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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각. 연달아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며 쏟아지는 기사들을 쳐다보던 지호가 나즈막이 욕지거리를 뱉었다. 지호의 낮은 목소리에 태일이 흠칫하며 유권이 발견된 자리에서 눈을 떼며 한숨을 쉬었다. 최초로 유권을 발견했던 경은 쇼크로 실려가고, 그 새벽녘에 깬 채로 멤버들은 거실에 둘러앉아 자리를 지키고 앉은 것이었다. 그리고 거실 중앙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큰 우체국 박스 하나. 유권을 돌려내라다 지쳐 박스를 끌어안은 채로 눈물만 흘리는 민혁은 유난히 유권과의 교감이 많았다. 끊임없이 민혁이 내뱉는 것은 죽일거야, 죽일거야. 재효는 정신을 놓아버린 지훈을 대신해 억지로 눌러가며 빨래를 개고 있었고, 그냥, 공황상태였다. 쾅쾅쾅, 쾅! 신경질적으로 노트북을 내팽개치며 자리에서 일어난 지호가 무너지듯 주저앉으며 속삭였다.
"...왜, 김유권은, 안 힘들 거라고 생각했을까. 어? 후회하기엔, 늦어 버렸어. 그치?"
김유권이 죽었다.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다 같은 세제를 써도 유난히 포근했던 유권의 향기마저, 이 못난 여섯들은 지키지 못했다. 태일이 마른세수를 했다.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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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시즌스 사무실에는 거짓 보도를 믿은 팬들의 안부 전화가 빗발쳤다. 유권오빠 괜찮아요? 죽을 병은 아니죠? 걱정어린 목소리들에 매니저는 문득 유권의 마지막이 떠올랐다. 그 참혹했던 시선들이. 겁에 질린 눈과 벌어진 입, 죽었음에도 울컥이며 터져 나오는 피들- 반드시 잡아야 한다. 유권을 위해서라도, 그렇게나 아꼈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또 하나. 유권이 살아생전에 이런 반응을 봤다면 어땠을까 했다. 사랑받는 사람임을 자각하지 않았을까.
타이밍 좋게 유권의 부검 결과를 듣고 돌아온 블락비 여섯의 표정이 더 침울해졌다. 분명 매니저와 같은 생각을 했음이라. 애써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여섯을 회의실로 데리고 들어간 매니저의 표정 역시 가관이었다. 쭈뼛이는 멤버들 사이에서 태일이 그나마 나은 목소리로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 일단.. 맞아 죽었대요. 갈비뼈 열 여섯 대가 나갔구요, 또 그게 폐를 찔러서 패혈증인가, 그게 부수적인 사인이구."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다들 마음이 무겁기 짝이 없었다. 고개를 돌리면 금방이라도 헤헤 하며 들어올 것만 같아서, 축 처진 민혁과 지훈의 어깨에 팔을 척 올리며 지훈에게 다리 구부리라고 장난을 걸 것 같아서. 지호가 문득 고개를 들고 매니저에게 물었다, 유권이 유골 화장 되었냐고. 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이자 지호가 핸드폰을 챙기며 바로 일어섰다. 어디 가냐고 묻는 매니저와 지훈에게 지호가 아, 하며 말했다.
"유권이 부모님 댁에. 알고는.. 계셔야 될 거 아냐. 전선혜 씨도 같이 있다길래."
누가? 하고 누군가 묻자 지호가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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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뚫고 유골 항아리를 가져온 지호의 마음이 석연키 짝이 없었다. 차가운 항아리로 돌아온 아들의 이름을 유권아- 유권아- 하고 부르시며 곡을 하시던 유권의 어머니가 지호더러 아니라고 해 달라는 것까지 들어 버렸다. 선혜 역시 눈물을 넘어선 충격을 받은 채로 그저 항아리를 노려보다가 첫 마디로 뱉었다. 이.. 나쁜 새끼야. 모든 감정이 뒤섞인 말에 아버지마저 눈물을 보이시고, 지호 역시 참았던 눈물을 비추며 항아리를 들고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어느새 비가 그쳐 있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밴 안에서 지호가 중얼거렸다.
"들었냐, 김유권. 너도 너답지, 왜 맞아 죽냐, 맞아 죽길. 너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블락비의 나고야 콘서트가 취소되었다. 당분간 발신 전용으로 돌려 놓은 전화기와 허연 백지를 번갈아 보던 경이 한숨을 쉬었다. 깨어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바로 합류하더니 범인을 잡겠다며 A4 용지를 펼친 경 주위에 다섯 멤버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모양새였다. 재효가 툭 던지듯 말을 뱉었다. 유권이 워낙 튼튼한 게 아닌데, 그런 애를 때려 죽일 정도면 체격이 좋아야 하지 않을까?
수긍하며 적는 경의 반대편에 앉아 있던 지호 역시 말했다. 그 오밤중에 숙소 뚫고 들어올 정도면 우리 비밀번호 알 정도의 최측근은 돼야지. 한번 말을 시작하자 봇물마냥 터진다. 경이 끊임없이 적어내리는 최측근들의 이름을 보며 민혁이 중얼거렸다. 어이구 병신아, 여자는 왜 적냐.
틴탑 캡, FTISLAND 송승현 최민환, 비투비 이민혁, 인피니트 엘, B1A4 산들, EXO 루한, 샤이니 태민. 뭐 이정도? 경이 외치며 펜을 놓자마자 지호가 바로 뺏어들고 두 가지를 더 써내려갔다. 악성 사생팬, 안티팬. 많이 서럽지만 당연한 수순이었고, 그래도 내 사람들이라며 감싸주던 유권이 떠오르는 당연한 수순.
"아.. 신발, 김유권..."
"왜 또 우냐. 당연한 거잖아."
친구를 의심하고, 유권을 그려야 하는 모순되는 상황임에 더 서러워서 여섯은 다시 눈물을 흘렸다. 짓무른 피부 위로 흘러가는 눈물이 아파서, 또 이제 놓아야 하는 유권이 아파서 여섯은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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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 콘서트가 예정되 있던 날, 블락비와 선혜, 그리고 유권의 부모님은 마침내 유권을 보내 주었다. 모든 이들의 먹먹함을 삼켜 주던 한강에 재를 뿌리면서 유권의 빛이 거기서도 밝기를 빌고 또 빌었다. 검은 한복을 차려입고 땅을 치는 유권의 어머님을 남겨두고 스케줄 하러 떠나는 블락비의 마음도 심란했다. 지훈은 남몰래 다짐했다. 유권을 죽인 그 누군가를, 꼭 찾고야 말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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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민혁의 중얼거림에 지호가 뒤를 돌았다. 민혁이 제 눈앞에 들이민 핸드폰 배경 화면에는 한자 見死(보이다 견, 죽다 사)이 흐릿하게 찍혀 있었다. 이게 뭐요, 하고 퉁명스레 말을 건네던 지호의 눈이 순간 커졌다. 민혁이 액정을 눌러 원본 크기로 되돌린 사진은 분명 유권의 부검 사진이었다. 한자는 유권의 골반께에 작은 크기로 새겨져 있었다. 문신 자국은 아니었다. 문신이었다면 검어야 할 그것은 주위의 말라붙은 핏자국 때문에 잘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조차 않았다. 지호는 핸드폰을 그대로 잡아들고 저만치 앞서가는 멤버들을 향해 뛰었다.
지금까지의 발견을 그대로 전한 지호를 따라 멤버들도 놀란 눈치였다. 정작 먼저 발견한 민혁은 별 거 없다는 듯 느긋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 민혁을 아니꼽게 바라보던 경이 중얼거렸다. 빨리빨리 해도 모자랄 판에.. 경의 말에 놀란 것은 다름아닌 태일이었다. 경아, 너 왜 그래! 당황한 채로 애써 말리려 드는 태일을 뿌리치며 민혁이 입을 열었다.
"지긋지긋하게 진짜. 일곱 살 애새끼도 너보단 낫다, 새끼야. 이 판국에 너랑 나랑 싸워서 뭐할 건데."
"말도 참 거지같게 하네, 신발."
"저게 대단한 걸로 보이냐, 어? 머리 안 돌아가?"
"범인이 남긴 증거잖아! 중요한 거!"
"저거 하나로 뭘 알아낼 수 있을 거 같은데? 범인은 눈깔 두 개 달린 남자다, 이거? 그건 유치원생들도 알겠다. 어차피 저건 우리 여섯 중에 누가 희생되서 비슷한 거 하나라도 더 나와야 활용할 수 있는 거라고! 영재는 개뿔이다, 미친 새끼야."
점점 혼란스러워지는 상황에 재효가 벅찬 숨을 뱉었다. 빈자리도 빈자리거니와, 그나마 가장 이성을 붙잡고 있던 둘마저 대판 싸워버렸다. 복잡한 머리와 당장 지치는 몸을 부여잡고 남겨진 네 멤버는 숙소를 향해서, 두 사람을 향해서 걸어갔다. 언뜻 유권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해 지호는 아무 죄 없는 가슴을 퍽퍽 내리쳤다. 아, 답지 않게! 싸우지 말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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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늦게 스케줄을 마치고 돌아온 블락비는 또 두려움에 몸을 사려야 했다. 어느 누가 여길 들어와서, 또 어떻게 누구를 죽여버릴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사흘 전만 같았어도 지호를 위해 진한 아메리카노를 끓이는 재효 옆 식탁에서 셋이서 이야기를 하고, 둘은 티비를 보고, 지호는 제 방에서 편곡 작업을 했을 숙소에는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다. 은연 중에 찬바람이 들어왔는지 태일이 몸을 떨었다. 옆에 누워 게임을 하던 지훈이 담요를 건네 주었다. 어, 고마워! 그리고는 적막이었다.
그 적막을 깨고 울리는 것은 경의 핸드폰이었다. 누구냐고 묻는 재효에게 경은 망설이다가 마침내 말했다. ...캡, 요. 불현듯 스쳐가는 리스트 안, 그리고 거기 적혀있던 캡의 이름. 재효의 입에서 부산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니 미칬나! 니가 적어놔놓고, 알면서 지금 나가겠단 소리가 나오나, 박경!! 재효의 사투리, 나머지는 자동으로 몸을 움츠렸다. 경 역시 난데없는 전화에 얼이 빠진 상태였다. 그 와중에 민혁이 입을 열었다.
"지금 여기서 쟤가 전화했다는 건 자기는 이 일을 모른다는 거잖아. 그럼 범인 아니지."
민혁의 명쾌한 한마디에 재효가 일리 있다며 자리에 다시 주저앉았다. 경은 민혁에게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보내며 야상을 걸쳐입고 숙소를 나섰다. 그때까지 잠자코 있던 지호가 엉덩이를 툭툭 털며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한 지호의 말에 나머지가 전부 고개를 끄덕이며 제각기 방으로 들어섰다.
"누군가에게는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밤이잖아. 두려움보다는, 같이 마주 자 주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
마지막 밤. 태일은 그 단어가 괜히 싱숭생숭했다. 밤중에 어디선가 크크크,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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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으아악!!!"
새벽 다섯 시. 거실 쪽에서 들려온 누군가의 비명소리에 지훈과 태일이 동시에 뛰쳐나왔다. 거실에는 차마 말하기도 힘든 끔찍한 시체와 옆에서 식탁 의자다리를 부여잡고 엉엉 울고 있는 민혁이 있었다. 태일이 민혁을 달래주는 동안 지훈은 올라오려는 토악질을 가까스로 조절하며 시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것은. 차마 인간이라 하기에도 뭣한 그것은-
"...재효 형."
-재효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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