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밴드를 좋아한게 벌써 6년전인데,
그땐 지금처럼 아이돌 포화상태도 아니였고, 그렇다고 요즘처럼 견고한 팬덤도 거의 없었어.
누구나 한명 쯤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고 그렇지 않았다고. 물론 나도 그랬고.
그러다가 우연히 얘내 노래를 듣게 되었는데 그냥 노래가 좋더라.
어린 나이에 사랑을 이야기하는 노래가 공감되거나 하진 않았지만,
사실 잘생긴 사람들이 나와서 기타같은걸 들고 나와서 둥둥거리는게 신기하기도 했고.
1집, 2집, 그리고 3집, 그 사이의 수많은 미니앨범들이 나올때까지도 사실,
어쨌든 난 팬이였지만 이 밴드의 정체성과 이 밴드의 노래에 관해선 별로 관심이 없었던것 같아.
무슨 노래를 들고 나오든, 그냥 1위를 하는것에만 연연하고, 내가 듣기 좋으면 괜찮은거고.
1위를 하지 못하면 실망하고. 음악방송보다 드라마나 예능에 얼굴을 비추는걸 더 좋아하고.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가 좋아하는 그룹을 보고, 핸드싱크하는 가짜 밴드라느니,
고등학교 밴드보다도 못한 실력이라느니, 자작곡도 하나도 없다느니 깎아내릴때
솔직히 할 말 없었어. 뭐라고 반박할 여지도 없었고, 나 역시 그런것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으니깐.
국내에서 앨범을 내는게 가뭄에 콩 나듯이여서,
마치 일본가수가 한국에 내한한것 같은 느낌이드는 컴백을 기다리고.
또 잠시 노래 듣다가, 어쩌다가 1위하면 좋은거고. 뭐 아니여도 그만.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지냈는데,
어느 순간 이 밴드가 정말, 이만큼이나 성장해있는거야.
처음엔 조금 부족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어느새 이렇게 커서 자신들의 노래를 만들고,
멤버 전원이 작곡, 작사에 참여하고, 세션을 쓰지 않고 녹음을 하고,
사실 보잘것 없었던 첫번째, 두번째 콘서트와 달리 이젠 정말 무대를 즐기고 장악하고.
대중성을 내세우는 소속사의 뽕짝삘나는 음악에 끌려가는게 아닌,
이제야 서서히 자신들의 색을 찾아가는 그런걸 보는데 나는 그게 너무 좋았다.
그때부터 자작곡이라든가, 밴드로서 인정을 받는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불후의 명곡이라던가, 다른 음악방송들에서 서서히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하고,
한국앨범에서도 작곡, 작사에 참여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그래서 조금은 사람들의 인식이 좀 좋게 변하는것 같이 보이고,
데뷔때보다 정말 많이 성장했구나, 이런 소리도 점점 많이 듣게 되고.
이젠 6년 내내 따라다닌 핸드싱크아이돌밴드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까, 하는 희망도 가졌어
그래서인지 이번 년도에 발매됐던 6주년 기념 자작곡 앨범 Memory와,
그리고 이번 미니앨범 The Mood 에 아쉬움이 더 짙게 남아.
수많은 팬들이 소속사에 수많은 전화를 걸고 메일을 보내고,
그래서 겨우 처음 전곡 자작곡으로 앨범을 냈는데,
작곡, 작사및 편곡에 숟가락 올리는것도 모자라서 활동기간은 고작 2주.
게다가 이번 앨범은 4곡중 3곡이 자작곡인데 나머지 1곡이 타이틀.
여김없이 표절시비 걸리고,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진부한 발라드.
홍보 없는건, 항상 그랬으니깐 별로 실망하지도 않았어.
난 이번에 표절했다고 비교되는 노래와 정말 에프티 노래가 법적으로 표절인지 궁금하지 않아.
장르의 유사성이니 코드 진행방식 운운하면서 교묘하게 빠져나가려는 변명도 듣고싶지 않고.
그래, 사실 그건 무의미한 일이잖아.
아직도 이 그룹에 박혀있는 대중들의 이미지는,
매번 똑같은 노래를 들고 나오면서 매번 표절시비 걸리는 그런 그룹이야.
팬들은 고정관념처럼 박혀있는 이 인식을 어떻게든 바꾸려고 노력하는 중이고.
그런데도 변화가 없는 소속사의 대응에, 난 사실 할 말이 없다.
팬으로서 이 밴드를 위해서 해 줄수 있는게 별로 없을거라는거 알아.
사실 지금 잔뜩 화나서 씩씩거리는 팬들이 몇명이나 되겠어.
냉정하게 말하자면, 우리가 소속사에 전화하고 메일을 보내도 이번 앨범에 대해 바뀌는건, 없을거야.
하지만 지금 타 작곡가의 타이틀을 보이콧하고 수록곡을 홍보하는 일이,
정말 쓰잘데기없고 효과없는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아.
내가 바라는건, 이 밴드가,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도 자신들이 원하는 음악을 하는거야.
음악방송에서 1위를 하고, 연말 가요대전에서 대상을 타는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정말 중요한건, 조금씩이라도,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거라고 생각해.
허탈하겠지. 나도 마찬가지야.
어쩌면, 대중성 운운했던 소속사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었어서, 더 실망했을지도 몰라.
그래도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처럼 소속사에 맞서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설령 이번 앨범 수록곡이 생각보다 잘 알려지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 그 결과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
어쨌든 우린 지난 앨범도 전곡 자작곡을 냈고, 앞으로도 많은 활동들이 남아 있으니깐.
어떻게 생각하면 이렇게 수록곡이라도 자작곡을 낼 수 있었던건,
우리가 그동안 꾸준히 메일보내고 항의하고 건의한 덕분일지도 몰라.
작지만, 조금이라도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거라고 생각해.
너무 우울해하지말고,
다들 힘내.
ps. 난 이번노래 사이렌이 진짜 좋은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콘서트 가고 싶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