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대학교 경제학 강의 수준에서 작성했습니다.
■ 2008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를 기억하시나요?
까먹으신 분들을 위해 이 사건을 잠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미국은 2000년대 초 9.11 테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등으로 인해 경기침체를 겪었습니다. 때문에 미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들고 나온 것이 ‘금리인하’ 였습니다. 금리를 인하하면 회사들은 돈을 빌리기가 쉬워 투자를 활성화 할 것이고, 일반국민들은 은행에 돈을 맡겨봤자 이득이 별로 없을 테니 화폐 소비를 더욱 늘리겠죠?
이 때 특히 두드러지게 활성화된 시장 분야는 바로 ‘부동산 시장’이였습니다. 이자가 낮으니까 ‘서브 프라임’이라고 불리는 서민계층들도 은행에서 쉽게 돈을 빌려 집을 구입할 수 있었고 당시 경제의 장기 전망은 좋았기 때문에 은행들도 서브 프라임 계층에게 돈을 아낌없이 빌려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런 대출채권은 장기채권이기 때문에 당장에 현금이 필요한 은행들은 그 채권을 증권화 시킵니다. 쉽게 말해서 채권을 상품화해서 다른 회사들에게 그 채권을 판 것이죠.
그런데 문득 경기과열과 부동산 거품을 우려한 미국 정부는 저금리 정책을 종료해버립니다. 참고로 미국은 ‘연방준비제도’라는 것을 통해 자국의 통화정책과 금리정책을 펼칠 수 있어요. 우리나라의 한국은행과 역할이 비슷한 중앙은행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갑자기 금리가 높아졌으니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요? 먼저 서민들이 대출금을 갚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이자가 오르면 빌렸던 ‘돈에 붙는 돈’이 오르니 당연하죠! 때문에 은행들도 빌려줬던 돈을 못 받아 재정상태가 나빠졌습니다. 여기서 끝났을까요? 앞서 말한 은행의 채권 상품을 구입했던 기타 회사들도 마찬가지로 큰 타격을 입습니다.
금융대기업들의 파산은 2008 미국 발 세계금융위기를 초래했다.
결과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했던 금융기관인 리먼 브라더스, AIG, 메릴린 핀치 등이 파산해버렸습니다. 미국정부는 국내의 대기업들이 망하면 내수경제가 안 좋아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파산한 회사들을 도와주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 붓습니다. 회사가 망하니 실업률도 늘고, 정부가 쓰는 돈도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쓰이니 결국 미국은 총체적인 경제위기를 맞습니다. 미국시장은 세계시장의 중심이라는 것을 다들 아실 겁니다. 주요대미수출국들, 미국 금융시장과 많은 거래를 했던 나라들도 같이 힘든 상황에 빠졌습니다. 이 것이 2008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입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라고도 합니다.
■ 대한민국 경제인이라면 알아야 할 필수지식 ‘양적 완화’
이 당시 여러분이 ‘세계금융위기’만큼 자주 들으셨던 단어는 ‘양적 완화’ 였을 겁니다. 미국이 경제의 총체적 난국을 파헤치기 위해 들고나온 카드였죠. 양적 완화란 무엇이고 그 것은 우리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양적 완화란, 중앙은행이 통화를 시중에 직접 공급해 유동성을 확대하여 신용경색을 해소하고, 경기를 부양하는 통화정책을 말합니다. 말이 조금 어려운가요? 쉽게 말해서 경제가 어려워지면 우리들의 지갑은 가벼워지고 식료품 하나 사는 것도 꺼리기 마련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돈을 뿌리는 겁니다. “저희가 뿌리는 많은 돈을 막 써주세요. 그래서 경제를 다시 활성화 시켜주세요.” 라고 말하면서요.
"자, 돈을 뿌릴테니 어서 써주세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미국의 중앙은행 격, 돈을 마구 찍어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합니다. 그럼 정부가 돈이 엄청 많아지겠죠? 이렇게 확보한 돈을 가지고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데에 사용합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국채 매입뿐만 아니라 금리도 조정합니다. 이자를 내려버려서 기업과 일반국민들이 돈을 쉽게 빌릴 수 있게 한 것이죠. 이 방법도 당연히 미국경제의 생산과 소비를 활성화 시켰습니다.
■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이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미국경제정책을 우리가 왜 알아야 하는 거야?’ 라며 심기가 불편하신 분들 계실 겁니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은 우리나라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바로 국내 주가 상승인데요!
여러분은 용돈을 예금하실 때 이자가 높은 은행에 하실 건가요, 낮은 은행에 하실 건가요? 이 황당하고 쉬운 질문의 답이 세계금융시장에도 적용됩니다. 미국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춘다고 했죠? 이 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람들은 ‘외국인 투자자’들 입니다. 미국회사, 미국국채, 미국은행에 자금을 투자해서 이자로 벌어먹고 살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의 금리가 낮아지자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다른 국가들에게 눈을 돌렸죠. 특히 경제성장의 전망이 밝은 아시아 신흥국들에게 많은 자금이 유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시아의 강국 중 하나인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을 하나의 회사로 본다면 그 회사의 주가가치는 얼마인가를 보여주는 KOSPI지수가 있습니다. 세계금융위기 당시 2009년 1500대를 웃돌던 코스피 지수가 최근에 무려 2000대를 돌파한 적이 있었다고 하니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해외투자자들이 들어왔고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얼마만큼 상승했는지 짐작이 가시죠?
국내 주가 상승!!
뿐만 아니라 외국으로부터 자금이 많이 들어오면 그 자금에 대한 보상인 ‘이자율’이 더 이상 높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금리는 인하했습니다. 덕분에 저금리 기조가 유지됐고 경제활성화에 보탬이 됐죠. (‘국내 주가가 오르고 금리는 낮아지는 등의 효과가 있었음에도 체감경제상황은 나아진 것이 없었다’라고 하지만 그건 정부의 자원 재분배정책과 관련한 것이니 여기선 패스합니다 ^^;;)
■ 양적 완화 정책 종료? 버냉키 쇼크
혹시 지난 6월 언뜻 들으셨던 ‘버냉키 쇼크’를 기억하시나요? 쇼크라고 하니 무언가 안 좋은 것인 것 같긴 한데.. 미국이 양적 완화 정책을 통해 실업률을 감소시키고 GDP 성장률 회복에도 성공하자 이제 양적 완화 정책을 그만하고 끝내고 싶었나 봅니다. 세계금융위기에 대한 해결책이었던 양적 완화를 종료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가신다고요? 하지만 그 이유는 간단해요. 바로 ‘인플레이션’ 때문인데요.
양적 완화란 중앙 은행에서 국민들에게 많은 돈을 뿌리는 정책이라고 앞에 설명 드렸죠? 돈을 마구 뿌려서 침체했던 경기를 살리는 것은 좋다 이겁니다. 하지만 그런 현상이 계속 된다면요? ‘누구나 화폐를 많이 가지고 있는 상황에선 물가는 오르기 마련이다.’ 라는 경제상식은 다들 아시리라 믿습니다. 제 1차세계대전 후의 독일을 생각해보세요. 따라서 앞으로의 인플레이션 방지를 위해 양적 완화 정책은 언젠가 반드시 종료될 운명이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순위 6위, 벤 버냉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장인 버냉키란 사람은 이런 취지로 지난 6월 양적 완화 축소에 대해 언급했는데 이 여파가 엄청났습니다. 터키, 중국, 싱가포르 등의 주요 아시아 신흥국들의 주가가 무려 10%나 떨어졌고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도 150 가량 하락했습니다. 이게 바로 ‘버냉키 쇼크’예요. 대체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났을까요?
■ 양적 완화 축소란?
앞의 질문에 답해드리기에 앞서, 지금까지 배경설명이 너무 길고 지루하셨나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지금부터 설명 드릴 양적 완화 축소의 영향은 앞의 상황들과 완전 반대 관계에 있습니다. 이해가 쉬우실 거예요.
먼저 양적 완화 축소가 시작되면 미국 중앙은행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금리상승정책’입니다. 이자를 올려야 기업과 일반국민들이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지고 차라리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라도 은행에 예금하는 등 소비활동을 줄이겠죠. 따라서 시중에 돌아다니는 화폐는 줄어들 거구요.
자, 미국의 금리가 오르니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외국인 투자자들이 양적 완화 시기에는 아시아 신흥국에게 눈을 돌렸었으니 양적 완화 축소 시기에는 다시 미국으로 눈을 돌리겠죠? 그 곳이 이자가 더 높고 따라서 미국의 채권을 구입하거나 은행에 예금하는 것이 더 많은 이자를 받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유입했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것입니다. 여러분이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는데 옆에 더 맛있는 순대가게가 생겨서 손님이 빠져나가는 현상이랑 아주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때문에 우리 가게의 매출은 줄고 가게 이미지도 덩달아 보잘 것 없어집니다. 돈이 없으니 앞으로의 가게 운영(나라 운영)도 더욱 힘들어질 테고요.
그렇다고 가게가 망할 때까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죠. 이제 우리가게에 오는 손님들을 더욱 귀하게 여기기 시작해 서비스를 마구 퍼주기 시작합니다. 떡볶이 1인분만 시켜도 김말이 3개를 얹혀주기 시작했어요. 여기서 김말이에 비유되는 것이 바로 금리입니다. 외국인들이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투자자금을 빼지 말라고, 미국에 가지 말라고, 우리나라에 남아달라고 유혹하는 수단이 바로 금리상승이기 때문이죠.
"가지마, 대한민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이제 금리를 올려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붙잡았으니 문제는 다 해결 됐나요? 아차.. 그 가난한 떡볶이 가게 어머니에겐 철수(국민)와 영희(기업)라는 어린 두 자식이 있었습니다. 별 것 없는 가족식사자리에 김말이 몇 개 얹혀 먹는 것이 낙이었는데 이제 그럴 수가 없습니다. 손님들에게 줘야 할 것도 모자란다고 어머니가 말씀하십니다. 이제 기업과 국민들은 생활에 필요한 돈을 은행이나 나라에서 빌리기 힘들어졌습니다. 소비활동은 더욱 위축되겠죠.. 그리고 과거에 낮은 이자로 빌렸던 돈을 갚는 것도 어려워지겠죠..
이렇기 때문에 버냉키의 ‘양적 완화 정책종료 언급’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들의 주가가 떨어진 것입니다. 그 나라의 전망이 좋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투자했던 자금을 빼낸 것이죠. 그나마 버냉키가 “축소 가능성만을 언급한 것이니, 투자자들아, 호들갑 떨지마!” 라고 곧바로 입장을 설명했고 버냉키 쇼크는 단기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2014년부터 미국이 양적 완화 축소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떡볶이 가게의 운명을 위해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요?
■ 정부는 외환보유고 관리에 힘써야
만약 그 떡볶이 가게가 삼성에서 운영하는 체인점이었다면 옆에 순대가게가 생기고 매출이 잠시 떨어진다고 해서 눈이나 껌뻑 했을까요? 오히려 엄청난 돈을 투자해 새로운 양념을 개발하고 밀가루에서 쌀 떡볶이로 전환해 다시 손님들을 끌어들여 순대가게에 철저한 복수를 했을 것입니다.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명 양적 완화 축소가 시작되면 미국의 금리가 높아져 우리나라에서 투자자금이 빠지고 미국으로 향할 것만은 확실합니다. 우리는 빠져나가는 그 많은 돈들을 그저 멍하니 보고만 있어야 할까요? ‘외국인들의 돈’, 즉 외화, 특히 달러중심의 외환보유고를 지금부터 늘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IMF사태를 경험했기 때문에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현재도 외환보유고 관리에 힘쓰고 있어요. 그러나 현재 외환보유고의 중심이 되는 달러의 가치는 평가절하 돼 있는 상태라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양적 완화 정책 때문에 달러의 유통량이 증가했으니 달러의 가치는 떨어졌겠죠? 그러나 양적 완화 축소가 시작될 땐 달러 유통량이 줄어드니 가치는 상승하겠죠? 따라서 앞으로 빠져나갈 비싼 가격의 달러를 우리가 다시 메울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를 점검해봐야 할 것입니다. 외환보유고가 튼튼한 나라가 세계적으로 국가신용도도 높고 다른 나라와 거래도 활발히 할 수 있기 때문이죠!
■ 기업과 일반국민들은 단기 1,2년 예산 계획을 지금부터 짜야
기업관계자 분들과 일반국민 분들은 현재 자기자본에 대한 향후 금리상승의 영향력을 평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특히 중소기업에서 예산담당부서에 계신 분들, 지금부터 다음 분기 사업예산을 검토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은행으로부터의 자금차입이라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양적 완화 축소 이후 금리가 오르면 수 천, 수 억 단위의 자금차입이 더욱 힘들어 질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책정해놓은 미래 사업 예산이 과연 조달 가능한 정도인지 지금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벅찬 예산 문제에 닥쳐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등의 비용이 발생, 기업에 손실을 끼칠 수 있어요.
일반국민 중 특히 부동산(집)을 구입했던 혹은 구입하려는 서민 분들, 잠시 가계 계획을 수정하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수천만 원 단위의 대출을 받으셨던 분들, 금리가 오르면 대출상환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금리상승에 따른 실질적인 대출상환금 상승의 양을 예측하시고 단기의 다른 곳에서의 지출을 줄이는 등의 수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1,2년 내로 집을 구입하시려는 분들도 잠시 계획을 미루는 것도 고려해보셔야 할 것입니다. 급한 일이 아니라면 굳이 이자가 높을 때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할까요?
■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양적 완화 축소란 무엇이고 그에 대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을 나열해 보았습니다^^ 이런 경제 이야기들은 듣기도 말하기도 너무 복잡하고 때문에 지루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많은 문제들이 ‘돈’과 관련되어있다는 것, 다들 아실 것입니다. 경제위기는 우리 삶에 실질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따라서 양적 완화 축소뿐만 아니라 다른 경제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고육지책식이 아닌 현명한 선제적 대응책을 가지고 있는 주체적인 경제시민이 되도록 노력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