데

당분간만 눈팅족으로 돌아가려합니다..

이제 다시 취업두해야되구..

그래서 그 동안만 눈팅족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단, 글은 많이는 아니더라두 시간날때마다 올리겠습니다. 



유난히 달빛이 청명한 밤. 선생님과 철수아버지, 그리고 이장님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철수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물론 그 무리 중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괜스레 안하던 산책을 하러 나왔다가 대형 참사를 제대로 만끽하는 중이었다.

“서울에 있는 외가댁에 간 거 아닙니까? 왜 지난번에도 한번 이런 적 있었잖아요.”

겉으로는 철수를 찾는 일을 돕고 있으면서도 선생님은 내심 귀찮다는 듯 건조한 음성을 내뱉었다.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한마디였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침묵뿐이었다. 철수 아버지가 선생님의 말을 못 들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을 쓸 정신이 없었다. 아마 이장님과의 약속 때문이리라.

1시간 전-

“그렇게 말씀하시니, 좀 목소리가 달랐던 것 같기도 하고….”

선생님의 애매한 말에 철수아버지의 눈빛이 날카롭게 올라갔다.

“당신이 그러고도 선생이야!!? 애가 없어졌다고 애가!!”
“아 이것 좀 놓으시죠! 분명 어르신 목소리였다고요! 제가 이 마을에 부임한지 벌써 5년이 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 목소리 하나 구별 못했을까봐서요!!”

흥분을 못 이기고 선생님의 멱살을 낚아채며 소리치는 철수아버지의 손을 뿌리치며 선생님이 또박또박 말했다. 그러나 철수 아버지의 갈 곳 없는 분노는 선생님을 비켜갈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이보게 일단 진정하고 말로하세 말로!”

이장님이었다. 철수 아버지는 그제 서야 어쩔 수 없다는 듯 한 걸음 물러났다. 아무래도 이장님을 부르길 잘한 것 같았다.

“그러니까 김 선생이 느끼기엔 분명 목소리가 이 양반과 똑같았다 이거지?”

철수 아버지를 가리키며 이장님이 말하자 선생님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모습게 허탈한 표정을 짓는 철수 아버지와는 달리 이장님은 뭔가 진지한 생각을 하는 표정이다.
희끗희끗한 머리칼을 쓸어 넘기는 이장님의 축 처진 눈빛은 아직 총명함이 충만해 보였다.
이내 이장님이 입을 열었다.

“경찰에 신고부터 하겠네. 그리고 일단은 마을 사람들과 철수 군을 찾아 보세나!”

철수 아버지는 고개를 약하게 끄덕거렸다.

“그리고 지금 경찰에 신고한다는 것은 우리만 알고 있는 편이 좋겠네. 경찰이 올때까지 철수를 찾는 일도 우리 넷이서 하는 게 좋겠구먼. 어쩌면 마을 내부의 소행일지도 모르는데 지래 겁먹고 마을을 나가기라도 한다면 골치 아파질 테니까 말이네.”
“마을사람들 중에 범인이 있을지도 모른단 말씀입니까?”

선생님이 난색을 표하며 물었다. 설마 그럴 리가, 말도 안 된다. 라는 표정이었다.

“그만큼 모든 가능성을 염두 해 두어야 한다는 말이네. 본의 아니게 우리 마을은 관할서에 아주 단단히 찍혀버렸으니 이번에야 말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말이야.”

그러자 일전에 마을에 찾아왔던 경찰관이 했던 말을 상기시킨 선생님은 이해 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된 원인에는 다 이장님의 손자인 김진수 그 녀석의 역할이 가장 컸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이장님 때문 아니냐고 따질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그도 이장님의 죄책감과 같은 마음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어쩌면 이장님은 그것 때문에 철수를 찾는 일에 더 열심인지도 몰랐다.







*****







그러나 새벽 4시가 넘는 시간까지 마을 구석구석을 찾아 헤매고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철수의 행방은 묘연하기 그지없었다. 경찰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한 순간임에는 분명했다. 각자 잠시 동안 눈 좀 붙이고 아침에 다시 모이자는 이장님의 말에 모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이대로 더 찾아 헤맨다고 뭔가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게 아니라는 걸 다들 알고 있었으리라.
그리고 또 다시 일이 일어났다.

이번엔 철수 아버지가 홀연히 사라진 것이었다. 분명 어제 새벽까지도 함께 했던 아저씨가 사라지자 선생님은 말할 것도 없이 이장님도 살짝 당황하는 눈치셨다. 철수 아버지의 처가 눈살을 찌푸리며 이장님 댁을 방문 했을 때까지만 해도 이런 말이 입에서 나오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단지 철수 아버지가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철수의 실종 사실을 털어 놨으리라 짐작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정작 그녀는 철수의 실종 소식조차 모르고 있었다. 철수아버지가 입을 연 것이 아니었다.

“서울에 계신 친정에 다녀왔는데 집에 철수도, 남편도 아무도 없는 거예요. 원래 같이 가려고 했던 친정인데 전날 남편과 싸우는 통에 혼자 말도 없이 다녀온 것이거든요. 그래서 남편이 나중에 애 데리고 뒤따라 서울로 오다 길이 엇갈린 줄 알았는데 집에 전화해보니 아무도 오질 않았다는 겁니다. 왠지 석연치가 않아 시댁에도 전화를 넣어 봤는데 오질 않았다는 군요. 혹시 이장님은 뭔가 알고 계시는 거 없나 해서 이렇게 이른 아침에 실례했습니다.”

이장님의 표정이 묘하다. 사실을 말해야 하나 고민하는 눈치였다.

“이장님!!”

그리고 뭔가 여자의 직감 같을 느낀 것인지 재차 재촉하는 그녀의 날카로운 음성에 이장님은 별수 없다는 듯 어제의 일을 모두 털어놓았고 그녀의 표정은 차마 눈뜨고 못 봐줄 만큼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마을 사람들 중에 범인이 있다고요?! 말도 안되요! 김진수 그 아이라면 몰라도!! 맞아요! 그 아이가 범인 이예요!! 분명 그 아이가 저지른 일일 거라고!!! 당장 데려와야겠어!! 경찰이 올 때까지 어떻게 기다려!”
“이보게…!”

그녀는 이상하리만큼 그 녀석에게 강한 적개심을 갖고 있었다. 그녀석의 할아버지가 이장님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말을 가리지 않는 것이 이성을 잃은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녀석이 범인이라는 신빙성 없는 그 말에 내 마음 한구석이 동조하는 듯 한 기분이었다. 생각해 보니 일전에 마을 어귀에서 그 녀석에게 돌을 던지며 욕을 하던 아이중 하나가 철수였었다. 그때 분명 철수는 김진수에게 사회악이라고 마을에서 나가라고 소리쳤었다. 어떻게 보면 김진수에게 동기는 충분해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기껏 장난전화나 하며 삶을 허비하는 녀석이 그런 짓을 했을까? 기분이 이상하게 찝찝했다.

“전 도저히 경찰이 올 때 까진 못 기다려요! 그래도 손주라고 아직까지 마음에 품고 계신 모양인데 이장님이 못 하시겠으면 제가 합니다! 제가 그 아이를 데려오겠다고요!”
“…….”

그녀는 이장님을 차갑게 노려보고는 쏜살같이 자리를 벗어났다. 저 기세라면 분명 무슨 사고라도 치고 남을 것 같아보였다. 그러나 이장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신 채 멍하니 허탈한 표정만 지어보일 뿐이었다.







***







“네가 그랬잖아!! 우리 아들 어딨어!! 내 남편 어디다 빼돌렸냐고!!!!”

이장님 댁에서 경찰을 기다린 지 얼마나 되었을까. 밖에서 고막이 찢어질듯 카랑카랑한 음성이 흘러나옴에 방안에 멍하니 있던 나를 포함한 선생님과 이장님은 재빨리 밖으로 몸을 옮겼다.

“저, 저저 아, 아니 예요.”
“네가 아니면 대체 누구라는 거야!!”

마을 한가운데에는 오랜만에 보는 김진수가 있었다. 녀석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는데 그런 녀석을 에워싸듯 둥글게 포진해 있는 마을 사람들의 눈빛엔 살기만이 어려 있었다.

“저, 정, 정말이 예요.”
“머리가 모자라니 말로해선 안되겠어요!”

철수 아버지 처가 말을 뱉음과 동시에 손짓하자 주변에 둘러서있던 힘 좀 쓴다하는 남정네들이 우르르 녀석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방적인 폭력이 시작되었다. 아무런 단서도 없이 심증만으로 이루어지는 비현실적인 폭행이.

‘퍽! 퍼억!! 퍽퍽!’

차마 눈뜨고 못 봐주겠는 순간이었다. 입술이 터지고 코가 깨져 핏물이 흐르고 그야말로 녀석의 얼굴은 순식간에 만신창이가 되어갔다. 내가 당사자라도 된 양 눈살을 절로 찌푸려지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누구하나 말리는 이는 없었다. 마치 당연한 결과라는 듯 의기양양한 철수 아버지의 처는 그렇다 치더라도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남정네들은 물론 내 옆에 있는 선생님도 그리고 심지어 녀석의 할아버지인 이장님마저도 묵묵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모두가 은근히 이 상황을 즐기기라도 하는 것 같은 이 말도 안 되는 현실 앞에서 난 고작 고개를 돌리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자지러지는 녀석의 비명소리가 마치 나를 두고 방관자라 비웃는 소리 같았다. 그때 난 분명 보았다. 이장님의 두 손이 꽉 쥐어진 채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것을.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마을 사람들은 이제는 미동도 없이 축 늘어진 수건짝 같은 녀석을 아무렇게나 바닥에 패대기쳐버리고는 손을 탁탁 털며 자리로 돌아갔다. 비록 녀석을 싫어하고 기분나빠하는 것은 모두에게 같았을지는 몰라도 사람이란 동물이 언제나 그렇듯 자신의 일이 아닌 이상 필요 이상 나서는 것을 달가워하진 않았다. 이 마을 역시 그런 사람들이 사는 하나의 조직이었고 다른 곳과 다를 건 없었다. 순식간에 남정네들이 자리를 벗어나자 유일하게 다급한 건 실종된 남편과 자식의 당사자인 철수 엄마뿐이었다. 그녀는 졸지에 똥 씹은 얼굴을 하고선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이장님과 눈이 마주치자 괜스레 경찰은 언제 오는 거냔 말을 툭 내던지는 것을 끝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소란스러웠던 마을 분위기가 제자리를 찾아가자 공연히 마을 한복판에 누워있는 녀석이 더욱 애처롭게 보였다. 이장님은 말없이 집 안으로 들어가셨고 선생님 역시 그런 이장님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정말이지 알다가도 모르겠는 사람들이었다. 무슨 싸움구경만이 목적이었다는 사람들처럼 무관심한 그 행동에 울화가 치미는 순간이었다. 난 재빨리 녀석에게 다가가 혹여 라도 죽은 것은 아닌지 녀석의 생사여부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야! 이봐!! 정신차려봐!!”

내가 몸을 흔들자 녀석은 미약한 신음을 내뱉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총천연색으로 물든 얼굴로 그런 웃음을 짓자 천진난만과는 거리가 먼 기괴한 모습이었다.

“너 진짜 머저리냐!? 차라리 도망을 치던가! 뭐 좋은 꼴 보겠다고 쳐 맞고 앉았어 병신아!!”

다소 격한 감정에 과격한 표현들이 튀어나왔지만 마음만은 진심으로 녀석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 내 감정이 전해 진걸까? 녀석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다시 한 번 순박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천천히 몸을 일으켜 마을을 빠져나가는 녀석. 난 그런 녀석에게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그냥 멀어져가는 녀석을 지켜보는 것 밖에는.

그렇게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하루가 저물고 다시 날이 밝았다. 녀석이 사라진 뒤에도 온다고 했던 경찰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루가 저물어 다음날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무슨 해외에서 오기라도 하는 건가? 어처구니가 없었다. 게다가 선생님은 급한 일이 생겼다고 서울로 내려가 버리셨고 (아무래도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게 싫은 모양이었다.) 덕분에 학교에 나갈 일은 당분간 없어졌다. 이장님은 전날의 참혹한 광경에 충격을 받으신 건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또다시 일이 벌어졌다.

그건 그야말로 제발 꿈이길 바랄만큼 끔찍하고 참혹한 것이었다.

마을 어귀에 있는 나뭇가지엔 철수로 보이는 아이의 잘린 목과 함께 피와 같은 붉은색의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피의 축제가 시작되었다.-







*****







“반장님, 못된 면 야옹 리의 그 고양이 마을 있잖습니까?”
“어. 왜?”
“어제부터 미친 듯이 신고접수가 들어 옵니다. 뭐, 실종에 살인에 별의 별…”
“아주 이젠 마을사람들까지 단단히 미쳤나 보구만. 그냥 무시해! 어차피 다 허위신고니까.”
“그, 그래도 너무 많은데….”
“까라면 까 이 새끼야!! 잔말이 많아. 정 안되겠으면 네가 직접 가든가.”
“에이~ 반장님도.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반장님이 까라면 저 이병수 목숨 걸고 까는거죠!! 자, 그럼 오늘 점심은 뭘로 하실 건가요?”
“짜장 곱빼기. 임마.”
“넵! 당장 주문하겠습니다!”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주문전화를 하는 이병수를 보며 박 반장은 담배 한 개피를 입으로 가져간다. 그리곤 작게 중얼거렸다.

“새끼. 빠져가지고.”







***







밤새도록 저 자리에 걸려있던 것인지 바닥은 잘린 철수의 목에서 떨어진 피로 붉게 얼룩져 있었다. 온몸에 오한이 돋는 것을 느끼면서도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건 나뿐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저마다 넋을 잃은 채 잘린 목을 바라보고 있는 마을 사람들 대부분의 얼굴에는 공포라는 두 글자의 단어만이 드리워져 있었다. 섣불리 말문을 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 당장 이장님한테 알리지 않고 뭐하고 섰어!!”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한 사내가 간신히 싸한 공기를 깨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다들 귀라도 먹은 건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순간 난 무슨 정신이 들었는지 멈춰서 있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힘겹게 몸을 돌려 이장님 댁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 왠지 모르게 이장님이 신경 쓰이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태어나 처음으로 전속력으로 이장님 댁에 도착한 나는 문을 두드릴 정신도 없이 대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신기하게도 문은 모조리 열려있었다. 그러나 집안 구석 구석 그 어디에도 이장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왜 일까? 점점 더 가슴을 옭죄어 오는 이 기분 나쁜 기분이 몰아치는 것은.

“이장님!!!!”

집이 떠나가라 소리치며 모든 집안을 샅샅이 뒤지던 난 저만치 마당 구석에 허름한 나무판자로 된 작은 쪽문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억누르며 왠지 모르게 저 안에 이장님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달려가 문을 열어 재낀 나는 충격으로 몸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안에는 예리하게 잘려나간 철수 아버지의 목과 그 처의 목이 눈을 부릅뜬 채 나를 마주보고 있었다. 난 머리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이상한 감각을 끝으로 정신을 잃었다.







*****







미약한 신음을 뱉으며 살며시 눈을 뜨자 처음 보는 낮선 천정이 나를 반긴다. 군데군데 거미줄과 곰팡이들이 득실득실한 지저분한 모습이 속을 메스껍게 만들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주변을 둘러본다.

“여긴 어디지?”

그 순간 정신을 잃는 순간 보았던 철수 아버지와 어머니의 잘려나간 머리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바닥에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우욱!!”

그때 뒤쪽에서 ‘끼이익’ 소리와 함께 누군가 들어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정신이 들었네?”

익숙한 목소리. 난 간신히 토악질을 멈추곤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그곳엔 아직까지도 총천연색으로 물든 얼굴의 김진수가 해맑게 웃고 있었다. 녀석은 한손에 시커멓게 그을린 커다란 닭다리 같은 것을 들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건 사람의 팔을 불에 익힌 것 같은 모습이었다. 순식간에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그러자 녀석은 별거 아니라는 듯 고깃덩어리를 살랑살랑 흔들어 보이더니 입으로 가져가 한입 부 욱 뜯는다. 그리곤 질겅질겅 게걸스럽게 씹으며 말했다.

“쩝쩝, 생각보다 맛있어. 쩝쩝.”

그 모습에 경악할 틈도 없이 토악질을 먼저 나왔다.

“우욱!! 욱!!”
“헤에. 누군 맛있게 먹고 있는데 그러면 못써.”

마치 충고하는 듯한 차가운 녀석의 목소리. 역시 범인은 김진수였나? 그렇다는 건 나도 곧 저 자식 입속에 들어가게 된단 말이야? 난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내가 정신을 잃은 틈을 타 녀석이 날 여기로 데려온 모양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낮선 공간. 이곳이 엄마한테 들었던 마을 밖 외진 곳의 녀석의 거처란 말인가? 그렇다면 마을로 돌아갈 길을 내가 알 리가 없었다. 그런데 정말 철수도 철수 아버지와 어머니도 다 저 녀석 혼자 저지른 일이란 건가? 도대체 어떻게? 아.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지. 일단은 여길 빠져나가는 것만…

그때였다. 또 한 번의 기분 나쁜 문소리와 함께 녀석의 뒤로 누군가 들어왔다. 그 중 하나는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바로 이장님이었다. 그러나 또 한명의 남자는 온통 검은 천으로 얼굴을 싸매고 있어 누군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정신을 차렸는가?”
“이, 이장님이 어떻게…”

이장님은 표독스럽게 입 꼬리를 찢어 올리더니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마을 어귀에 걸려있는 쪽지를 보지 않았나? 피의 축제가 시작되었다고. 클클.”
“이, 이장님…”

온 몸이 사시나무처럼 바들바들 떨린다. 지독한 공포에 억 눌려 목소리조차 마음대로 나오질 않는다.

“그렇게 떨지 말려무나. 너희 가족을 포함한 넌 죽이지 않을 거니까 말이야.”

사람이라는 것이 참으로 간사하다. 죽이지 않겠다는 믿기 힘든 말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서였을까?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는 나. 내 사람들은 죽으면 안 되고 남은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 그런 이기적인 생각만이 머릿속에 즐비하다.

“대신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는구나. 적어도 한 명쯤에게는 털어놔야 마음이 좀 후련 할 것 같으니 말이야. 하필 그게 너 같은 어린 아이라는 게 영 못미덥지만 그래도 살려주는 대가라 생각하고 들어줘야겠다.”

난 이장님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내 모습에 이장님은 평소의 온화한 웃음을 지어보이곤 옆에 서있는 남자의 검은 천을 하나씩 벗기기 시작했다. 이윽고 천이 모두 벗겨지자 남자의 얼굴을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큼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어 차마 사람이라고 할 수조차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건 그게 화상에 의한 흉터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장님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10년 전-

“이번에 마누라 둘째 임신 했다며? 그 친구 정말 능력도 좋아. 껄껄껄. 안 그런 가 김철규?”
“뭐가?”
“진원이 그 친구 말일세. 아내가 애를 못 갖는 몸이어서 5년 전 이장님이 얼마나 결혼을 반대 했는지 잘 알지 않는가? 그런데 기어코 결혼을 하자마자 덜컥 애를 낳더니 이번에 또 임신이라니… 김진원 그 친구 정말이지 대단하단 말일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지 않았나. 껄껄껄”
“하늘이 도운거겠지. 뭐 그게 대수라고.”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며 김철규는 남자를 뒤로한 채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멀어져가는 김철규를 남자는 한동안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사람 참 까칠하긴.”







***







김철규는 집에 돌아오는 내내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 그가 이러는 대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김진원과 그는 둘도 없는 막역한 친구사이였다. 다만 이정희라는 한 여인이 나타나면서 그 둘의 사이는 멀어지다 못해 철천지원수와도 같은 사이가 되었다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이었다.

비슷하고 잘 통하는 성격 때문에 죽이 맞아떨어지는 그들이었지만 그랬기 때문에 여자를 보는 취향도 닮아있었고, 덕분에 그들은 서로 이정희를 차지하고자 대립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김철규는 끝내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하게 되었다. 그건 그녀를 강제로 취하는 것이었다. 자신과 모든 게 닮아있었음에도 그녀가 자신보다 진원에게 마음이 쏠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화근이었다. 서둘러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일이 저질러진 뒤였고 그는 그녀가 마을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직감했다. 그녀나 그나 이 일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만은 바라지 않았고 그러기 위해선 아무래도 둘 중 하나가 떠나는 것이 개운할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직감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그녀는 떠나기는커녕 오히려 진원과의 결혼 소식을 들고 그를 찾아왔다.

“진원이 이 사실을 알고도 너랑 결혼 할 것 같아!? 좋은 말로 할 때 떠나는 게 좋을 거야!”
“그날 일은 당신이 나서지 않아도 무덤까지 비밀로 할거 에요. 그러니 더 이상 내게 그런 협박은 하지 말아요. 부탁 이예요.”
“지금 이 마을에서 나랑 얼굴 보고 살겠다는 거야!? 마지막 경고야! 당장 떠나!!!”

그러나 그녀의 고집은 완강했고 그는 그녀가 아이를 갖지 못하는 몸이라는 거짓 소문을 퍼트리기에 이르렀다. 이장님을 염두 해 둔 계획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이장님은 자기 눈에 흙이 들어가는 한이 있어도 절대 허락할 수 없다며 진원을 나무랐다.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하자 철규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흐뭇해했다. 그러나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했던가? 진원의 끝질 긴 설득 끝에 결국 이장님마저도 결혼을 허락하게 되었다.

“우리 이제 결혼한다. 앞으론 다시 예전처럼 지냈으면 좋겠어 철규야.”
“그래… 축하한다.”
“고맙다. 자식아.”

그렇게 결혼하고 얼마 안 있어 그녀의 임신 사실로 동네가 떠들 썩 했고 이장님은 결혼을 반대했던 지난날의 과오를 뉘우치기까지 하며 그녀를 다독거려 주셨다. 진원 역시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 날뛰었고 그야말로 깨가 쏟아지는 진풍경이었다. 그러나 철규 자신만은 알고 있었다. 그건 자신의 아이라는 걸.
그렇게 5년이란 세월이 물 흐르듯 유유히 흘러갔다.





철규도 자신만을 바라보는 한 여인과 결혼을 했지만 뭔가 부족한 마음은 항상 가슴 한켠에 남아있었다. 자신의 아이가 남의 자식이 되어 뛰어 돌아다니는 꼴을 볼 때면 울화가 치밀어 올랐고 그건 애꿎은 그녀와 아이에게 쏟아졌다. 남들은 다 귀엽다고 할 때도 그 만은 괜히 아이가 어디가 모자라 보인다는 둥.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둥 툭하면 아이를 걸고 넘어졌고 그 끝엔 언제나 여자를 잘못만난 친구 진원이 불쌍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미 남의 자식이 되어버린 이상 자신의 핏줄이라고 해도 정 같은 건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서일까? 마을에서 그 아이의 입지는 애석하게도 점차 줄어만 갔다. 그러나 그걸로 만족할 그가 아니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진원에게 졌다는 굴욕감을 키워오던 그는 결국 또 한 번 그녀를 범하게 되었다. 격렬히 저항하는 그녀를 보며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그가 말을 내뱉었다.

“이번엔 둘째 한번 낳아보자고! 그러게 내가 떠나랄 때 떠날 것이지 이 요망한 년아!!”

그리고 역시나 이번에도 정희는 애를 가졌다. 철규의 씨앗을 진원의 씨로 탈바꿈한 채. 그렇게 마을은 또다시 무슨 경사라도 난 듯 그 둘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불쾌한 기분을 나른한 바람으로 달래며 집으로 들어오자 철규의 처가 맨발 벗고 뛰쳐나오며 그를 반겼다. 눈꼬리가 요염하게 올라간 것이 나름 매력적인 얼굴상이었음에도 그는 별로 그렇지 않아보였다. 이럴 꺼면 왜 결혼은 한 건지 그 조차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했다. 단순히 진원에게 꿀리기 싫은 자격지심 때문이었을까? 그런 속도모르고 그의 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여보 나 애가 들어선 것 같아요.”
“그래. 둘째 낳고 나면 이번엔 셋째까지 만들어주마. 언제까지 버티나 두고 보자.”
“아이참, 당신도. 뭘 벌써 둘째 셋째예요! 그렇게 조급해하지 않아도 난 버틸 수 있어요 여보! 호호호.”
“어.”

정희를 두고 한 말인데 망할 놈의 여편네가 남의 속도 모르고 혼자 잘못 알아듣고서는 얼굴을 붉히자 철규는 심히 기분이 더러웠다. 갑자기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몰아쳤다. 그래. 내가 왜 5년이란 시간을 이렇게 시기하고 질투하며 살아야하지? 생각 끝에 그는 인간이 해서는 안 되는 끔찍한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그건 진원과 그녀를 죽여 없애버리는 것이었다.







*****







“그렇게 김철규는 집에 불이 난 것으로 위장해 정희와 내 아들 진원을 죽게 만들 었어 자기 핏줄인 아이가 뱃속에 있는 걸 알면서도, 심지어 자기 친자식인 이 진수 녀석을 이용해서 말이야. 그러나 그가 모르는 게 두 개 있었지. 하나는 내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내 아들 진원은 죽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야.”

난 이장님의 말에서 그 진원이라는 남자가 옆에 검은 천을 두르고 있었던 남자라는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건 그럼 일종의 지독한 복수극이란 말인가? 내 생각을 눈치 챈 모양인지 이장님은 다시 말을 이었다.

“난 바로 놈을 찢어죽이고 싶었지.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어. 그건 나만큼 아니 나와는 비교도 안 되는 고통 속에 내동댕이쳐진 내 아들 때문이었지. 내 손으로 복수하는 건 아들에게 있어서도 김철규에게 있어서도 너무 싱겁지 않은가. 그래서 난 내 아들의 회복을 기다리며 때를 보고 있었지.”

그리곤 진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어린것이 무슨 죄가 있겠냐 만은 처음엔 정말 내 손으로 죽여 버리고 싶을 만큼 싫었었네. 이유야 어찌됐건 이 녀석 때문에 내 아들이 저런 꼴이 된 거라 생각하니 도저히 화가 가라앉질 않는 거야. 거기다 때마침 큰 화제로 충격을 받아 정신까지 이상해진 이 녀석을 난 가차 없이 마을 밖으로 내쫒았네. 내심 김철규 그자식도 자시 자식인데 속좀 썩어보라고 말이야. 그런데 그놈은 오로지 지 처의 자식인 철수만을 끼고 돌며 오히려 나보다도 가혹하게 진수를 몰아붙이지 뭔가. 마을 사람들의 대부분도 이미 놈의 새치 혀에 넘어가 버렸고. 난 그때 깨달았다네. 이런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끔찍한 벌을 줘야겠다고 말야.”

이장님의 눈이 번뜩이는 모습이 마치 지옥에서 온 저승사자마냥 악랄하게 느껴졌다. 뒤에 묵묵히 서있는 무표정의 진원이라는 기괴한 얼굴의 사내역시 악귀로 보였다. 그런걸 아는지 모르는 지 여전히 고기를 뜯느라 여념이 없는 진수를 보자 다시 토악질이 밀려왔다. 그때 다시 이장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 벌은 바로 자식한테 온 살점을 뜯어 먹히는 걸 자신의 두 눈으로 보게 하는 것이란다.
그리고 놈의 다리 하나를 잘라 기름에 바싹 튀겨 진수에게 먹이는 걸 놈의 숨이 끊어지기 전에 보여주는데 성공했지. 물론 그 전에 철수를 죽이는 걸 보여 주었고 말이야. 그 새파랗게 질린 얼굴이 얼마나 고소하던지. 너도 그랬지 진원아?“

끔찍한 말을 너무도 태연하게 하는 이장님의 물음에 뒤에 있던 검은천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머리를 제외한 모든 사지를 진수에게 먹였네. 지금 저 아이가 뜯고 있는 것이 아마 마지막 한쪽 팔일 거란다. 그리고 마을 어귀에 걸어둔 쪽지처럼 축제는 지금부터야. 엄밀히 따지만 이 마을 사람들 모두가 내 자식을 이렇게 만드는 데 동조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자.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다. 말했다시피 너를 포함한 네 가족은 죽이지 않을 것이야. 나도 사람인데 이사 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관련 없는 사람을 죽일 생각 따윈 없구나. 뭐 마을을 벗어나서 신고를 해도 상관없단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귀찮아지는 건 네 가족뿐일 테니 말이다.”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말이 좋아 살려두는 것이지 엄밀히 따지면 하나의 담보 같은 것이 아닌가? 경찰에 신고해봤자 아무 증거도 없이 믿어줄지 의문이고 또한 불똥이 튀는 건 신고를 한 우리가족에게 튈 것이 자명했다. 그건 언제라도 찾아와 우리를 협박할 수 있다는 것도 포함한 일종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린 내가 할 수 있는 건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는 게 전부였다.

“그럼 이만 나가도 좋아. 마을에서 십리정도 떨어진 곳에 부모님이 기다리고 있을게다.”

이장님은 친히 문까지 열어주며 내게 말했고 난 더 망설일 것도 없이 무작정 몸을 움직였다. 뒤에서 ‘다음에 또 보자’ 며 손을 흔드는 녀석의 목소리를 피해 미친 듯이 달릴 뿐이었다. 어느새 온통 시커멓게 물든 거리를 보자 이곳에 이사를 처음 오던 날이 떠올랐다.





***






횡 한 거리가 무색할 만큼 띄엄띄엄 우뚝 솟아 있는 가로등 불빛이 미약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그런 가로등마저 없었다면 칠흑 같은 어둠만이 존재해 마치 커다란 블랙홀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처음 이 마을에 이사 왔을 때만 해도 과연 여기서 내가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앞섰던 나였지만 역시 사람 일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듯 점차 시간이 흐르자 오히려 서울에 살 때 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 적어도 그 녀석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묵묵히 운전대만을 잡고 있는 아버지. 말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어머니. 수없이 지나가는 가로수를 멍하니 바라보는 나. 우리 가족은 마치 말을 잃은 벙어리처럼 목소리를 잃은 인어공주처럼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달리는 차안에 몸을 맡길 뿐이었다.



‘다음에 또 보자.’



녀석의 마지막 한마디가 잊혀 지지 않는다.
아마도 난, 우리 가족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 마을에 불었던 그 피 바람을….









추천수18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