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제가 살고 있는 마을의 고양이 문제 실태에 관해서 간단히 쓰겠습니다.
저희 마을에는 옆의 다른 마을들보다 길고양이들이 유독 많습니다. 공원, 골목길, 아파트 단지 등 장소를 불문하고 심심하면 보일 정도로요.
문제는 고양이가 하도 많다 보니 자주 영역이나 먹이를 두고 전쟁을 벌이는데, 낮이고 밤이고 가리지 않고 싸우면서 울어대는 통에 엄청나게 시끄럽고 신경이 거슬립니다. 흥분 상태의 고양이 울음소리는 냐옹 하는 작고 귀여운 소리가 아니에요. 크이야아아아아아아오오옹- 하는, 엄청나게 길고 시끄러운 소리입니다. 저런 소리를 한 마리도 아니고 서너 마리가 낸다고 생각해 보세요.
게다가 가끔이지만 쓰레기봉투를 찢어발겨서 내용물을 줄줄 새게 만들고 뚜껑을 열어젖혀서 악취를 퍼뜨리는 일도 있습니다. 종량제 봉투야 음식물이 없으니 어지간해서는 안 뜯지만, 문제는 음식물 쓰레기통 뚜껑을 막 열어젖혀 놓는다는 겁니다. 고양이들이 뚜껑 못 열 것 같죠? 고양이 균형감각과 섬세함, 유연성이면 쓰레기통 끄트머리에 서서 뚜껑 여는 거 일도 아닙니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당연히 고양이를 매우 싫어합니다. 특히 경비아저씨와 청소부 아주머니는 보는 즉시 빗자루나 양동이 등을 휘둘러서 쫓아내실 정도입니다. 저도 고양이가 싫기는 마찬가지지만, 최소한의 생명 보호 차원에서 쫓아내거나 괴롭히지 않고, 고양이들도 살아야 하니까 그러는 거라 여기고 관대하게 넘어가는 편입니다.
어제 오후 4시쯤이었습니다.
슈퍼에 갔다 오면서 아파트 울타리 개구멍으로 들어오는데, 옆 수풀에서 웬 여자가 쭈그려앉아서 길고양이에게 빵조각을 주고 있는 겁니다. 고양이를 학대하지야 않지만 그래도 역시 반갑지는 않은 입장에 있는 저는 길고양이한테 먹이 주지 마시라고 한마디 했습니다.
그러자 여자가 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저를 보면서 왜요? 하고 묻더군요. 저는 이유를 설명해줬습니다. 고양이들 싸우는 소리가 시끄럽다, 쓰레기통을 뒤진다, 먹이까지 주면 더 몰려올 거다... 그런데 순간 여자 눈빛이 고깝다는 듯한 눈빛으로 변하더니 그럼 고양이를 굶어 죽게 놔둬야 되냐고, 사람이 왜 그렇게 인정머리가 없냐고 뻔뻔하게 내뱉더군요.
나참 어이가 없어서. 화가 났지만 한번 참고 차분하게 다시 말했습니다. 이 동네에 고양이만 사는 거 아니라고, 마을 주민들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고양이만 생각하는 태도가 과연 옳은가, 지금도 고양이 문제로 머리가 썩어나가는데 사람까지 나서서 그 문제를 심화시키면 되겠느냐고. 충분히 알아들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여자가 또 꼬투리를 잡았습니다. 아예 저를 생명의 소중함도 모르는 몰개념한 인간으로 취급하더군요.
여기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분명히 자기가 잘못한 일을 지적하는데 알았습니다, 하고 가면 될 일을 끝까지 붙잡고 늘어지길래 저도 화가 나서 마구 쏘아붙였습니다. 그렇게 생명 존중하면 그냥 아가씨가 직접 데려가서 키우라고, 왜 데려다 키우지도 않을 고양이한테 먹이를 줘서 마을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만드냐고, 그런데도 여자는 그냥 선의에서 우러나온 행동이 뭐가 잘못됐냐면서 잘못을 인정하려고 하질 않는 겁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는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좀 알 것 같았습니다. 아가씨 선행으로 다른 사람들이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게 정말로 잘못된 게 없다고 생각하냐고, 동물을 책임진다는 건 동물을 끝까지 책임지고 키우는 것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 동물로 인해서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는 걸 말한다고, 애완동물 키우다가 내다버리는 놈들이나 불쌍하다고 먹이 주고 후폭풍은 나몰라라 하는 아가씨나 똑같다고 소리를 질러 버렸습니다. 여자가 그제야 입을 다물더군요. 큰 소리를 내기도 했고 이제껏 누적되어 있었던 정신적 피로가 상당해서, 앞으로 개념없이 이런 짓 하지 말라고, 당장 불쌍하다고 먹이 주고 떠나는 건 장기적으로 봐서는 고양이한테도 전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닐뿐더러 마을 주민들도 심각하게 피해 보는 일이니까 정말 고양이를 구하고 싶으면 손수 데려다 키우거나 믿을 만한 사람한테 분양하라고 말하고 그냥 집으로 와 버렸습니다.
생명존중 운운하는 캣맘들, 그렇게 생명 존중하시면 똑같이 피해 입히는 모기나 파리도 한번 키워 보시죠. 불쌍하지 않나요? 모기도 똑같이 알 낳고 살기 위해서 피 빨아먹는 건데 그건 안 되고, 고양이가 시끄럽게 굴고 쓰레기 엎지르는 건 된다는 논리는 대체 뭔지.
인간 중심적 사고네 뭐네 하는 애묘인들, 애초에 사회에서 모든 일의 최우선 최중요 기준이 되는 법에서부터 인간의 권리가 동물의 권리보다 한참 우선이라는 걸 전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람이 일으키든 고양이가 일으키든, 누가 일으켜도 옳지 않은 일인 소음공해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하는데 이걸 인간 중심적 사고라고 몰고 가는 건 또 대체 뭔지.
인간으로서 선한 마음을 갖고 한 행동이라는 고양이 애호가들, 당신의 선한 마음으로 고양이는 좋을지 몰라도 사람이 고통받습니다. 그런데 이걸 뻔히 알면서도 꿋꿋이 고양이에게 먹을 걸 공양하는 한결같은 집사근성은 또 또 대체 뭔지.
그리고 2009년부터 비둘기가 유해조수로 지정된 이유, 즉 길거리에서 마구잡이로 죽이고 둥지를 부숴도 무방하고 모이를 주면 되려 벌금을 내야 하는 해로운 새가 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있다면, 길고양이들에게 먹이 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먹이를 주고 떠나는 행동의 반복으로 길고양이 수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 유해조수로 지정된다면, 그래서 보호자가 범법자가 되고 학대자가 준법자가 되는 그런 날이 온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때 가서도 당신의 행동이 옳은 행동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요?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진정 개념찬 캣맘은 고양이에게 쏟는 배려 이상으로 주위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실행하는 사람입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고 행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