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을 먹고 뜨끈한 전기장판 위에 누워 배 뚜둘기며 평화로운 12월의 어느 날을 지내고 있었다.
티비에서는 세상 흘러가는 이런 저런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징징-
031-946-**** 익숙한 번호다.
지난 일년간 매일 같이 걸려오던 너의 번호. 군대 번호.
전화를 받기 전까지 5초 정도 고민을 했었다. 받을까? 말까?
분명 난 전화가 오더라도 더 이상 받기 않기로 다짐 했었었다. 이제 이런 끝도 없는 미련 떨쳐 내기로. 반가워 하지 않겠다고.
어느새 통화를 눌렀고 "여보세요?"
시덥잖은 얘기를 하며 안부를 묻고 전화를 끊었다. 3분 23초의 통화.
"나 휴가나가. 다음주 금요일이야. 이제 말출이야. 휴가복귀하고 2틀 후에 전역이야."
받으면 안 됬었다. 내 마음은 잔잔했던 호수에 큰 돌맹이가 던저진 것 마냥 위태롭게 흔들렸다.
1월 9일. 너의 전역날이다. 알고 있다. 2014년 1월 9일.. 달력에는 없을 것만 같았던 너의 전역일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
우리는 군인과 고무신의 최대 고비인 일말상초에 헤어졌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미련이 남아 가끔 전화해서 안부를 묻고 함께 했을 때도 잘 가지 않았던 면회도 가고..
그러나 우리 둘은 알고 있다. 우리가 서로를 그리워하는건 함께 했던 그 때의 우리라는 걸.
이제는 그 때의 설레임, 달달함, 간질거림이 느껴지지 않을 꺼란 걸..
서로 떨어져 있게 된 지 거의 1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너가 일병에서 상병을 거쳐 병장이 됬듯, 나 또한 많은 일을 겪었고 성장했고 단단해졌다.
내가 군대 기다리지 않겠다고 했을 때 너는 다른 남자랑 다르다고 일말상초는 무슨 소리냐고 우리는 알콩달콩할 수 있다고 전역해서 더 잘해주겠다고.
말했던 거 기억난다.
넌 군인과 고무신의 헤어짐의 절차 그대로를 밟았고 헤어진 후 전화, 매달림의 절차까지 밟았다.
만약 여기서 내가 받아 준다면 전역 후 바람피는 절차까지 풀코스를 밟고 끝내는 안 좋게 끝내겠지?
서로 좋은 추억가지고 있는 지금 끝내는 게 맞는 것 같다.
다시 시작해볼까? 수 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답은 하난데
그 답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또 다시 나도 너의 전화를 받았었다.
말출 나오는 첫사랑. 다시 만나도 될까요...?
서로 따뜻한 추억 가지고 있는 지금.. 미련 떨쳐내는게 맞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