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톡커 여러분.정말 주변 사람들에게도 묻고, 제 스스로도 고민해봤지만.. 도저히 힘들고 모르겠어서 많은 분들의 의견을 구하고자 올려봅니다.
저는 현재 대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여자사람입니다.보통 대학교에는 외국에서 오는 교환학생들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저희 학교에서는 그걸 버디 프로그램이라고 불러요.전 영어랑 일어를 혼자 공부했는데 실제로 사용해볼 기회가 없어서 늘 제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정말 써먹을만한 정도인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교환학생들도 도와줄 겸, 제 언어실력도 확인해볼 겸 겸사겸사 버디 프로그램을 신청했습니다.
근데 아마 대학생 분들은 아실거에요~서양국가에서 오는 학생들도 많지만, 상대적으로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 오는 친구들도 많고 그 중에서도 중국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영문학과나 일문학과도 아니고, 그렇다할 공인성적도 없는 저는 자연스럽게 중국학생과 버디를 맺게 되었습니다.
버디는 남학생이고, 저보다 나이가 어려요. 사실 그건 큰 문제가 안됬죠.근데 이 버디는 중국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는 하나도 할 줄 몰랐습니다.기초적인 영어도 안되더라구요. What is your name? 에조차 대답을 못했으니...저도 중국어를 전혀 못해서 행정처리를 해야하는 한 달간은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주말을 제외한 9월 내내 거의 매일 봤구요, 한번 볼 때 최소 3시간 이상 같이 있어야 했어요..본인도 답답했겠지만 제 속도 모르고 이 친구는 계속 중국어로 뭐라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하나도 모르겠고... 나중에는 정말 속에서 토기가 밀려오더라구요.
그래도 제가 선택해서 한 일이니 힘든 기색 보이지 않고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외국인 등록증이 없어서 휴대폰구입이 불가능하니까 카카오톡도 안되서.. qq라는 중국메신저에 가입해서 이야기도 하고.. 물론 그 친구는 중국어로 보내니까 전 일일히 번역기 돌리고 답도 번역해서 보내주고요. 그렇게 무사히 첫 달을 보내고..
10월부터는 더이상 버디가 한국에서 학생으로 지내는 데에 필요한 행정업무가 없기 때문에 크게 힘든 점은 없었습니다. 근데 그때부터 시도때도 없이 연락이 오기 시작하더군요.
낮이고 밤이고 거리낄 것없이 카톡오고.. 카톡은 괜찮아요. 친구들하고도 새벽까지 하니까요. 근데 정말 이해도 안가고 황당한건 전화입니다.앞서 말했다시피 이 친구는 중국어 이 외의 다른 말은 전혀 안됩니다. 전 중국어를 전혀 모르구요.근데 전화를 해서는 중국어로 뭐라고 하는데 저로써는 도저히 알아들을 방법이 없습니다.한달간 거의 껌딱지처럼 붙어다녔으니 사실 얼굴보고 이야기하면 감으로 대충은 알아듣긴 해요. 그 친구도 한달간 한국어 수업을 듣다보니 기본적인 의사표현은 할 줄 알고요(맞다, 틀리다 같은거요). 근데 전화는 다르잖아요.. 상대방 얼굴을 봐야 비로소 진정한 말의 뜻을 알 수 있는데 얼굴을 못보니 도대체가 무슨 말인지 감도 안잡히더라구요. 그리고 대부분의 전화가 늘 별 내용이 없습니다. 어디야? 뭐해? 이게 다에요.도대체 밤 11시가 넘어서 전화를 하면 제가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밤 11시고 12시고 전화오는데.. 처음에는 당황해서 안받기도 했었습니다.그 시간이면 가족들하고 같이 집에 있을 시간이고, 아무리 친구라고는 하나 늦은 시간에 이성에게서 전화오는 걸 반기실 부모님은 없을거라고 생각해요..그랬더니 제게 카톡이 와서는 자기가 뭘 잘못했느냐고, 화내지말라고, 미안하다고, 그렇게 말하더라구요.그 카톡을 보고 너무 당황스럽고.. 오히려 제가 잘못한 기분이 들더라구요.그래서 아니다, 지금 시간이 늦었고 시험기간이라 공부 중이었다, 고 보냈죠.
근데 정말 이것도 한두번이지.. 시험기간, 수업시간, 아침, 밤 가릴 것 없이 전화하고..11월을 기점으로 모든 버디활동이 종료되고 12월부터는 기말준비에 정말 정신이 없었는데도 변하지가 않더라구요.
자기변명 같지만 제가 이번 학기에 정말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버디 활동 뿐만 아니라 졸업 논문도 써야했고, 멘토링, 해외파견 준비까지.. 안그래도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계속 연락이 오고.. 늘 연락 올때마다 정말 아무 이유가 없어요. 밤에 갑자기 전화오고 그러면 전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싶어서 당황해서 받는데, 하는 말은 늘 같습니다. 뭐해? 어디야? 누구랑 있어?
진짜.. 반복되는 카톡, 전화, 문자메세지에 너무 지쳐버렸어요. 그래서 전화도 안받고, 바쁘다고 하거나 카톡도 확인 거의 안하고 그러는데.. 얼마전엔 연락이 잘 안되니까 페북 메세지까지 보냈더군요.
제가 다니는 학교임에도 혹시나 마주칠까 학기 중에 내내 고개 숙이고 다녔고.. 몰려다니는 중국인들이 보이면 혹시 저 안에 있기라도 할까봐 숨어 다녔습니다.지금도 방학 중이지만 수업 때문에 학교에 나가는데.. 이제는 그냥 몰려다니는 사람만 보이면 무의식적으로 피해다녀요. 비슷한 옷차림새, 가방이라도 보이면 다른 길로 가거나 뛰어서 도망가고요.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니까 다들 걔가 이상한거다, 신경쓰지마라 그렇게 말하는데..전 정말 모르겠습니다. 외국에 와서 생활하니까 외로워서 그럴 수도 있겠지.. 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너무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도 들고, 저 말고도 한국인 친구들 많은데(중문과학생들) 왜 나한테만 이렇게 병적으로 연락하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사람을 깊게 사귀는데에 문제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요. 이젠 짜증나는게 아니라 연락오는게 무서울 지경입니다. 페북도 메세지 온날 당장 지워버렸고.. 번호도 바꾸고싶고.. 마음 같아선 어디 정신과에라도 가서 상담이라도 받고 싶어요.
도대체 어떡하면 좋을까요? 제가 잘못하고 있는 걸까요?