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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적은 일기(God's diary)

kamisama! |2013.12.16 19:30
조회 211 |추천 0
Prologue. 동화의 작은 조각들(small pieces of fairy tale)
첫번째 조각(half piece)


“....을 연자는 ...이...”
오싹한 냉기를 머금은 축축한 바람이 등 뒤에서 불어왔다. 적갈색의 원목 책상 위에서 눈부신 광휘를 발하며 타고 있던 촛불이 축축한 바람에 아슬아슬하게 꺼질 듯이 흔들렸다. 꺼질까 염려스러웠지만, 그냥 놔두기로 했다. 지금은 촛불에 신경 쓰며 섣불리 손을 이리 저리 움직일 상황도 아니다. 그나저나, 이런. 내가 또 깜빡하고 창문을 닫는 걸 잊었나 보군.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혀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털이 곤두섬도 느껴지지 않았으며, 더군다나 콧바람이 김이 되어 빠져나가는 것조차 눈에 보이지 않았다. 지금의 밖은 눈이 내리는 영하15℃의 한겨울이다. 창문 밖의 세상은 온통 눈에 뒤덮여 설녀가 나오는 어느 옛날 동화의 배경 같았다. 추위에 나뭇잎을 모두 내려 보내고 눈을 나뭇잎 대신으로 삼아가며 제 나뭇가지로 힘들게 받쳐주고 있는 나무들하며, 풀 한포기 없지만 눈 덕분에 아름다워 보이는, 생명 하나 없지만 아름다워 보이는 아이러니한 풍경까지. 눈에 보이는 것은 전부 삭막하고 무자비스러울 정도로 추운 추위 앞에 스러졌다. 모든 생명체들이 강렬한 추위 앞에 스러져 가는데, 춥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내 무심한 시선이 닿은 팔에는 이상하게도 조금 전과 다르게 소름이 돋고, 털이 곤두서 있었다. 한동안 무심하게 있던 머리카락이 주뼛 서는 것도 느껴졌다. 그런데도 추위는커녕 추위의 추자도 생각지 못 할 만큼이나 평온하다. 난 한참이나 멍청한 눈을 하고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이리 저리 굴리다가 그 이유를 생각해 내었다. 음....아. 알겠다.  
난 내가 앉아 있는 어두운 배경 속에서 일렁이는 실루엣만을 내 눈에 비치고 있는 자를 응시했다. 단 하나의 탁자를 사이에 두고 나를 바라보는 듯 한 그 존재의 입 꼬리가 슬며시 올라간 것이 보였다. 왜일까. 왜 어두운 배경 속에서 내 앞에 있는 존재의 형상조차 보이지 않는 데, 왜 그의 입 꼬리가 미묘하게 올라간 것만은 보이는 것일까.난 그러한 의문을 떠올리며 이유를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내 앞에 앉은 ‘그’. ‘그’ 때문이다. 그가 엷은 미소를 띠며 쏟아내는 말들은 나를 썩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가 입을 벌려 하는 말들은 혼란, 그 자체였다.날 패닉상태로 몰고 간 그 말. 내 교감신경을 활성화 시키며 내가 생사여부를 확인하게 만든 그 말.난 조심스럽게 내가 살아있는지 확인해야만 했다. 먼저, 심장부근에 손을 올려 내 심장이 뛰고 있나 확인하였다. 휴. 다행이군. 잘 뛰고 있다. 난 두 번째로 내 이마부근에 손을 가져다가 이마를 어루만져 보았다. 손끝에 미끌한 것이 묻어 내 손가락을 아래로 미끄러뜨렸다. 식은땀이 이마에서 흘러내렸다. 살아있다는 소리다. 그런데, 여전히 춥지 않은 이유는 궁금해져 왔다. 아무리 ‘그’ 의 말이 충격적이었다고는 해도, 기본적인 생물체의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닐 테지. 난 여전히 그러한 잡동사니 같은 생각들을 머릿속에 구겨 넣으며 그러한 생각들을 위안삼아 긴장을 풀려 애썼다.난 긴장스런 눈빛을 하고는 백발의 수염이 무색하게 어린아이처럼 긴장된 눈을 말똥말똥 떠가며 ‘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그러자, 이러한 내 긴장을 알아차렸는지, 침묵으로 일관하며 해괴한 미소만을 짓고 있는 검은색 실루엣이 이번에도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그 말에 난 뒤로 나자빠질 뻔 했다. 이번에는 너무나도 놀라서 심장이 정말로 정지해 쇼크사로 이 세상을 떠날까 두려워 간담이 서늘해졌다. 심장이 멎을 것 같은 놀라움에 다리가 떨려왔고, 금방이라도 입고 있던 바지에 실례를 할 뻔 하기도 했다. 난 붉게 충혈된 눈을 하고 무언가를 말하려 입을 열었지만, 멈추려 해도 멋대로 멈춰지지 않고 연달아 토해져 나오는 기침 때문에 가로막혀 버렸다.
“.....시작됐다. 난 게임이 정말 좋아. 말들을 움직이고, 조작한다. 흑기사는 그의 여자를 어떻게 구해낼까? 난 나이트가 정말 좋아. 멋있거든. 한 게임 할래? 나의 오래된 친구여.”
장난스런 어투의 ‘그’의 말이 내 귀에는 가장 간교한 자의 감언(甘言)같은 꼬임의 시도로 들려왔다. 어쩐지, 내 앞의 자의 미소가 내게는 이 우주에서 가장 사악하고, 비열하며, 간교한 미소로 보였다.‘그’는 입 꼬리를 더욱 추켜올리며 히죽 웃더니 여전히 장난스런 투로 말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세계의 운명을 결정할 체스게임을. 말들은 모두 놓여졌다.” 

창세기(創世記)-신이 유희의 경과를 적어 놓은 일기(日記) 중 하나

고쳐왔습죠
조아라에서 연재 중입니다. 신이 적은 일기(God's diary)-Kurousa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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