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거짓말? 누가 참말? 그래도 귀착지는 청와대
청와대는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식 의혹과 관련해 채 군 신상정보를 불법으로 빼낸 건 청와대 조오영 행정관의 개인적 일탈 행위라고 주장했다.
조 행정관-안행부 김 국장-서초구청 조 국장
또 조 행정관은 안전행정부 김장주 국장의 부탁을 받아 채 군 신상정보를 확인해 달라고 서초구청 조이제 국장에게 부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주장에 앞뒤가 맞지 않은 부분이 많아 되레 의혹만 증폭되고 있다.
조 행정관에게 개인정보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는 김 국장과 채 군 신상정보를 조회한 것으로 알려진 서초구청 조 국장. 이들 모두 공무원이다. 불법행위에 가담하는 건 직을 거는 일이다. 거부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누군가가 이들에게 지시를 했다는 얘기다.
모두 공무원, 거부할 수 없는 누군가의 지시 있었을 것
그 누군가는 채 군의 개인정보를 활용해서라도 반드시 검찰총장을 찍어낼 필요가 있었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조 행정관이 지목한 안행부 김 국장은 “청와대가 왜 내가 채 군 정보를 요청했다고 발표했는지 모르겠다”며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JTBC ‘뉴스9’은 김 국장이 청와대 발표 직후 "조 행정관을 직접 만나 개인정보 불법 조회를 요청한 배후 인물로 왜 자신을 지목했는지 따졌다"고 단독 보도했다.
조 행정관은 이에 대해 대답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화는 휴대전화로 녹음됐으며 검찰이 녹음파일을 압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 중 한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조 행정관의 말이 맞을 경우 김 국장이 거짓말을 하는 게 되고, 김 국장의 말이 맞다면 조 행정관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된다.
조 행정관 주장이 거짓일 경우--이재만에게 의혹 집중
‘그런 적 없다’고 부인하는 김 국장 주장이 참말일 경우 개인정보 불법 유출이 조 행정관의 소행이라는 얘기가 된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조 행정관 이외의 청와대 인사가 개입된 사실이 없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정말 조 행정관의 단독 소행일까? 그럴 리 없어 보인다.
서울시청에서 청와대 복원사업에 관여하다가 청와대에 들어와 총무수석실에서 시설을 담당하고 있는 일개 행정관이 검찰총장을 찍어내는 일을 혼자 감행했다? 말이 안 된다.
조 행정관의 직속상관은 ‘박근혜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재만 총무수석이다. 청와대의 살림을 도맡아 하는 자리다. 조 행정관이 청와대 권력의 핵심인 직속상관 이 수석에게 알리지도 않고 일을 벌였을 가능성은 없다.
조 행정관이 이재만 수석의 지시에 의해 움직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 수석의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설령 매우 부당한 지시였다고 할지라도 그렇다.
만일 조 행정관의 주장이 참말이라면 김 국장이 채 군 개인정보가 필요해 안면이 있는 조 행정관에게 조회를 부탁했다는 게 된다.
말이 안 된다. 안행부 김 국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개인정보 조회 등과 관련된 법과 절차에 대해 거론된 3명 중 가장 전문가다. 그런 사람이 청와대 시설담당관에게 정보 조회를 부탁했다니 이 말을 누가 믿겠나.
채 군 정보가 꼭 필요했다면 자신의 손에서 처리하는 게 더 안전하고 간편할 수 있다. 청와대 시설담당에게 부탁할 일이 결코 아니다.
김 국장은 지난 해 9월부터 금년 3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일했다. 4월 한달간 대기발령 상태로 있다가 5월부터 중앙공무원교육원 기획부장(국장급)으로 근무하고 있다.
엎어치나 메치나 결국 청와대 소행
청와대에서 나오기 직전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검증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민정수석은 곽상도. 곽 전 수석에게 채동욱 전 총장을 불법사찰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온 상태다.
박지원 민주당 국회의원은 “곽 전 수석이 공기관 인사개입으로 해임되자 채동국 검찰총장 사찰자료와 파일을 이중희 민정비서관에게 넘겼으며 이 비서관이 ‘채동욱 총장 곧 날아간다’고 했다고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엎어치나 메치나 결국 청와대로 귀착된다. 조 행정관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라면 이재만 총무수석에게 의혹이 집중되고, 김 국장이 거짓말을 하는 거라면 곽상도 전 민정 수석이 의혹 선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
‘채동욱 찍어내기’가 청와대의 소행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나온 셈이다. 파장이 클 것이다. 불법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불법을,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더 큰 거짓말을 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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