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대 중반의 평범한 여대생입니다.
이때껏 살면서 왜 사람들이 열린 공간에 사적인 이야기를 쓰고
위로를 받는지 늘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이제야 좀 알겠네요.
오죽 답답하고 힘들면 그럴지......저도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됐구요.
우리 나라는 특히 효도를 중시하잖아요.
모두들 효도가 최고다 하고 부모님한테 잘해야 한다 아니면 후회한다 이런 얘기 늘 하구요.
가족을 욕하는 것은 곧 누워서 침뱉기다...하는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저도 그걸 너무 잘 알아서 왠만해선 남들에게 이런 얘기 잘 하지도 못해요.
그런데 저는, 솔직히 엄마라는 사람이 별로 좋지가 않습니다.
사랑은 고사하고 싫을 때가 솔직히 더 많아요.
제가 외동딸이라 어릴 때부터 엄마가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참견, 간섭을 하셨어요.
제가 조금이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에 동의하거나 따르지 않으려고 하면
잔소리, 욕, 물리적 폭력을 써서라도 자기 마음대로 하게 만드는건 예사고,
제가 사춘기가 지나 매를 맞더라도 자기 말을 안 따르려고 하면
그 땐 경제력을 동원해서 협박을 하셨어요.
지갑을 빼앗아서 용돈을 도로 다 가져가고,
아직 미성년자인걸 이용해서 통신사에 전화해서 핸드폰 정지시켜버리는 식으로요.
제가 객관적으로 엄마를 속 썩이는 딸이었느냐?
아니요. 저는 학창 시절 내내 이른바 모범생이라고 불리던 아이였습니다.
공부도 곧잘 했고, 엄마 몰래 학원 땡땡이 한 번 쳐본 적 없던 아이였어요.
저는 어려서부터 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깊이 하는 편이라서
제 나름의 인격이라는 것이 꽤 어린 나이에 형성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답답한 것은 엄마라는 사람과 대화를 하면 할 수록
엄마는 나와 너무나 다를 뿐 아니라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확신만 굳어져갔습니다.
나와 너무나 다른 생각을 강요하고, 윽박지르는 엄마와의 대화가 언제부터인가 싫어졌구요.
엄마와 얘기하는건 어느 새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훈계가 되어 버렸습니다.
제가 적절한 근거를 들고, 아무리 합리적으로 논리를 전개해도
엄마라는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말만 옳다고 바득바득 우기고,
제가 어리다는 이유로 제 의견은 항상 깡그리 무시해버립니다.
내가 너보다 훨씬 어른이고, 너보다 하나를 알아도 더 알 것이고,
여기는 내 집이니까 꼬우면 네가 짐 싸서 나가라는 식입니다.
"내가 엄마니까 네가 나한테 맞춰야지, 늙은 내가 너한테 맞추리? 가족 사이에도 힘의 흐름이라는게 있는거야. 여기선 내가 어른이고 내가 강자니까 니가 나한테 맞춰, 아님 나가든가."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저도 마음 같아서야 나가 살고 싶은 마음 굴뚝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아직 학생이고 지금 제게는 나가 살 만한 돈이 없습니다.
그 동안 해오던 과외나 아르바이트도 취업준비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다 그만 둔 상태라서
그 동안 모은 돈으로는 내년 상반기 취직될 때까지 제 용돈하기도 빠듯하구요.
제 목표는 취직을 하자마자 이 집에서 나가사는 것이고
그 때까지 만이라도 엄마랑 문제없이 지내고 싶은데,
문제는 어릴 때부터 유지해오던 저 고자세를 엄마가 전혀 고칠 생각을 안 한다는 점입니다.
이제 저도 나이가 20대 중반이고, 더 이상 어린 나이가 아닌데도
여전히 엄마라는 사람은 제 인생 전반을 좌지우지하려 듭니다.
저는 이 나이에도 아직 엄마한테 매일 옷차림을 검사 받아요.
정말 끔찍하고 지긋지긋합니다.
제가 다른 20대 아가씨들처럼 조금이라도 짧은 치마를 입을라치면
너는 뚱뚱해서 그런 치마가 안 어울린다는 등, 싸보인다는 등,
(저 뚱뚱하지 않습니다. 167cm에 55kg입니다. 노출이 심한 옷을 즐기지도 않구요.)
그래도 제가 그 말을 안 들으면 온갖 욕과 폭언으로
술집여자처럼 보이고 싶냐, 너는 남자들이 네 다리 보는게 그렇게 좋냐,
노출증이 있는게 아니냐는 둥,
사람 기운을 다 빼서 결국 자기 말을 듣게 만듭니다.
제가 제 마음대로 옷 입고 나갈 수 있는건 엄마가 집에 안 계실 때 뿐인데,
그마저도 집에 돌아오면 "어디 보자." 하고 검사를 하고,
마음에 안 들면 또 한바탕 잔소리를 합니다.
제 친구들은 다 제가 옷 잘 입는다고 해요.
그러면서 너는 네 스타일이 있는데 엄마 말 대로 입으면 그게 잘 안 나타난다고도 하고요.
하지만 엄마는 자기가 저보다 미적 감각이 있다면서 옷, 악세사리, 구두, 화장,
심지어 눈썹모양까지 이렇게 그려라 저렇게 그려라 간섭을 합니다.
정말 숨이 막혀서 죽을 것 같아요.
저도 엄마를 이해하려고 노력 많이 해봤습니다.
그렇지만 해도 해도 안 되는걸 어떡합니까?
딸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엄마는
자신의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책들을 통해 배웠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엄마는 외할머니와 거의 연을 끊다시피 하고,
외할머니를 '자신의 인생에 아무짝에도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외할머니에 대한 그런 피해의식이 있어서
모든 관심과 애정을 제게 비정상적으로 쏟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엄마를 가엾게 여기려고 생각도 많이 해봤습니다.
그렇지만 가엾게 여기는 마음이 곧 사랑인건 아니잖아요?
저는 도저히 엄마라는 여자를 사랑할 수가 없습니다.
위에 얘기한 것 말고도 정말 엄마를 사랑할 수 없는 수십 수백 수천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부모가 어떤 사람인 것과는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부모를 사랑해야 합니까?
그렇지 못하는 저 같은 사람은 어딘가 잘못 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