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의료민영화를 편하게 한 번 생각해 보려는데 졸지에 불쌍한 독거인이 된 느낌에 위축되고 말았다. 나는 현재 국민의료보험의 혜택을 받고 있는 처지이다. 그런데 만약 의료보험에 해당되지 않는 항목의 병에 걸린다면 심각해 진다. 통장 잔고 0인 나같은 사람은 그냥 병원에 가는 것을 아예 생각할 수도 없는 거다. 그럼 되게 불쌍한 거네. 이런.
어차피 기대하지 않는 정부라 제껴 놓고 살았다 하더라도 시야가 눈으로 덮이는 날씨 탓에 집구석에 처박혀 있게 되니 슬픔이 밀려온다. 그동안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궁색함이 고개를 처 드는 것도 같다. 보건복지부의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이 발표되고 노동시민단체가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을 선포했다는데, 못 볼 걸 본 탓에 또 궁시렁거리며 지적질을 하게 된다.
▲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식코>
1. 미치겠다. 식코!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를 이명박 정부 때 의료민영화에 시동이 걸렸다 해서 "시꺼시꺼 시꼬!" 하며 보았던 이 영화를 또 본다. 시작부터 백수인 애덤이 자신의 찢어진 다리를 꿰매는 장면이 뜨는데 나는 체했을 때, 바늘로 손도 못따는데 어찌하지~ 이 생각부터 고개를 든다.
아직은 건강하지만 요즘같아선 제 명에 못 살 거 같은데 말이지.
두 번째 등장인물은 두 개의 손가락 끝이 사고로 절단된 릭이 약지를 선택한 이야기가 나온다. 나라면 아마 중지를 선택했을 거다. 엿이나 처 먹으라고!!
약지가 단아하게 쫄아들었으니 더 거대해 보이지 않았을까. 결론은 뭐, 국민의 공공 서비스 부분을 이용해 국익을 늘리려는 나쁜 정부이니까 혼구녕을 내주어야 한다는 거다.
▲ 두 개의 손가락 봉합에 18만 달러라는 견적이 나온다.
이번에는 제대로 뭐가 문제인지 정리라도 좀 해 보자고. 두 해 전보단 나이가 더 먹었단 증거라며 이러다 내 삶의 유일한 즐거움인 향기로운 커피도 끊고 살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이 드니까 인생이 참 구질구질해진다. 국민을 이런 느낌으로 몰아가는 정부는 제 정신은 아니지.
미국에서는 대략 5천만명 정도가 의료보험 수혜를 못받는다는데..이거 하나만 보면 그래도 내 나라가 낫지..라는 말에 쬐끔 위로가 되긴 했다. 그런데 날마다 아프지 않기를 기도하며 산다고 생각해 본다. 이건, 사는 게 사는 거냐고. 이거, 남 얘기였음 좋겠는데 오늘은 유난히 더 실감나게 심장을 벌렁거리게 한다. 함박눈이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기도 싫어진다.
정부는 철도 민영화로 작전 개시를 하더니 꼬락서니가 이거 또 민영화시키려고 수작부리는 건데 게으른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가 싶어 지는 거다. 이 영화를 보면 한마디로 미국식 의료보험제도는 지옥문을 열어 놓고 살려줄 게, 어서 와. 이런 거다.
2. 국경을 넘어야 하는 미국의 의료 제도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어쩌다가 의사들과 보험회사들이 환자들의 죽음에 무책임해진 것일까? 누가 이 제도를 만들었을까?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미국의 건강유지기구는 어디서 출발했던 것이지? 이 질문에 답은 영화에서 1971년 닉슨 시절로 돌아간다.
여기서 과연 이런 제도를 누가, 왜 만드는 가를 보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나쁜 정부가 벌이는 국가정책들의 실체들, 그래 머리 조금 굴리면 알아차릴 수 있다. 영화 한 편만 봐도 의료가 왜 민영화되어선 안 되는 지를 알 수 있다.
미국인들이 국경을 넘어서 캐나다로 진료를 받으러 가야만 하는 현실에 정책가들은 미디어를 이용했다. 국민들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선동하여 몰아간 거다. 우리가 지금 그 꼴 나고 만 거다. 정책가들에게 의료보험 수혜 따위는 걱정할 필요도 없는 돈이 많은 이들이니까.
보험이 없으면 특히 노인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다는 거라고 이 영화에서도 말하는데 전적으로 동감했다. 돈 없어 봐 자식들도 "몰라!" 이러는데, 평생을 성실하고 그럭저럭 살아온 국민들 대다수는 너무 슬픈 노년이 되어진 다는 거다.
의료보험 문제가 심각하다면 소속 당이 어디건 간에 공약을 지킬 인간에게 찍어야 하는데 찍어 주니까 오리발 내밀고 있다. 그럼 어찌 해야 하는 가도 우린 충분히 고민했어야 하는 거였다. 원흉은 보건복지가 국가 정책이라는 생각을 못하게 하는 정치세력 때문이니까 그 세력을 겁줄 수 있는 뭐, 그런 거라도 시작해야 할 거 같다.
캐나다 국민들도 캐나다 의료보장제도를 확립한 정치가 '토미 더글라스'가 나타나서부터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누구 없나? 토미 더글라스는 이제 캐나다에서 가장 존경받는 특출한 한 사람이 되었다. 의료를 국가가 책임지는 나라들에는 공통적으로 단 한사람들의 위대한 시작과 그것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있었다. 문제는 시스템이니 잘 좀 만들게 잔소리를 계속 하면서 긁어대야 하는 것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내가 할 의무인 거다.
▲ 성공회대 엔지오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1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앞에서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 파기와 철도 민영화 등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뉴스1
3.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중하층이 선거권을 얻었고, '금고에서 투표함'으로
"돈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그 돈으로 사람을 살릴 수도 있지 않습니까?"
영국은 이 질문에서 시작된 것이라 한다. 전쟁 후 영토와 재정 파탄에서도 1948년 7월 15일 영국은 국민건강보험을 실시할 수 있었던 것이 사람을 살리자는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는 거다. 그러니까 우리도 질문 좀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갈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공론장이 절실한 것이다.
영국 보건복지 정책(NHS)에 따라 운영되는 국립병원에 있는 계산대는 의료비를 내는 수납 창구가 아니라 환자 귀가비용 배상을 해 주는 곳이다. 돌아갈 길이 막막한 사람들한테 교통비를 배상해 주는 곳이라니 정말 놀랍다. 영국을 따라 가려면 아직 우리도 갈 길은 멀지만, 현재 상태로라도 지속된다면 미국처럼 택시에 실려 병원에서 쥐어주는 택시비를 받고 거리로 나오게 되지는 않을 거다.
주권이 있으면 자금은 공동체의 필요를 위해 쓸 수 있는 것이라고 마이클 무어의 인터뷰이가 말한다. 모든 약자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후보자들에게 표를 던지면 민주 투쟁이 될 것이며, 이것이 바로 레볼루션!! 그래, 민주주의가 가장 혁명적인 것이라고 우리도 외쳐야 한다.
나쁜 정부는 국민을 빚지게 만들어 절망하게 만들고, 열나게 일만 하게 만든다. 그러면 희망이 없으니까 사는 게 힘들고 귀찮아서 투표를 하지 않게 된다는 추론이 가능해 진다. 이게 바로 권력자들이 쓰는 교묘한 방법이라니까 우린 그 술수에 넘어가서는 절대로 안 되는 거다.
▲ 프랑스의 공무원 뮈티엘 MGEN 사무실 입구.
4. 수입없고 병든 사람이니 고쳐준다네
프랑스는 환자가 정말 귀한 대접을 받는 나라, 아플 때 병원으로 오기만 하면 필요한 처방은 다 받으니까. 보험료는 중요하지 않고 무슨 조치가 필요한가가 중요하다는 거다. 기본적인 원칙 하나, 연대 책임으로 여유있는 사람들이 여력없는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이 우리와 다르다.
생활 정도에 따라 돈을 내고 문제 정도에 따라 지원을 받는다. 아, 정으로 똘돌 뭉친 내 나라가 언제부터 요모양으로 사람보다 돈이 먼저인 나라가 된 건가 싶다. "사람나고 돈났지. 돈 나고 사람났냐?" 하던 우리의 정서를 찾아볼 수 없다는 건 아마 아닐거라 생각하고 싶다.
현재는 점점 열악해 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프랑스의 의료보험은 국가와 기업주가 부담하는 의료보험과 개인이 부담하는 뮈티엘(Mutuelle) 등 두 가지로 나뉘어져 있다고 한다. 의무적으로 들게 되어있는 의료보험은 사회보장제도 협약에 정해진 규정대로 환불을 해주기도 한다.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사회제도에서 가능할 수 있다는 거였다. SOS의료진의 가정 방문 진료 서비스까지는 아니어도 119구급대의 긴밀한 출동이라도 확실해 질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지는 게 부럽긴 되게 부럽다. 한평생 뼈 빠지게 일하고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노년이 된다면, 그런 미래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사는 게 너무 고되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인 것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회를 바라는 것이 특권을 누리고자 하는 것은 아니니까. 불공평을 좀 더 평등하게 바꿔 나가야 한다는 거. 하, 말은 정말 쉽다.
프랑스의 모든 것을 움직이는 건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 한다는 사실에서 시작되어 반대를 겁내고 국민의 반응을 무서워 하기에 가능하다고. 자, 프랑스인들은 거리 행진을 벌이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서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언론들이 저들의 역할을 잘 하고 있다는 점이다. 좌파든 우파든 언론의 성향대로 사실을 보도하고 국민의 알권리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우린 뭐지? 공영방송은 물론이고 주류 언론들이 정부의 편에 서서 국민을 질타하고 매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5. 최악이 아닌 최선을 위하여
감독은 모든 국민이 무료로 병원 치료를 받는 캐나다, 영국, 프랑스를 찾아 그 사회의 모습을 알려 준다. 또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쿠바를 찾아가 의료 혜택을 받고 오기도 한다. 여러 심각한 병을 앓고 있지만 치료를 받지 못하는 9/11 당시의 영웅적인 미국의 구조대원들이 감독과 함께 쿠바로 가게 된다. 지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도 받지 못했던 친절한 치료를 받게 된다. 이거 진짜 가능할까 싶었다.
대한민국은 2000년 7월에 국민건강보험이 출범했지만 개인들은 가족 구성원마다 민간의료보험을 몇 개씩은 가입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일까? 당연히 그렇게 해야 병이 들면 마음 놓고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불안 해소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중의 가계 지출을 국민의료보험으로 통합할 제도의 보완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를 보여주는 거다.
"프랑스 정부는 국민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한다."
모두가 일어나 “이제 그만!”이라고 말할 때라고 마이클 무어는 말한다. 우리는 누구를 무서워 하고 있나. 보이지 않는 적들이 누구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 이옥현 미디어협동조합「국민TV」뉴스 시민논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