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25살된 직장인 여성입니다.
하 제가 진짜 친구들한테는 쪽팔려서 말도 하기 싫고 하소연 하고 싶어 평소 눈팅만 종종 하는 판에 찾아 왔습니다..
저는 2011년 늦은 가을경에 지금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22살이었는데 어린나이였지만 이미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해서 사회생활을 몇 년 한지라... 나름 회사에서 잘 지낼 자신이 있는 상태였죠.
저는 관리팀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이었고, 상사께서도 꽤 예뻐해주시며 일도 차근차근 배워나가고...뭐 나름 괜찮았던 것 같네요.
상사도 남자, 그리고 사수랄까요. 저보다 윗 직원인 같은 팀 남직원과 저. 이렇게 3명이 팀인데 이전의 회사와는 달리 이 회사는 꼭 팀끼리 식사를 같이 하더라구요. 이건 근데 팀끼리 사이가 좋아서가 아니라 타 팀과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이더라구요. 회사가 좀 보수적이고.. 좀 그렇습니다.
뭐 좋아요. 팀끼리 밥 먹죠 뭐. 근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보통 여자들은 식사 속도가 좀 늦습니다. 말한마디 안하고 먹어도 늦죠. 근데 저희 상사께선 저에게 '재롱' 같은걸 원하시더라구요. 주말에 친구들과 뭘했는지 남자친구와 뭘했는지 얘기하며 팀의 '꽃'이 되길 바라시더라구요. 네 뭐 그럴 수 있죠. 막내나부랭이니까요. 원래가 아주 싹싹하지는 못한 성격이지만, 사회나오니 어느정도 바뀌더라구요? 그래서 노력 많이해서 상사와의 관계는 꽤 좋았습니다. 적어도 나쁘진 않았어요.
문제는 남직원이에요.
원래가 말도 없고 감정표현이나 이런거 없고, 좀.. 뭐랄까 세상 혼자 사는 사람..... 종종 그런 사람 있죠? 누가 인사를 먼저 반갑게 해도 "네" 이러고 딱 끊고 자기 갈길 가는 사람..... 부끄러워서 그런걸까 싶었지만, 그냥 별종인것 같더라구요. 그래요 사람이 성격이 다 다르죠. 서로 맞춰가며 살아야죠? 근데 이사람 해도해도 너무 심하더라구요. 팀원이라곤 자기와 나 둘뿐인데(상사는 아무래도 상사니까요 서로 편하게 지낼 수 있는건 팀원끼리겠죠?) 무슨 말을 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네" "아뇨" 뿐이구요.
상사는 주로 외근을 나가기 때문에 점심은 늘 남직원과 둘이 먹었어요.
회사에 또래도 없고,.. 늘 그 남직원과 둘이 밥을 먹는데, 차라리 벽에 대고 혼잣말을 하지 이건 뭐... 몇개월이나 그렇게 흘러갑니다. 아무 대답도 없이 밥먹는거요.
그러다가 저도 지쳐 저도 말을 안하기 시작합니다. 사람은 몇번 해보고 안되는걸 알면 이제 더 안하잖아요? 제가 뭐 뇌가 없나요.. 몇개월이나 "네", "아뇨" 를 듣고서도 계속 말 걸진 않겠죠. 더군다나 저도 친해지고 싶은 맘도 없는걸요. 그저 직장동료, 밥 같이 먹는 사람일 뿐인데요..
그러다가 어느날은 제가 친한 여직원들과 같이 너무너무 밥을 먹고 싶더라구요.
밥먹는게 뭐라고, 여직원들하고 밥먹을땐 숨통이 트이더라구요.
그래서 말했죠. "저 오늘은 여직원들하고 밥 먹을게요" 대답은 역시 "네" 였어요
되게 신났어요 그때 ㅋㅋ 드디어 사람하고 밥먹는 느낌이라서요.
그 다음날인가.. 이제 여직원들하고 밥 먹으라고 하더라구요. 자긴 따로 먹는다구요. 딱히 친한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았는데.. 종종 다른 남직원들과 차도 한잔씩 마시고 담배도 피우러 가던 모습이 기억나서 그러자고 했어요 이때도 되게 신났죠
그렇게 밥 따로 먹은지 음.. 한 보름? 정도 지났을때 제가 상사께 털어놨어요. 둘이 잘 지내고 있냐고 물어보셔가지구요. 그래서 제가 사실은 따로 먹고있다라고 얘길했죠.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고 그 뒤로는 밥을 따로 먹자고 하시길래 알겠다고 했다구요.
물론 상사 입장에서 곱게 보이진 않겠지만..... 저한테 돌아오는 말은... 너 사회생활이란게 니 하고싶은대로 하는건줄 아냐? 너 내가 우습냐? 회사가 우습냐? 이런 반응이었어요.. 시간이 지나서 정확히 기억 나지는 않네요. 저를 반 협박하시더라구요. 너 그러고도 회사 다닐 수 있을 것 같냐구요.
저는 당황해서.... 울컥했는데 참았어요. 뭐 이따위 일로 울순 없잖아요?
집에가서 곰곰히 생각한 결과 그래도 이 일은 제가 초래한 것 같더라구요. 남직원은 저보다 나이도 많은데 제가 좀 너무 했다 라는 생각도 들구요. 그리고 계속 밥 같이 안먹으면 저 짜를것같더라구요 ㅋㅋㅋㅋㅋ 이런걸로 짤릴 순 없잖아요 ㅋㅋㅋㅋ 그래서 다음날 회사가서 남직원한테 말했죠. 그래도 밥은 같이 먹는게 나을 것 같다구요. 그랬더니 마지못해 또 "네" 이러더라구요.
그러고 꽤 한동안은 같이 밥을 먹었어요. 서로 말 없이요. 진짜 한마디도 없이요. 진짜 한마디도 없다는게 뭔지 그걸 봐야 알거에요. 설마 한마디도 안하겠어 하시죠? 진짜 한마디도 없어요.
밥 다먹었으면 가죠. 이런말도 없어요. 대충 그릇 비었으면 서로 눈치껏 일어나는거에요.
와 ㅋㅋㅋ 저 원래 쾌활한 성격은 아니지만요. 그때만큼 우울하고 답답했던 적은 아마 없었던 것 같네요. 초등학교때 전학가서 친구들한테 왕따 당했던 그 시절 만큼 우울했어요.
제가.. 대기업 다니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이유가 뭐가 됐건, 내가 힘들면 그만두자 싶더라구요.
말같지도 않은 이유이긴 한데. 저사람이랑 더 같이 밥 먹으면 내 인생이 그냥 우울해질것같았어요. 아니 실제로 그랬죠. 그래서 사표를 냈어요. 물론 힘든점은 그 뿐만이 아니었구요. 회식 후 늘 전화 오는 상사.... 기본이 10분에서 길면 30분.. 사랑한다부터 시작해서 온갖 성희롱. 더 심하면 신고하려고 녹음해놨는데 지금 핸드폰을 분실해서 다 사라졌네요... 저한테 미쳐가지고 뽀뽀한적도 있구요. 이건 뭐 어떻게 증명합니까? 뭐 CCTV달린 모자라도 쓰고 다녀야하나요...
시도때도 없이 전화하시는 사장님.. 새벽2시에도 오구요.. 제가 저녁에 공부를 하는데... 시험 보고 있는 시간에 전화 안받았다고. 저희 팀+임원들 모두 전화해서 난리도 치시구요... 그래도 참고 다녔는데... 밥먹는거가지고 지랄하니까 빡이돌더라구요. 그래서 사표를 냈죠
당연히 예상하듯이, 1차는 잡죠. 그런게 아니다. 그냥 너네 잘 지냈으면 하는거지 내가 너 협박하려고 그러고 그런거 아니다~~ 풀어주죠. 더 다녀라. 그리고 너 못하겠으면 남직원이랑 밥 먹지말고, 걔가 너 무시하면 너도 걔 무시해라, 내가 커버해준다. 니네 둘이 싸우면 내가 쟤(남직원) 사표쓰게 하고 너 남겨둔다. 나는 니편이다.
제가요 ㅋㅋ 병신인게요. 저말을 믿었어요. 커버해준대서.. 저도 똑같이 무시하고 밥따로 먹구요.
그렇게 몇개월이 지났어요... 편하더라구요.....? 회사다니면서 그렇게 편한적이 없더라구요.....
그러더니. 상사가 저를 다시 부릅니다.
이제 간략하게 정리할게요. 남직원하고 잘 지내라네요? 아마 제가 이제 회사 계속 다닐것같아보였나봐요 ㅋㅋㅋㅋㅋ 우선 노력은 해보겠지만, 나는 이미 이렇게 된거 예전처럼 노력하긴 힘들다. 이미 서로 무시하면서 직장다닌지가 몇개월인데 그게 어떻게 돌려지겠냐. 그래도 잘지내래요. 우선 알았다고 했죠.
그러고는 제가 또 사표를 냅니다. 이건 근데 말바꾸는 상사에 대해 정도 떨어졌고 뭐 앞에 말한 문제점들은 그대로이고.. 더 다닐 이유가 없는데... 내가 안그만둘것같으니까 이제와서 남직원이랑 잘 지내라는 상사가 어이가 없더라구요.
또 잡습니다. 내가 전에 말하지 않았느냐. 그냥 무시하고 다니면 된다니까 왜 너스스로 잘지내보려고 해서 힘들어가지고 그만둔다고하냐? 시끄러우니까 그냥 다녀라. 바쁘니까 담에 얘기하자.
다음이 왔습니다. 전 또 그만둔다고 말했어요. 날짜 박아서 12월31일까지 그만둔다고 얘기했죠(한 2~3주전쯤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너는 애가 싸가지가 없다. 책임감이 없다 2주남기고 관두는 사람이 어딨냐. 연말정산 결산 이런거있어서 바쁜거 뻔히 알지 않느냐. 너는 일자리 없어서 빌빌대던거 불쌍해서 거둬줬더니 이제 살만하니까 우리 버리고 나가냐...
(웃긴건.. 이회사는... 관리팀 과장들도 딱 14일만에 잘만 그만두는 회사라는거에요.)
구직자중에 누가 일자리없어서 빌빌대지 않죠? ..어이가없어서..
너 일자리 없어서 불쌍해서 뽑아줬다고 그런얘길 막 하는데... 그땐 진짜 눈물나더라구요. 펑펑 울고 겨우 나왔어요. 와.....ㅋ 진짜 저말에 빡돌아서 당장 면접 잡고 이직할 회사 구했습니다. 다행이 2월쯤 출근해도 된다해서 여기 직원뽑아서 인수인계 해주고 나가려구요.
왠지 속이 후련하네요?
이회사..... 최고로 오래 다닌 직원이 3년이고... 그 다음이 아마 저 일거에요... 근무내용 보니 5~6개월만에 그만둔 직원도 있고 1년미만 되사. 2년미만퇴사가 대부분이더라구요...
아마..저 상사때문이었을거란 생각이 (주변사람들 말에 의하면 사실이라고 하네요?..)
무튼... 주절주절 하소연좀 해봤어요.
글 보아주셔서 넘 감사하네요.
아무리 청년 실업이 어쩌고 해도 ㅋㅋ 스스로 자존감 낮아지는 직장은 가지말자구요.
돈보다 자기 자신이 먼저니까요..
화이팅!!!! ...?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