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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장편] (19禁) 아르바이트-실험- 5~완결

나요 |2013.11.13 13:55
조회 18,261 |추천 12

[출처] 웃대 - 히피히피 님

 

따로따로 올리면 도배로 한다구 혼날거같아

5화부터 완결까지 한번에 올릴게요..

그래서 좀 길어요..

죄송합니다.

 

 5화가 삭제되어서 여기로 붙여넣었습니다.

 

 

꾸준히 봐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내용이 잔인하고 다소 선정적이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
악마 같은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찌직하는 소리와 함께 복면남은 번데기의 허물을 벗기기 시작했다.
여성의 앞태에 달린 두덩이가 들썩이며 모습을 나타냈다.
홍림은 그 모습을 보며 어두운 과거를 기억해냈다.


***


“저 왔어요!”
“그래, 홍림이 왔니?”
“응. 아빠!”


14살. 중1이였다. 아빠는 내게 많은 것들을 요구하곤 했다.
라면 끓이기. 좋은 성적 받아오기. 술상 차리기. 부모님 말씀 잘 듣기.
그날은 요구라기보다는 확실한 강요였다.


“어휴, 홍림이 가슴이 많이 커졌네에?”
“아빠는 숙녀한테 그게 뭐야⋯⋯.”
“이리 가까이 와봐.”
“시, 싫어. 아빠 오늘 이상해.”


아빠는 나의 가슴을 태평양 같은 손바닥으로 가득 움켜쥐었다.
나는 아파서 소리쳤다.
어찌나 악력이 강하던지 어린 마음에 내 커진 가슴을 떼어내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엄마 살려줘!”
“가만히 있어봐!”


아빠에겐 지독한 술 냄새가 났다.
태평양으로 내 구석구석을 쓰나미처럼 몰아치며 염탐했다.
기분이 나빴다. 몸은 이상하게 흥분을 했다.
얼굴에는 홍조가 가득했다.
아빠는 말했다.
귀엽다.
나는 어쩔 줄 몰랐다.


이게 무엇인지 지금 아빠가 나에게 하려는 이 행동이 무엇인지 나에게 아무도 설명을 해준 적이 없다.
초등학교 때 배운 성교육에는 이런 게 없었다.
그럼 지금 내가 당하고 있는 이 무자비한 겁탈은 무어인지 도대체 어디서 배워야 하냔 말이다.


아빠는 손을 여성으로 향했다.
포크레인처럼 손가락을 치켜들고서 여성의 굴을 마구 휘저었다.
나는 악을 쓰며 소리를 질렀다. 살려달라고 말했다.
이때까지 잘 못한 점들을 두서없이 나열했다.
아빠의 지갑에 손을 댄 것. 야심한 밤에 배가 고파 몰래 냉장고를 뒤진 것. 성적을 제대로 못 받아온 것. 음식투정 부린 것. 전부 용서해달라고 말했다.
나는 지금 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빠는 입으로 남성을 훑으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빠는 태평양으로 내 얼굴을 덥썩 물었다. 입에서 피가 흘렀다.
나는 하는 수 없이 힘에 무릎을 꿇고 그것을 훑어야만 했다.


그 순간 뭐에 홀린 듯 나도 모르게 안방으로 눈이 갔다.
눈빛에 대한 신경이 쓰인 탓일까.
살짝 열려있는 문틈사이로 엄마가 웃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불쾌하고, 수치스럽고,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이내 곧 모든 것이 ‘벌’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마음에 모든 속죄를 바라기만 했다.
남성이 여성으로 들어오려고 발악할 때 아빠는 말했다.
이제 너는 나의 것이야.
이어서 누군가의 얇고 고운 웃음소리가 귀에 거슬리게 들려왔다.


살과 살이 맞대는 소리가 온 집안을 삼켰다.
그렇게 몇날 며칠을 벌을 받으며 자랐다.
벌은 아빠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끝이 났다.
학습된 무기력증.
그것이 나의 병명이었을까.


***


따뜻하고 차가운 방울이 홍림의 얼굴에 투둑하고 떨어졌다.
어두운 기억을 들추는 것은 거기서 끝이 났다.
손가락으로 훑어서 바라보았다. 피였다.
복면남이 번데기의 입에 붙어있던 청테이프를 힘차게 떼어내자 입술이 터진 탓에 피가 튀었던 것이다.
덕분에 누군가는 추악한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홍림은 감사해야할지, 어찌해야할 바를 몰랐다.


“살려줘! 살려줘 제발! 잘못했어!”


홍림은 지난날의 자신을 보고 있다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자신의 볼을 꼬집어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를 확인했다.


“아얏.”


아팠다. 스피커사이로 ‘키킥’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분명 홍림의 행동을 보고 웃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일단 홍림은 어디서 자신을 보고 있는지 알아야했다.
번데기의 삶과 죽음의 길에 자신이 손을 내밀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고개를 CCTV기계처럼 이리저리 돌려댔다.


“도망갈 길을 찾나요? 벗어나실 생각은 마시지요.”


어차피 벗어날 생각은 없다.
오히려 잘된 일 아닌가.
내 손으로 피를 묻히지도 않고 복수를 할 수가 있다니.
홍림은 그렇게 생각했다.


“리, 림아 살려줘! 살려줘! 제발! 살려줘 아악!”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홍림에게는 같잖은 것에 불과했다.
마음속으로 외쳤다.
죽어버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발을 떼고서는 그대로 복면남에게 다가가 그의 엉덩이를 걷어 차버렸다. 자신의 돌발적인 행동 자체를 상상도 하지 못했는지,


“내가 지, 지금 무슨 짓을…….”


그녀는 정신을 부여잡을 새도 없이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 그 자리에서 벌벌 떨었다.
연민의 정이 남아있음이 틀림없었다.
복면남은 갑자기 ‘후우-’하고 숨을 내뱉고는 무지 화가 났는지 두 덩이를 마구 만지며 번데기의 입술을 마구 핥았다.
피맛이 좋은지 내내 헤헤거리며 번데기의 두 덩이를 만졌다.
그리고 이내 밑의 허물도 벗겨버렸다.


억지로 벗겨낸 허물 때문인지 두 다리 사이에서는 진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는 ‘오호라’하는 방정맞은 소리와 함께 커다란 남성을 꺼내어 보였다.
혀를 쭈욱 내밀고서는 입맛을 다셨다.


번데기는 성대가 찢어질 정도로 “꺄아악, 갸악”하며 이상한 소리를 냈다.
홍림은 구석에 틀어박혀 쭈그려 앉아 두 귀를 틀어막고서 사시나무 떨듯이 내내 떨기만 했다.
집안의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또 다시 그녀에게 들려왔다.
그녀는 다시 얼굴에 차갑고도 따듯한 무언가가 튀어주길 바랐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삐빅, 삐빅, 삐빅”


이상한 전자음이 들려왔다.
홍림은 떨림을 멈추고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냈다.
전자시계였다.


정확히 00:00.


복면남은 “쳇”하며 두 눈을 감은 번데기를 끌고서 뒷문을 두드렸다.
그리고는 다시 열쇠가 꽂히는 소리가 나고 번데기와 함께 바람과 같이 사라졌다.


“첫 번째 실험을 통과하셨습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뒷문이 열리더니 복면남이 사과박스 하나를 들고 와서는 홍림의 앞에다 놓아주었다.
현찰 일억이었다.
홍림은 단지 어떻게 들고 가지하는 생각에 휩싸일 뿐이었다.


어머니의 생사확인 같은 것은 머리의 뇌나 몸의 세포 하나하나에 추호도 꽃피질 못했다.
그토록 어머니가 싫었나 보다.


일단 홍림은 박스를 작은 나무상자의 반대쪽 구석에다 밀어 넣었다.
가져가는 건 다음 일이다. 일단 사억을 확보해야해.
홍림은 돈 생각뿐이었다.


***


가뭄의 단비.
나에게 있어 정빈이는 그런 존재였다.
첫눈에 반함. 운명. 인연. 사랑. 그 모든 것들을 조합하면 나와 정빈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아빠의 벌이 끝날 무렵에 정빈이를 만났다.
나와 같은 고2인 동갑이었다.
나는 소심하고 자신감이 없었다.
매일 어두운 이미지 탓에 친구하나 제대로 사귀질 못했다.
집안의 벌은 그렇게 바깥의 나에게까지 영향을 미쳐주었다.


흔한 왕따였다. 하지만 그가 전학을 오고 나서부터 나에게 단비가 내려졌다.
쩍쩍 갈라진 마른 땅에 살며시 스며들어서 모든 것을 강력한 빛으로 메워 주었다.
나의 땅에도 태양 같은 빛이 쏟아지기는커녕 스스로 빛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정빈이는 성격상 나를 가만히 두질 못했다.
벌의 종료와 맞물려 나는 서서히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와 나는 새로운 세상을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빛이 가득한 세상.
집안의 어두운 과거와 구름 따위는 이미 저 멀리 사라진 뒤.
나 홀로 빛을 낼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준 그.
하지만 서서히 그에게 빛이 꺼져가고 있었다.
말기 심부전증.


그는 태양빛이 아니었다. 언젠가 사라질 양초 같은 빛을 가진 사람이었다.
아픔을 함께 겪고 싶었다. 심장이식이 필요했다.
내 심장을 떼어내라고 외쳤지만 메아리조차 돌아오지 않았다.
돈이 필요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집안이 아닌 다른 곳으로 살을 맞대기 위해 들어갔다. 그것밖에 없었다. 돈이면 다 해결 될 거야.


***


“지금 일억 오백만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을 안 한 것이 있지요.”
“그, 그게 뭐지?”
“게임을 도중에 그만 두시면 모든 돈은 회수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장면은 다 촬영되고 있음을 아십시오. 카메라는 전자시계의 안에 박혀있습니다. 자, 이제 두 번째 실험.”


전자시계에 다시 피 같은 빨간 불빛이 물들었다.
11:00


“어째서 11분이야?!”


홍림은 강하게 반발했다.


“진정하시지요. 제가 분명 예상시간은 35분정도라고 했지요. 1분씩 늘어나는 겁니다. 단지 1분이에요. 60초. 금방입니다.”
“그런 게 어디 있어!”
“하기 싫나요?”


홍림은 아무 말이 없었다.
다시 스피커에서는 ‘키킥’하는 웃음소리만 들려왔다.
듣기 싫은 카랑카랑한 철 소리.
‘철커덕’
그 소리와 함께 뒷문이 열리고 다시 복면남이 들어왔다.


이번엔 키가 좀 더 커보였다.
실험마다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듯 했다.
그리곤 뒤에서 누군가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아버지였다. 그래서 가족을 물어봤구나.


홍림은 생각했다. 괘씸하다.
이 모든 게 자신을 위한 것이라 이기적인 자신을 생각하니 너무나 괘씸했다. 한편으로는 통쾌했다.
앞선 일을 생각 한다면 이해가 될 것이다.


“림아 살려다오.”


홍림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처음 보았다.
세상의 권력이란 권력은 모두 자신이 쥐고 있는 것 마냥 호락호락 하지 않던 아버지.
자신의 모든 것을 탐하며 욕구는 물론 명예, 돈까지 거머쥐기 위해 불티나게 움직였던 그가 살며시 무릎을 꿇고선 홍림에게 애원을 하고 있다. 기가 찬 건지 어이가 없는 건지 배를 통통 튕기며 ‘허허허’하고 웃었다.


“제발, 제발 살려줘⋯⋯.”


홍림은 자신이 쌓아놓은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은 끝없이 올라가지만 한없이 추락하는 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이리와!”


복면남은 왼손으로 아버지의 뒷덜미를 잡고 끌면서 오른손을 자신의 엉덩이로 가져갔다.
뒷주머니에서 펜치를 꺼내기 위함이었다.
펜치로 한번 아버지의 뒤통수를 가격하자 ‘억’하는 소리와 함께 아버지는 고꾸라졌다.
그렇게 복면남은 아버지의 발톱을 빼기 시작했다.
엄지발톱에 펜치를 고정시키고서
“긴장해라.”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복면남은 고정된 펜치를 잡아당겼다.


번데기와 마찬가지로 아버지는 “그어어어억!”하는 이상한 괴음과 함께 뒹굴 거렸다.
아프다고 살려달라고 아프다고 살려달라고 계속해서 외쳤다.


홍림은 팔짱을 낀 채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홍림만 알고 있을 터였다.
그의 괴음 섞인 울부짖음이 처단실을 가득 메웠다.
마지막 발톱이 뽑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뽑히다가 말았다.


“에이씨.”


덜 뽑힌 발톱 밑으로 끈적하고 빠알간 덩어리 같은 것이 보였다.
다시 복면남은 일을 이어갔다.


아버지는 이미 기절했다.
흰자위가 둥둥 떠다닌다.
비린내가 가득했다.
홍림은 온 몸으로 경련을 일으켰다.


“느낌이 이상해. 기분이⋯⋯.”


마치 잔인하다고 버틸 수가 없다고 느낀 듯했다.
하지만 홍림은 알고 있었다. 이보다 더 한 잔인함을 이 남자를 통해 겪었다고.
홍림은 문득 나무 상자 안에 있는 것이 궁금해졌다.


굳이 그것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나중을 위해서 무엇인지 알아야하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조용히 복면남이 일에 집중할 때 홍림은 발걸음을 조용히 떼며 나무 상자를 열어젖혔다.
카메라로 이미 목사가 다 지켜보고 있을 테지만 아무 말이 없으므로 괜찮다고 느꼈다.


가느다란 손으로 작은 나무 상자를 열어 젖혔다.
안에는 은빛 리볼버 한 자루가 들어있었다.
자살이냐, 복면남을 죽이는 것이냐. 홍림은 고민했다.


“리, 림아!”


누군가 홍림의 어깨를 부여잡고서 흔들며 말했다.
덕분에 리볼버가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순간 홍림은 기분이 나빴지만 이내 참아냈다.


아버지였다.
복면남은 땅에 쓰러져있었다.
코에서 피가 흐르고 있나보다. 부여잡은 손틈 사이로 시뻘건 게 나오고 있으니.
그는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내, 내가 쓰러트렸어. 제, 제발 이것 좀 이것 좀 풀어줘!”


아버지의 손목에는 굵은 밧줄이 거미줄처럼 마구 엉켜있었다.
그는 그것을 풀기위해 마구 흔들었다.
발톱의 아픔 따위는 이미 살고 싶은 마음에 잠식이 되어버린 후였다.


“제바알!”


엄청난 소리. 사자후와도 같았다.
그에겐 안타깝게도 홍림에게 기억 되선 안 될 그것이 떠올랐다.
벌.


“아빠.”
“그, 그래 살려줘!”
“싫은데.”

 



‘퍽-’하는 질퍽한 소리와 함께 아버지가 쓰러졌다.
복면남이 펜치로 그의 뒤통수를 다시 한 번 가격한 것이다.
그리고는 뭐에 홀린 마냥 팔을 크게 휘두르며 고기를 다지듯이 마구마구 ‘그것’을 쳐댔다.


“죽어! 죽어 이 씹새끼야! 죽어! 죽으라고!”


‘퍽,
퍽,
퍽,
퍽,’


주기적으로 리듬처럼 질퍽한 소리가 최대의 저음으로 처단실을 메웠다.
홍림은 눈을 질끈 감고 심호흡을 몇 번 하고서 시계를 바라보았다.


00:05,
00:04,
00:03,
00:02,
00:01
이제 끝이야.
00:00.


“축하합니다. 두 번째 실험에서도 성공하셨습니다.”
“하아하-” 복면남은 손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듯 박수를 치며 탈탈 털었다.
그리고 시체를 끌어다가 뒷문을 통해 나가버렸다.


다시 사과박스하나가 추가되었다.
이로써 이억 오백만원이 수중에 생겼다.


“이번에도 잘 참아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키킥. 죄송합니다. 뭐가 그리 웃긴지⋯⋯.아, 리볼버를 보셔서 말하는데 발포하면 실험 끝입니다. 아시겠죠. 자, 그럼 이어갑시다.”


홍림은 다음 타자가 누구인지 아주 잘 알고 있다. 하나 뿐인 남동생. 기림이었다.

***


“누나. 누나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며!”


처음에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왜 있지 않은가 부모님들이 모두 하는 농담.


“너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
처음에는 무서웠다.
나는 정말 부모님의 딸이 아닐까.
기림이가 장난을 치는 걸까.
나는 조용히 부모님께 다가가 물었다.


“기림이 말대로 나 정말 주워왔어?”


두 분은 서로 눈을 맞대고서 소름끼칠 정도로 입술을 삐죽하게 올리더니
“어. 맞아.” 라고 동시에 입을 뗐다.


“기림이가 우리 이야기를 들었나 보네.”


번데기가 말했다.
나는 그날부터 부모님의 말씀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부모님이라 칭하기도 싫었다.)
하지만 그들은 주워준 것만 해도 감사해야지 반항하는 거냐며 나에게 폭행을 일삼았다.
나는 그저 스트레스 해소용 애완동물에 불과했다.


짜증을 내서는 안됐다.
짜증을 내면 그들이 나에게 짜증을 낸다.
내가 웃으면 그들도 웃는다.
가식을 겸비해야 했다.
다녀왔습니다.
오늘은 즐거웠어.
잘 먹었습니다. 그러면 그들도 똑같이 대했다.
그들은 스트레스를 풀지 않았다.


어린나이에 너무 많은 것을 알았다.
소리 내어 울면 그들은 때렸다.
결국 샤워를 하며 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빈이 말고도 작은 세상에 나를 버티게 해주는 작은 기둥이 하나 있었다.
아이 같은 장난꾸러기 동생. 기림이였다.


기림이는 나를 지켜주고 싶어 했다.
주워왔다는 그 농담이후로 기림이는 많은 것을 깨달은 듯 했다.
특히 미안함.
기림이의 히로인은 나였다.


어느 날 새벽녘.
인기척에 놀라 눈을 뜨니 아빠가 내 몸을 훑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


나는 헷갈렸다.
좋은 아빠라는 것이 자신이 또 다른 아이의 아버지가 되는 것인지 사죄하고 좋은 아비가 되고 싶다는 것인지.
헷갈렸다.
그 순간 기림이가 들어와 아버지를 밀쳤다.


기림이는 죽지 않을 정도로 밟혔다. 단지 몇 주간 입원만 했다.
아버지는 말했다. 그 누구도 나를 방해할 수는 없다. 설령 그것이 가족이라도.
그 뒤로 기림이와 정다운 이야기가 몇 번 오갔지만, 어느 날부터 이유 없이 대화가 단절됐다.
눈을 마주치려해도 기림이는 피했다.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한 거겠지.


또 다시 소름 돋고 입에서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는 쇳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삐걱대는 소리와 함께 휠체어하나가 들어왔다.
이번엔 키가 작은 복면남이 휠체어를 뒤에서 끌고 있었다.
정빈이였다.

 

“어, 어째서? 기림이가 아니라 어째서? 어째서 정빈이야!”
정빈의 입에는 청테이프가 붙여져 있었다.
두 팔걸이에는 밧줄이 꽁꽁 묶여 정빈은 팔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홍림은 미쳐갔다.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를 위해 가족 아닌 가족을 희생시킨 홍림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달려온 건지 그 정체성을 잃어버린 듯 했다.


재빨리 떨어져있던 리볼버를 쥐었다.
정빈의 눈이 블랙홀처럼 커지며 홍림을 빨아들을 듯한 눈매로 변하였다.
홍림은 조용히 복면남의 머리로 겨냥했다.


“까, 까, 까불지마. 쏴, 쏴버릴 거니까! 정빈이는, 정빈이는 건들지마! 제발! 부탁이야!”


복면남이 그녀를 슬그머니 쳐다보고는 홍림의 말을 무시하고 정빈의 얼굴에 손을 갖다 댔다.


‘탕-’


귀가 얼얼했다. 이명 소리가 귀를 간지럽게 했다.
복면남의 머리에는 여섯 번째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
정확히 이마 정중앙에 말이다.


홍림은 살짝 자신의 사격 솜씨에 놀라기도 했지만 그럴 생각은 할 필요도 없다고 느끼고는 정빈에게 달려갔다.
그 순간 갑자기 소름끼치는 카랑카랑한 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순식간에 온 신경이 뒤통수로 쏠렸다. 누군가 내 뒤에 서있어.


“어련하시겠습니까.”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 스피커로 흘러나오던 목소리가 바로 뒤에.
목사였다.
홍림은 바로 뒤를 돌아 리볼버를 그에게 겨눴다.
복면남과 똑같은 차림을 한 목사.
그는 살며시 복면을 벗어 던지고서 말을 이어갔다.


“쏘면, 그도 죽습니다.”


홍림은 수전증이 없다. 하지만 손의 떨림은 멈출 생각을 안했다.


“도, 도대체 왜!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거야! 너 때문에 모든 게 망했어! 내가, 내가 돈에 눈이 멀어서! 왜 이런 시련을 나에게 준거야! 아빠는 왜 죽여! 엄마는 왜 괴롭혀! 기림이는 없고 왜 저, 정빈…….”


홍림은 메두사의 눈과 마주친 것이 틀림없다. 확실했다. 목사의 다음의 말은 메두사의 눈과 다를 것이 없었다.


“기림씨. 홍림씨는 죽었습니다.”


홍림은 혹시나 기림이가 왔나 싶어 뒤를 돌아보았다.
풀이 죽은 정빈만 휠체어 위에 가만히 있을 뿐이다.
목사는 다시 말했다.


“기림씨.”


여전히 홍림의 눈을 바라보며 또 다시 말했다.


“기림씨.”


홍림은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나? 나보고 기림이라고?


“나……? 나 말하는 거야? 이, 이거 세 번째 실험이야?”


목사는 굳게 굳은 동상 같은 홍림을 뒤로하고서 정빈에게 다가갔다.


“무슨 말씀. 리볼버를 사용하셔 놓구서.”


그리고는 살며시 정빈에 입에 붙어있는 청테이프를 떼내 주었다.


“야이 바보야! 시간이 흐르고 있지 않잖아!”


정빈이가 말했다.
정말이었다. 고개를 들어 핏빛시계의 동작을 살펴보려고 했지만 그저 지하실의 입구처럼 어두컴컴하기만 했다.


“나, 나는 실험체가 아니야! 멍청한⋯⋯.”




홍림은 당황했다.
패닉.
입술로 무언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처음 목사와의 통화처럼 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입술만 살짝 살짝 움직이기만 했다.


“너의 모든 행동들. 저 카메라를 통해 다 봤어. 기림아”


미친 듯이 울었다. 정빈의 눈에서도 이상한 것이 흘렀다.


“언제까지 누나인척 하려고……? 그만해 기림아. 홍림이는 너 때문에 죽은 게 아니야. 이제 그만…….”
“시끄러워! 어, 어차피 나, 나는!”
“기림아…….”
“누나는 죽은 게 아니야. 다, 단지 내 속에 영원할 뿐…….”


***


분명히 집에 있어야 할 누나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한 시간대.


누나가 말한 벌을 받을 시간.
하지만 아빠도, 누나도, 엄마도.
눈 코빼기도 보이질 않았다.


궁금했다. 누나는 어디 있을까. 걱정이 됐다.
누나는 강한 사람이다.
그렇게 굳게 믿고 있었다.


설마 다른 세상으로 가겠다는 둥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빠에게서 절망감을 느낀 그날.
그 뒤로 누나의 방에 들어가 본적이 없다.

처음이라고 해두자.
처음으로 누나의 방에 들어갔다.
말끔한 방. 누군가와는 너무나 다른 방.


한번은 누나는 더러운 걸까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더럽다는 것이 무엇이 더러운 건지 나는 잘 몰랐다. 철학 같았다. 개똥철학.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눈에 스며드는 물건.
어두운 방안에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책상위에 달랑 놓여진 종이 한 장.


‘나는 정상적인 정신상태에서 자살한다.’


순간 나는 ‘Y의 비극’의 재림인 것만 같아 소름이 돋았지만 밑의 내용을 계속해서 읽어 내렸다.


‘아마’ 이 시간대면 나의 사랑하는 동생 기림이가 볼 것이다.
분명 그래야 하겠지. 나의 바람이지만.
책상 두 번째 서랍에 작은 필통이 있을 것이다.
그 필통 안에 반창고로 테이핑 해둔 지우개가 있다.’


나는 바로 서랍을 열고 필통을 꺼냈다.
편지의 말대로 지우개가 있었다.


‘그 안에 모든 비밀이 들어있다.’


편지는 여기서 끝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반창고를 떼냈다.
싸매놓은 굵기가 꽤나 되다보니 한참을 떼내야 했다.


지우개 반쪽이 툭하고 떨어지더니 그 안에 작은 칩 하나가 들어있었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그것과 같은 크기의 작은 칩.
우리 집에는 스마트 폰 사용자가 아무도 없으니 분명 ‘디카’라고 생각했다.


“너 뭐하냐.”


정적을 깨는 목소리.
아빠였다.


“아, 아니 그, 그게…….”
“손에 그건 뭐야?”
“아, 안 돼!”


나는 필사적으로 아빠를 막았다.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그때의 악몽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살며시 힘을 풀었다.
맞기가 싫었다.


“뭐 자살?! 비밀?!”


나는 이때다 싶어 그대로 아빠를 밀치고 도망쳤다.
아빠는 이상한 괴음을 내며 나를 쫓아왔다.
어찌나 빠른지 계단을 세칸 씩 큼성큼성 뛰어왔다.


괴물이 나를 쫓는다.
잡히면 죽는다. 나는 아마 죽을 것이다. 잡히면 죽을 거야.
이 비밀을 세상에 알려야해. 누나는 아직 죽지 않았어.
내가 누나를 살릴 수 있을 거야.


살리고 싶었다.
아니. 사실 내가 더 살고 싶었을 지도 몰라.
저 현관문만, 현관문만 넘는다면.


“너 이 새끼!”


간발의 차이로 아빠는 나를 놓쳤고 나는 그대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퍽’
둔탁한 신음.
바닥이 아파하는 것인지.
제발 내가 원하지 않는 그것이 아파하는 것인지.


결국 익숙한 얼굴을 보고 말았다.
분명히 보기 싫은 건 아닌데, 억지로 보고 말았다.
옥상에서 떨어진 누나의 얼굴.


“누, 누나……. 많이 아팠지? 많이 아팠지?”


순간 뒤에서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1편부터 다시 보시려면...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list.html?table=fear&st=name&sk=%C8%F7%C7%C7%C8%F7%C7%C7&searchday=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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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림아. 네 누나는 너를 많이 사랑했어.”
“하지만 결국 누나의 소원을 풀어주지 못했어.”
“아니. 충분해. 홍림이는 알고 있을 거야. 그렇게 믿어. 홍림이가 죽기 전에 나에게 이야기했어. ‘기림이를 잘 부탁해’라고. 하지만 홍림이의 정신세계 자체를 니가 그렇게 받아들일 줄이야. 심지어 자신의 몸을 팔아서라도 나를 살리겠다는 그 말을 니가 그런식을 해설하고 행동으로 보일지도 몰랐어. 미안해. 나 또한 홍림이의 소원을 지키지 못했어. 몸이 이런 탓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빈은 기침을 콜록콜록 해댔다.


어차피 실험에 성공했어도 끝인 거였고 몸을 팔았던 말던 정빈도 곧 죽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리볼버를 다시 들고서는 자신의 머리에 갖다 댔다.


“무, 무슨⋯⋯? 기, 기림아! 아, 안 돼!”


‘틱-’


기림은 입으로 작은 소리를 냈다.


“어⋯?”
“아쉽지만 실패하셨습니다.”


고개를 떨구고서는 기림은 나지막이 말했다.


“시원이가 먹고 싶어.”
“넌 그것마저 따라하는 구나. 근데…….”
“어?”
“그곳에서 예명으로 ‘홍림’이라고 쓰는 거 그만두면 안 돼?”
“아, 알았어…….”


기림이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


“사실 가족이야기를 할 때 남동생이라고 하길래 적잖이 놀랐습니다. 남자에게 이야기를 들어서 ‘홍림’이라는 가명을 쓰고 그곳에서 일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가명이라고만 생각했지 정말 죄책감 때문에 자신을 누나라고 생각 할 줄은 몰랐거든요.”
“괘씸해요.”
“뭐가요? 누나에 대한 저 사랑이?”
“아뇨. 저자는 그냥 방관자 일뿐이에요.”


탁월한 단어 선택이었다.
방관자.
목사는 순간 뜨끔했는지 입을 살짝 열고서 자신이 놀랐다는 느낌을 그대로 표출했다.


“앞서 말했지만. 그 또한 어머니처럼 모든 일들을 지켜보기만 했어요. 결국 직접적으로 물리적인 힘을 다해 지키거나 그런 적은 없어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나요?”
“홍림이가 이야기 해줬거든요.”
“그럼 당신도 방관자겠네요?”


정빈은 고개를 돌려 위를 쳐다보았다.
목사의 썩은 미소가 보였다.


“그렇네요. 홍림이가 저를 싫어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근데 정말 궁금한 게 있어요.”
“묻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정빈은 목사의 대답을 듣고서 멍한 표정으로 3초간 생각하다 무언가 깨달았는지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곧 홍림이를 볼 수 있겠네요.”
“그러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다른 질문.”
“네.”
“이 실험을 왜 하시나요. 굳이 막대한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재미로요.”
“그렇다면 당신도 곧 저를 보러 오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목사는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 그러기를 바랍니다. 근데 3일 뒤에 부활하면 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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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을 끝까지 봐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꾸벅꾸벅.

추천수12
반대수0
베플미니|2013.11.13 14:34
이해가 잘 안돼....ㅠㅠ 제가 돌머리인가봐요..나요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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