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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쓰는 편지) * 여백 *

irish15 |2013.11.30 08:16
조회 230 |추천 1

 

 

 

 

여백

 

 도종환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 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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