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패륜아냐는 글을 보고
슴넷녀
|2013.12.08 01:08
조회 1,544 |추천 18
중3학생아 오늘 니 글 몇번이고 읽고 또 읽으며 글 쓴다
나는 24살이야. 우리 집도 부모님과 할아버지와 같이 사는 대가족이고.
어릴 적에 나는 부모님과의 기억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보낸 시간을 더 기억해.
우리 엄마 아빠는 어릴 때 나를 낳아서 철이 많이 없으셨대. 부모님과 나는 수원에서 살았는데
할아버지께서 사는 거 보시고 너무 답답해서 어린 나를 데리고 시골로 내려오셨어.
내가 살았던 이 시골에서는 지금도 동네 어르신들이 나를 보면 누구 집 손주인지도 알만큼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나를 엎고 다니시며 애지중지 키우셨어. 나는 돌잔치를 두번 했다고 해
할아버지께서 어찌나 예뻐하셨는지. 우리 할머니는 떨어지기만 하면 우는 나를 엎고
클레멘타인을 부르며 온동네를 다 돌며 재우고 어르고 하시며 키우셨대.
조금 커서는 나는 길로는 안다니고 뽑기통 깨부시고 문구점에서 딱지값 외상하고
남의 집 지붕에 돌던지며 그렇게 왈가닥처럼 다녔어.
부모님은 나를 상대를 안해주셨고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그래도 나를 보듬고
진짜 해달라는 것 다해주시고 그렇게 키우셨어. 그렇게 나는 영원히 할머니
할아버지와 행복하게 그렇게 살 줄만 알았지. 어느날 부터인가 내가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할머니께서 많이 아프셨어. 처음엔 그냥 더듬더듬 힘들어 하셨는데 나중엔
일어나지도 못하셨지. 처음에는 재가센터에서 집으로 방문을 하고 저녁이면 나와 동생이
돌아가며 할머니 모시고 돌보고 동화책도 읽어드리곤 했는데 나중에는 기가 많이 허해지셔서
헛소리도 자주 하시고 할아버지와도 자주 싸우시고 많이 힘들어하셨어.
치매도 아니셨는데 쇠약해지는 몸과 정신을 다 느껴가며 어떻게 다 견디셨을까?
나도 어쩔땐 너무너무 힘들고 귀찮았어. 한참 놀고 싶을 때였는데 야간 자율 하기전에
집에 들려서 식사차려드리고 다시 나가고. 기저귀도 내가 갈고 할아버지 상도 내가 차리고
부모님 대신해서 집안일까지. 지쳐가는 할아버지 달래가며, 요양원이나 병원에 모시자는
식구들한테 악을 써가며. 헛소리도 하시고 억지부리는 우리 할머니가 마치 다른 사람
같아서 나도 얼마나 어쩔땐 힘들었는지 몰라. 그런데 어느날 보충수업도 재끼고 집에왔는데
할머니가 안계셨어. 근처 요양원으로 옮기셨대. 부모님께 악을 쓰고 대들며 도대체 제일
힘든사람이 누군데, 할아버지도 나도 동생도 아닌 밖에 나가 일하고 들어오는 엄마아빠가
뭘 아는데 보냈냐며 요양원까지 걸어서 할머니를 뵈러 갔었지.
22살 결국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그래도 나 첫 출근 하는것 까지 들으시곤
그러고 돌아가셨어. 그때 할아버지고 식구들이고 다 그러셨어. 그래도 너는 잘했는데, 하며. 근
데 난 잘한게 하나도 없더라고. 조금이라도 더 해드릴껄. 더 들릴껄.
우리집은 지금 모든 스케쥴이나 외식 식사 다 할아버지 위주로 돌아간다. 외식은 할아버지
좋아하시는 비빔밥이나 보리밥. 치킨은 입에 대지도 않으시는 할아버지신데 닭강정 귀신인
나를 위해서 밖에 나가실 적이면 나를 위해 치킨 한마리씩을 꼭 사오시곤 해.
나는 집에 갈때면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팥빵하고 베지밀을 들고 귀가를 하고.
나는 할 수 있는데까지 다 해보고 싶어. 그런데도 나는 아직 할아버지한테 받는게 너무 많아.
할아버지께서 혹시 할머니처럼 많이 아프시게 되도 나는 이제는 어른이니까 더 잘할거야.
그게 나에게 걸음마를 가르켜주시고 말을 가르켜주시고 내가 이렇게 어른이 되게 해 주신
우리 할아버지께 할 수 있는 아주 당연한 거라고 나는 생각해.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할아버지마저 날 두고 어디 가실까봐 나는 아주 두려워.
너는 할아버지 중절모가 밉지? 난 우리 할아버지가 멋스럽게 중절모를 쓰시고
지팡이를 짚고 나오시는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자랑 스럽다.
할머니 보고싶어요 아직도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제가 더 잘할 껄 잘못했어요.
그리고 할아버지 사랑해요 큰손녀딸이 더 잘할게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